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한달 새 22억달러 감소... 시장 개입 실탄 부족 우려
해외직구거래액 감소하면서 카드사 시름... 수수료 부담도 커져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9.10원 오른 1371.70원을 나타내고 있다.(제공=뉴스1)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9.10원 오른 1371.70원을 나타내고 있다.(제공=뉴스1)

미국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한국 외환보유액이 한 달 사이 약 22억달러 감소했다. '외화 비상금'인 외환보유액이 또 다시 감소세를 보여 정부가 시장 개입에 사용할 '실탄'이 부족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달러로 집계돼, 전달 말보다 21억8000만달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보유액은 3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7월 반등했으나, 다시 한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외환보유액은 대외 지급결제와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경제 방파제 역할을 한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경우 정책 여력이 줄어들어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 변동성을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자산별로 보면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3949억4000만달러)은 한 달 전보다 30억9000만달러 증가했다. 특별인출권(SDR·144억6000만달러)도 7000만달러 늘었다.

하지만 예치금(179억달러)이 53억달러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 권리인 ‘IMF 포지션’(43억3000만달러)도 4000만달러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 외화자산 운용수익과 금융기관 외화예수금의 증가 등에도 불구하고 미국 달러가 약 2.3% 평가 절상됐다”라며 “이에 따라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미국 달러화 환산액이 줄어 전체 외환보유액도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지난 7월 말 기준(4386억달러)으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외환보유액이 갈수록 줄어들면 향후 원화를 방어하기 위한 실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환율이 고공행진할수록 외환당국이 달러 매도 시장에 개입할 필요가 높아지고, 환율 방어에 사용해야하는 외화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은 외환보유액이 줄더라도 과거 외환위기처럼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올라가고 있는 현상이 외환시장 유동성 문제 있고 신용도 문제가 있고 외환보유고가 부족하고 마치 1997년이나 2008년 우려와 중복돼서 나오고 있지만, 현재 상황은 우리나라 통화만 절하되는 게 아니라 달러 강세와 함께 다른 주요 국가의 환율과 다같이 움직이고 있다”면서 “과거와 달리 한국은 채무국이 아니라 순채권국이기 때문에 유동성이나 신용 위험보다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를 더 걱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반면 최근 미국 달러화 강세로 수입업자들이 고통을 겪는 가운데 국내 신용카드사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그동안 카드사들에 ‘효자’ 노릇을 했던 온라인쇼핑몰의 해외 직접구매(직구)가 감소해서다.

해외 직구 규모는 지난 2019년 3조6360억원, 2020년 4조677억원, 지난해 5조1404억원으로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증가해 왔다. 그러나 올 들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면서 해외 직구 시장도 움츠러들었다.

분기 기준 해외 직구 거래액은 지난해 4분기 1조509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 1분기 1조3714억원, 2분기 1조3021억원으로 감소했다. 해외 직구 중 절반은 아마존 등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뤄지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 이점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와 함께 국내 카드사는 해외 카드 브랜드 수수료를 내야 한다. 사용액에 비례해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가 1.0%, 아멕스가 1.4%의 수수료를 받는다. 환율이 상승할수록 제품 가격과 수수료 부담도 커지게 되는 것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올 연말 1400원을 넘어 1500원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더 오를 경우 국내 소비 경기도 위축될 가능성이 커 신용판매 부문에서 어려움을 계속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과거의 원달러 환율 상승사례와는 달리 지금의 원달러 환율은 ‘시스템 리스크’라고 보긴 어려우며, 탈세계화로 인해 '수익성이 훼손(수출 부진)'되는 문제가 반영됐다고 판단한다"며 "과거 환율 급등 사례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CDS(신용부도스와프)프리미엄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허 연구원은 "GDP 대비 대외채무 비율이 높은 것과는 달리,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대외채무 비율은 상승 리스크가 매우 제한돼 보인다"며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낮아지긴 어려워보이지만, 일부 업종에선 원화 약세 수혜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어보여 업종별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성대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환율 #달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