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임채운 교수, “아직은 초기…기회와 리스크 양립”
한국형ESG, 전사적 · 전방위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6일 오후 명동 대신경제연구소 5층 강당에서 'ESG경영은 지속 가능한가'를 주제로 발표중인 서강대학교 임채운 교수((사진=스트레이트뉴스)
6일 오후 명동 대신경제연구소 5층 강당에서 'ESG경영은 지속 가능한가'를 주제로 발표중인 서강대학교 임채운 교수((사진=스트레이트뉴스)

ESG경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ESG에 대한 개념적 정립과 이론적 뒷받침이 부족해 각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이를 활용해 기업의 성과와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리스크 관점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ESG가 시장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전에 미리 준비하고 연습해야 할 시기라는 의견이다.

6일 오후 대신경제연구소가 주최한 제4회 대신경제연구포럼에 주 발제자로 참석한 서강대학교 임채운 교수는 ‘ESG경영은 지속가능한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ESG경영이 출발점들이 다른 여러가지를 모아 만든 개념이고 경영 전략, 재고관리, 환경보존 등의 개념이 뒤섞에 나온 개념이라 ESG활동의 구체성이 결여되고 모호성이 짙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단순히 회사가 ESG위원회를 조직하고 ESG활동이라고 일컬어지는 활동을 했다고 해서 점수를 얻는 것이 옳은 것이냐?”고 물으며 “결국 성공한 기업들을 분석해보니 ESG를 잘하더라는 식으로 후행적 분석이 이뤄지고 이를 예측할 수 있는 사전적 모델 제시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현재 ESG라는 모델을 통해 새로운 기업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요인과 ESG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을 경우 기업이 져야할 리스크 사이에 놓여있다”며, “미국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라는 모호한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ESG 개념을 원용해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데 활용하는 등 ESG가 가진 개념적 모호성이 악용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특히 임채운 교수는 재무적 성과와 비재무적 성과(ESG성과)를 중심으로 ESG의 개념적 한계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대립적 관계’로 ESG를 투자라기 보다는 지출로 봐, 재무성과를 오히려 낮추기 때문에 양립 불가능하다고 보는 관점이다.

두 번째는 ‘독립적 관계’로 ESG활동이 재무성과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시각이다.

세 번째는 ‘순차적 관계’로 관련 부서에서 이행하고 재무적인 성과를 낸 다음 여력이 있으면 한다는 이론이다.

그 다음 ‘구성적 관계’는 양자가 합쳐져야 하나의 완성을 이룬다는 접근법으로, 기업의 장기 지속가능성은 각각의 성과가 합쳐질 때 가능하다는 가설이다.

마지막으로 ‘상호작용관계’는 재무적 성과와 ESG성과는 양의 관계가 있어 한쪽이 좋아지면 다른 한쪽이 좋아져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임교수는 전통적 관점인 대립, 독립, 순차적 관계와 ESG경영 관점의 관계인 구성적, 상호작용 관계가 맞설 때 어떤 선택을 해야하며, 낮은 재무성과와 높은 ESG성과의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는 어떠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남는다고 말했다.

더불어 특정 분야는 잘하지만 다른 분야는 약한 기업과 고루 문안한 점수를 얻은 기업의 평균 ESG 점수가 같을 때 어떤 기업을 좋은 기업으로 봐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은 이론적 토대가 아직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ESG경영을 통해 성과를 얻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관련 리스크에 노출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순간이라는 말로 ESG경영이라는 화두가 가져온 상황을 정리했다.

토론자로 나선 안상희 한국ESG연구소 책임투자센터장은 “지난 2021년 3분기 30대 그룹 소속 상장기업의 이사회 안건 중 ESG, 환경, 지배구조 등의 안건이 상정된 비중이 3.82%로 지난 2020년 중 0.63%에 비해 늘어났다”면서도 “2021년 3월 정기주주총회 전후에 ESG위원회 신설 및 관련 규정 제정 건 중심으로 안건이 상정되는 등 실질적인 ESG 안건 상정으로 이사회를 통한 활발한 움직임인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키움투자자산운용 박세원 ESG전략팀장은 PWC가 유럽 투자자를 대상으로 올해 6월 조사한 결과, ESG펀드의 비중은 전년 말 37%에서 2025년 46~56% 사이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ESG ETF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33.3%에서 43%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관투자자들은 66%가 Non-ESG펀드에 대한 투자를 2023년 말까지 중단할 계획이고, 개인투자자들은 50.2%가 Non-ESG펀드에 대한 투자를 2023년 말까지 중단할 계획이며, 자산운용사의 72%가 2024년까지 ESG를 고려하지 않는 펀드 론칭을 중단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ESG경영의 한계와 제약(출처=대신경제연구소 포럼 자료)
ESG경영의 한계와 제약(출처=대신경제연구소 포럼 자료)

임채운 교수는 “ESG경영의 도입 과정이 성과에 대해 보상이 지급되는 방식이 아니라 활동이 저조할 경우 처벌이 과중되는 부정적 규제 중심으로 유도한 것이 문제였다”며, “재무성과 등 다른 경영성과가 우수해도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한 요소에서 치명적 오류가 발생하면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에 한국형 ESG경영은 전사적, 전방위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SG경영은 단기적 유행을 넘어 장기적 대세로 지속 발전이 예상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하고 연습해야 ESG가 시장에서 실질적 영향을 미칠 때 대응할 수 있다”며, “기업들은 산업별로 가치사슬의 여건에 맞춰 ESG의 어떤 성과를 어느 정도 추구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단계적으로 발전시키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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