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GM(제너럴모터스)가 합작한 얼티엄셀즈의 오하이오주 1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과 GM(제너럴모터스)가 합작한 얼티엄셀즈의 오하이오주 1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전기자동차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완성차업체와 배터리업체간 글로벌 파트너링이 활발해지고 있다.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배터리'가 되면서 완성차업체는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배터리업체는 협력을 통해 고정 수익을 창출하고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국내 배터리3사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일본 혼다와 합작법인 'L-H Battery Company'를 설립했다. 양사는 지난해 8월부터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크게 떠오르고 있는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합작사 설립을 논의해 왔다.

혼다는 북미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공급망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현지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미국 내 대규모 생산기지를 확보한 LG에너지솔루션과 손을 잡기로 결정했다.

합작법인 L-H Battery Company는 다음달 미국 오하이오주 제퍼슨빌에 신규 공장 착공을 시작해 2024년 말 완공, 2025년 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합작법인을 통해 생산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는 북미 혼다 공장에 독점적으로 공급된다.

양사는 합작공장에 44억달러(5조4000억원)를 투자한다. 합작공장의 생산능력은 40GWh 규모로, 순수 전기차 50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배터리를 생산한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19년 미국 GM(제너럴모터스)와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해 오하이오·테네시·미시간주에 각각 1·2·3공장을 지었으며, 지난해 3월에는 미국 스텔란티스와 캐나다에 합작법인 '넥스트스타 에너지'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파트너링 시장을 주도해오고 있다.

SK온과 포드 합작인 블루오벌SK의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SK온 제공
SK온과 포드 합작인 블루오벌SK의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SK온 제공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온도 지난해 미국 포드와 손잡고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출범했다.

SK온과 포드는 114억 달러를 투자해 켄터키와 테네시주에 총 129GWh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3개를 짓는다. 2기로 건설되는 켄터키 공장은 미국 단일 부지 기준 최대 생산 규모(86GWh)로, 이는 105kWh 배터리를 탑재한 포드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을 연간 약 82만대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1공장은 2025년, 2공장은 2026년 배터리 셀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테네시 지역에 짓고 있는 공장까지 합치면 120만대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SK온이 지난해 3월 포드, 튀르키예 코치그룹과 함께 튀르키예 앙카라 지역에 짓기로 했던 배터리 합작 공장은 철회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해당 공장을 LG에너지솔루션이 맡게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SDI의 헝가리 괴드 배터리 공장 조감도. 삼성SDI 제공
삼성SDI의 헝가리 괴드 배터리 공장 조감도. 삼성SDI 제공

삼성SDI는 최근 BMW와 헝가리 괴드 지역에 3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다. 3공장은 앞서 지은 1·2공장 인근에 지어질 예정이다.

3공장은 BMW 전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합작법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SDI가 3공장에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셀을 생산해 공급하면 BMW는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에서 전기차 플랫폼에 배터리를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BMW는 데브레첸 공장에 20억 유로(약 2조76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배터리 조립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이곳에서 BMW의 전기차 플랫폼 노이에 클라세에 들어가는 원통형 배터리 셀을 금속 프레임인 배터리 하우징에 조립하는 공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SDI는 지난 2017년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헝가리 괴드에 30GWh 규모 배터리 1공장을 준공했고, 이후 1조원을 투자해 2공장을 건설했다. 이번에 짓는 3공장이 기존 공장과 비슷한 생산량으로 건설된다면 역시 투자금은 1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삼성은 2009년 BMW와 전기차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13년간 협력을 지속해왔다. 신뢰 관계를 꾸준히 구축해 양사간 전기차 협력 강화를 이어오고 있다는 평이다.

이밖에 삼성SDI도 지난해 미국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세워 미국 첫 공장을 짓기로 확정했고 볼보 등 다른 완성차업체와도 협력을 지속해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완성차업체와 배터리업체간 협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가 증가하는 전기차 시장의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다.

배터리를 전기차의 하나의 부품으로만 생각하던 예전과 달리 최근 완성차업체는 양질의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파악한 상태다. 배터리업체들도 공급처를 확보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야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들이 시장 공략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함께하고자 나서는 움직임은 전기차 수요 증가 속에서 꾸준히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가운데 국내 배터리3사가 품질과 납기가 보장되고 적극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곳으로 꼽히면서 완성차업체들로부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업체들이 안정적인 수율을 바탕으로 고객사가 원하는 물량을 적시에 가져다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국내 배터리3사는 안정적인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편"이라며 "향후에도 배터리3사의 완성차업체와 협력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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