금융업의 메기에서 게임 체인저로
경제 위기 징후 뚜렷…"금융의 기본 ‘신뢰’ 쌓아라"

위기였던 코로나19를 지나며 금융권은 자산가치의 상승 덕에 뜻하지 않은 수혜를 누렸습니다. 이제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막을 내리고 거품이 걷히자, 금융회사들은 위기관리능력 차별화에 따른 진정한 승자를 가릴 출반선에 섰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각 업권별 상황을 짚어보고 위기 돌파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추적해 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토스뱅크 홍민택 대표(제공=토스뱅크)
토스뱅크 홍민택 대표(제공=토스뱅크)

◆ 기존 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터넷전문은행들

지난 22일 소매금융업 철수를 선언한 씨티은행은 8조원에 달하는 기존 대출 고객들의 대환(貸還) 제휴 은행으로 KB국민은행과 토스뱅크를 선정했다.

우량 고객이 많은 씨티은행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주요 은행들이 치열한 ‘수’싸움을 벌여온 가운데 최근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75bp 금리 일시 인상)으로 우대금리 책정에 눈치싸움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결과는 WM분야 1위 은행인 국민은행과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걷는 핀테크 기반 토스뱅크가 선정돼 “놀랍다”는 시장 반응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작년 7월 토스뱅크 사외이사로 선임된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모종의 역할을 했을 거라는 추측이 나왔다. 한미은행 시절부터 30년 넘게 씨티은행의 한국 정착과 흥망성쇠를 함께 한 인물이고, 씨티은행의 구조조정에도 깊이 관여했던 인물이라는 평가가 설득력을 더했다.

토스뱅크 측은 “박진회 이사는 연초 개인적인 사정으로 토스뱅크 사외이사 직에서 물러난 상황이라 이번 대환 파트너 선정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씨티 입장에서는 개인금융 분야가 강한 대표 은행 한 곳과 인터넷전문은행 한 곳을 선정해 고객들의 선택권 확보와 단수 파트너 선정에 따른 잡음을 없애기 위한 결정이었을 것”이라면서 “어쨌든 인터넷 전문은행이 기존 시중은행과 나란히 파트너로 선정돼 고객 유치를 위해 경쟁하는 모습 자체가 흥미롭고, 또 얼마나 많은 고객의 선택을 받을 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합 금융 서비스를 두텁게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 오프라인 지점 거래가 편리한 중장년층의 선호 등을 고려하면 당연히 KB가 우세하지만, 50대 이상 중에도 온라인 기반 거래에 익숙한 고객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IPO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케이뱅크 서호성 행장(제공=케이뱅크)
IPO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케이뱅크 서호성 행장(제공=케이뱅크)

◆ 성장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서는 인터넷전문은행들

토스뱅크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통해 1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을 결의했다. 지난 2월 증자 후 4개월 만으로 총 세번의 증자를 통해 7000억 원을 수혈, 납입자본금 9500억 원의 회사로 외형을 키우게 된다.

2500억 원의 자본금 마련 뒤 출범과 동시에 3000억 원 증자를 단행했던 토스뱅크의 자본금 확충 속도는 가파르다. 그만큼 돈을 쓸 곳이 많다는 뜻이고 그렇게 돈을 쓰는데 투자자들이 동의할 만큼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것으로 해석된다.

작년 10월 5일 문을 연 토스뱅크는 문을 열자마자 개점 휴업상태에 들어가는 어려움을 겪었다. 대출가능잔액 5000억 원을 들고 고객을 맞이했으나 번호표를 받아들고 기다리는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신생 은행으로서 한계가 있었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전 정부는 타행과의 형평성을 거론하며 추가 대출한도 승인을 거부했다.

절치부심 올 1월 여신영업을 재개한 토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본연의 설립 목적인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에 드라이브를 걸며 5월 말 기준 전체 대출고객 중 중·저신용자 비율 35.2%를 달성함과 동시에 자체 신용신용평가모델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구조를 정착시켰다. 이미 지난 1분기 말 기준 여신 잔액이 2조5900억 원, 수신은 21조 원에 이른다.

이미 작년에 화려하게 상장한 카카오뱅크와 아직 일정이 넉넉한 토스뱅크 사이에서 케이뱅크는 마음이 조급하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자 KT의 자회사로서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대주주적격 이슈로 적지않은 기회비용을 쓰며 대주주가 BC카드로 바뀌는 등 내홍을 겪었다. 하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가상자산 사업자 업비트와의 제휴를 역전의 발판으로 삼아 고객수와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빠르게 정상 궤도로 복귀했다.

KT그룹내 금융 자회사들을 거느린 BC카드는 카드업계 내 본업에서도 점점 힘이 빠지고 있다. BC 시스템에 의존해 결제사업을 해오던 경쟁사이자 고객들이 점차 자체망 구축을 통해 이탈하고 있고, 부족한 자금 상황 속에서 무리하게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된 상황에서 자금 수혈이 시급하다. 케이뱅크 입장에서도 사업 확장을 위해 전산센터를 새로 마련하고 개발자 등 임직원 확충, 여신 확대 등을 위해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새해가 열리자 마자 케이뱅크는 IPO의 시작이라 할 입찰제안서(RFP) 발송을 통해 NH투자증권, 씨티증권, JP모건 등을 상장 주관사로 정했다.

연내 상장설이 흘러나오자 구현모 KT대표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주총에서 "올해 IPO 준비기업은 케이뱅크로, 올해 말에서 내년 초쯤 준비할 것으로 예상하며 상당한 가치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혀 기대감을 키웠다. 케이뱅크 서호성 행장 또한 지난 달 해외 IR일정을 통해 투자자들을 만나며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케이뱅크가 단 기간 내에 상장에 이를 수 있을지는 케이뱅크가 정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닌 모양새다.

당초 6월 중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연일 급락하는 시장 상황에서 아직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달 중 청구가 기대됐던 건 통상 상장에 걸리는 기간을 반년 정도로 볼 때 연래 상장을 위해 역산하면 6월 중 청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예비심사 이후 본심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이슈가 발생할 지는 알 수 없고, 또 절차상 하자가 없더라도 적정한 몸값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시장 상황에서 IPO를 강행할 지는 지켜봐야 알 일”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도 “IPO를 진행한다는 원론적인 합의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시기 등은 이해관계자와 모두 조율해야 하고, 시장 상황이 고려돼야 하기에 시기를 논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답변했다.

초심을 강조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제공=카카오뱅크)
초심을 강조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제공=카카오뱅크)

◆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형제의 악전고투

연초만 해도 기세를 올리던 핀테크기업들은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제 상황을 복병으로 맞이하고 있다.

작년에 연속으로 상장에 성공하며 시총 상위를 차지, 기존 금융회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던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골목상권 침해, 경영진 주식 단기 매도에 따른 먹튀 논란 등으로 브랜드 가치에 치명상을 입으며 주가가 급전직하했다. 그 여파로 한때 시총 TOP5에 올랐던 모기업 카카오도 6월 23일 현재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주춤하던 케이뱅크가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손을 잡고 올라오는 것을 지켜본 카카오뱅크는 가산자산 실명계좌 시장도 검토 중이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고 루나-테라 사태로 시장 분위기가 급랭하자 이마저도 부담스런 상황이다.

늘 네이버와 비교되며 ‘내수용’ 꼬리표가 붙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동남아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지만, 경제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무리한 진출을 추진하기도 어렵다.

그나마 카카오뱅크는 여신과 수신이 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카카오페이 상황은 더욱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며 온라인 결제시장에서의 우위를 누려왔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오프라인 경쟁에서 성장세를 이어갈 지 의구심이 더해지고 있다.

강력한 협력관계이자 2대주주라고 자랑해온 해외진출 파트너 ‘알리페이’는 자국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지분을 줄여 공고한 파트너십을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 위기의 시대...금융의 기본 '신뢰' 쌓아야

먼저 상장한 업계 선두주자들이 주춤하자 케이뱅크,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등 경쟁자들의 장외 주가도 연초대비 급락하고 있다. 연초 13만원대를 호가하던 비바리퍼블리카 장외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내려왔고, 2만1000원대를 기록하던 케이뱅크는 매도 호가가 1만5000원 대까지 급락했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장외시장 가치는 상장된 회사같이 정량적으로 무자르듯 평가하긴 어려우나 전반적으로 가치가 하락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며, “아무래도 IPO가능성에 따라 가치가 정해지는데 먼저 상장한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고, 올해 분이기가 무겁다 보니 좋은 평가를 받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의 기본은 신뢰고, 자산 버블의 시대에 보이지 않던 위기관리 능력이 평가받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인터넷은행들이 씬파일러(중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경제 후퇴 시기에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그리고 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일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 부임한 금감원장이 금융의 공적 기능을 강조하며 과도한 예대마진 수취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상황에서 대출 경쟁 심화 등에 따른 리스크관리 노하우는 아무래도 기존 은행들이 한 수 위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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