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의 한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건설경기가 침체되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내년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올해보다 10% 가량 감축하기로 결정하면서 건설업계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SOC 예산은 지난해 대비 5.5% 증가한 28조원이었으나, 내년에는 10% 가량 감소한 25조10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된다. SOC 예산은 지난 2017년 22조1000억원에서 2018년 19조원으로 줄었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 올해는 28조원으로 확대됐으나, 다시 줄어든 것이다.

앞서 지난 8월말 대한건설협회가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 '균형·상생발전과 글로벌 선도국가 도약을 위한 SOC 투자 확대 건의문'을 전달하며 경기 둔화 우려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내년 SOC 예산이 32조원 이상 편성돼야 한다고 건의한 바 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2023년 SOC 예산안. /자료=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기획재정부

이에 도로, 철도, 항만 등 토목 중심의 공공 발주 물량 감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건설산업이 경제와 일자리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고려해 공공 규모를 줄인 대신 민간투자사업 활성화에 힘을 싣겠다는 입장이나, 해외 사업 진출이 용이하고 신사업 등 다른 대안이 있는 대형 건설사들만 위기를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은 SOC 사업이 줄더라도 해외 인프라 사업이나 다른 신사업 등으로 사업 전개가 가능하나 소형 건설사 등 국내 사업 비중이 큰 곳은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편성을 다시 해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SOC 예산 감액으로 인해 내년 지자체 발주 공공 건축 사업들은 많이 위축될 것 같다"며 "물가를 비롯한 여러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감액 배경은 이해되지만 10%는 과도한 것 같아 1조원 내외에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원자재값 상승 및 공사비 인상, 인력 부족 등을 겪는데다 미분양 등으로 주택사업에서도 불황을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토목사업 마저 발주가 줄어들면서 건설업계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건설사들은 미분양 물량 급증으로 주택사업에서 도산 위기를 겪고 있다. 실제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에만 8개의 건설사가 도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 일반분양에서 임대사업으로 전환을 검토하는 사업장도 증가하고 있다. 임대사업의 경우 주택도시기금 융자와 임대보증금을 받아 사업비 조달이 가능한데 따른다.

그러나 최근 임대보증금(전세) 또한 신규 분양 가격 수준으로 높아졌고 즉시 입주가 가능한 신축 물량과 전매 제한 기간이 끝나 거래가 가능한 물량도 많아 임대 수요를 장담할 수 없어 수익 증대는 불확실하다.

권주안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 확대 기조로 긍정적인 매출 여건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었던 주택시장은 수요 위축으로 인한 공급 여건 악화로 안정적 매출 기회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정부의 SOC 예산 감축도 건설활동 위축을 심화시킬 수 있어 토목, 건축 등 전문건설의 모든 영역에서 전방위적 영업 여건 악화가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SOC 예산 감축에 대해서는 건설관련 협회 차원의 접근과 선별적 예산 증액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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