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1차 세미나, 업계 목소리 ‘봇물’
서울대 채준 교수 “증권사 몇백억 까먹었다 홍콩 철수 마인드 아쉽”

제1차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 토론에 참석한 업계, 학계, 당국 관계자들(사진=장석진 기자)
제1차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 토론에 참석한 업계, 학계, 당국 관계자들(사진=장석진 기자)

금융위와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개최한 '제1차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학계 등에서 자성과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지난 13일 금융산업 글로벌화 TF의 후속으로 열리는 릴레이 세미나의 첫 순서를 맞아 업계의 요청이 쇄도하자 이윤스 금융위 자본시장 국장은 일일이 답변에 나서며 진땀을 뺐다. 사회를 맡은 신인석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각 패널의 발표 시간을 계속 통제해야 할 만큼 토론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업계 대표로 첫 발표를 맡은 장원재 메리츠증권 사장은 “금융투자업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위험을 감수(Risk taking)하며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안정되고 정형화된 대규모 딜을 하는 제1금융권과 증권사의 역할은 확실히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사장은 주말 사이 문제가 불거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언급하며 “SVB가 특정 산업군의 단기 펀딩을 받아서 특정 섹터에 편중됐기 때문에 위기가 왔을 때 자산 270조원의 은행이 금방 부실화됐다”며 “우리나라도 2022년 부동산 PF ABCP 사태 당시 단기 펀딩을 통해 장기 투자에 나서는 위험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자본은 구조화되기 쉽고 리스크가 복잡해 시장에서 안정적인 펀딩이 어려워 정책 금융기관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며 그 예로 담보부대출, 유동화된 것에 대해 레포(Repo)를 할 수 있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메리츠증권의 종금사 시절 경험을 언급하며 “자기자본 4조 이상의 종투사에 대해서 발행어음 인가를 해주고 있으나, (SVB사태에서) 예금자보호가 안되는 자금이 얼마나 빨리 빠져나갈 수 있는가를 보면 발행어음은 안전한 것인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며 “종금사 시절 발행어음에 대해 예금자보호 있었는데 발행어음 예금자보호 적용에 대해 검토해볼만 하다”고 제언했다.

장 사장은 마지막으로 “기존 비즈니스가 다변화돼 있지 않으면 손실 감내 어려워 금융투자회사는 다변화된 수익원 확보가 필요하다”며, “업권 내 칸막이를 없애 겸영을 확대하고, 다른 금융업권이 할 수 있는 일을 금투업에 허용해야 하고, 개인여신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풀어주면 안정적인 수익을 통한 모험자본 공급의 바탕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마이크를 받은 KB증권 박정림 사장은 성장성, 수익성, 확장성, 사회적 책임 등 4가지 관점으로 제언을 이어갔다.

박정림 대표는 성장성 측면에서 “IB는 자본력의 싸움이고 대형화가 필요한데 증권사들은 약간의 기술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부동산 PF, ELS 헷지 운용, 브로커리지에 아직도 치중하고 있다”며, “글로벌IB로 가기 위해선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KB증권이 작년 ECM, DCM, M&A, 인수금융 등 IB 주요 부문에서 1위를 석권한 ‘쿼드러플 크라운’ 달성에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20위 증권사에도 들지 못하는 등 분발이 필요하다”고 자성했다.

그러면서 “ROE 15% 수준에서 수익 3조를 만들려면 자기자본이 20조는 돼야 하는데 현재 그런 증권사는 없다”며 “8조면 할 수 있는 IMA 업무가 (4조면 할 수 있는) 발행어음 업무보다 수익성 있는 업무냐?”고 되물었다.

증권사가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전향적으로 (라이선스를) 풀어줘야 하고 증권사들은 스스로 은행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익성과 확장성 관점에서 박 대표는 해외진출 시 우리 증권사들도 국가적인 레버리지(지렛대) 도움을 받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이머징 마켓에 나가 SOC 투자시 산업은행이나 연기금 나갈 때 증권사가 같이 나가서 발을 담글 수 있어야 한다”며, “인도네시아 국영은행 자회사인 증권사들이 IB업무를 맡는 것을 보았는데 우리도 증권사들이 IB에 발을 담글 수 있도록 당국과 금투협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SOC, 탄소배출권 등의 비즈니스를 하려면 먼저 선물시장 생겨야 리스크 헷지가 가능하다”며, “글로벌 선진국 지수 편입과 은행 협업 통해 플랫폼 영업 기회를 늘리고 TF를 통해서 증권사가 할 수 있는 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박 대표는 “단순한 기부 외에 고객에게 최적의 투자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ESG”라며, “투자자 중심으로 관햄을 개선하고 고객이 모르는 금융용어를 고객이 쉽게 이해하는 고객의 언어로 설명하는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고객 경험 최적화를 위해 오프라인 지점 뿐 아니라 UI,UX 등 인터페이스 개선을 통해 고객에게 도음되는 세상의 모든 것을 증권 MTS에서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해외진출에 있어 독보적인 경험을 가진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준용 멀티운용총괄 사장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준용 사장은 “자산운용사 글로벌화의 핵심은 대형화와 글로벌화”라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년전부터 13개 국가에 뮤추얼펀드와 ETF 운용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 사장은 “해외진출시 검토의 3가지 기준으로 ‘지역 성장성, 자본시장 활성화, 금융자산의 누적 정도’를 본다”며, “미국, 호주, 캐나다 등에선 현지 운용사 M&A로 성공했고, 인도에는 2006년 진출해 모든 해외사가 철수했지만 현재 인도 9위 운용사로 성장해 미래에셋자산운용 해외법인 중 상당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성공의 조건으로 이 사장은 “기본적으로 자본금의 규모가 중요한데,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법인은 자기자본 2.7조원, 해외법인은 1.1조원에 이른다”며 “이익이 발생하면 배당 안하고 유보를 통해 투자를 이어온 것이 해외 성장의 기초가 됐다”고 밝혔다.

이렇게 대형화가 가능하기 위한 제도적 유인책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다.

이 사장은 “퇴직연금 비즈니스가 중요한데 은행, 증권사, 보험사 중심으로 가고 있어 시장에서 운용사가 배제된 느낌”이라며, “퇴직연금디폴트제도 도입시 퇴직연금 사업자의 목소리가 들어가 원리금 상품이 다 들어갔는데 이는 운용사의 역할이 배제된 결과”라고 말했다.

ESG와 관련해서 이 사장은 “(기업의) 이익추구가 ESG가 될 수 있도록 시장에서 상품과 제도를 만들 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미래에셋이 맨처음 만든 뮤추얼펀드가 현재 잘 안되는 이유는 장기투자 문화가 형성이 안됐기 때문”이라며, “뮤추얼펀드는 비용이 많이 들어 대규모가 돼야 운용이 가능한데 고객들은 개인화된 서비스를 원하는 것도 한 이유”라며 투자자들의 투자문화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 자산운용사 대표로는 최만연 블랙록자산운용 대표가 나섰다.

최만연 대표는 “한국에는 자산운용업 규제가 많아 절대적인 규모 자체가 크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국내 금융시장 자체의 캐파(규모)가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만큼 돼야 하고, 그 과정으로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국내에 와서 더 많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사에서 근무하던 인적자원들이 국내 운용사로 왔을 때 또는 함께 협업할 때 좋은 자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글로벌 운용사가 (한국에)진출해야 할 유인이 굉장히 부족한 게 사실이고 실제 들어온 운용사들도 철수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운용사들은 현재 본사 상품의 단순 지원업무만 할 수 있어 이른바 플라이 인, 플라이 아웃(Fly in, Fly out, 먹튀)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은 실체가 없고 한국사람의 고용도 없어 문제지만 블랙록 같은 경우는 법인세도 내고 국가 경제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본시장법 280조에 따라 투자매매업자나 투자중개업자를 통해야만 상품을 팔 수 있는 등의 제약을 거론하며 기관투자자들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국내 금융 노하우도 쌓일 수 있다는 점을 힘주어 말했다.

그러기 위해 개인과 달리 전문가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 제한은 풀어줘야하고 국내 라이선스 보유 외사의 경우 크로스보더 등의 비즈니스와 국부펀드, 연기금, 공제 등의 경우 유인책을 줘야한다고 제언했다.

인프라를 담당하는 양태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본부장은 그간의 거래소 글로벌화에 대해서 요약 소개했다.

양태영 본부장은 “거래소는 2005년 거래소 통합 이후 글로벌화에 노력해왔는데 대표적으로 2007년 최초 외국계 기업 상장을 시작해 현재 22개까지 상장돼 있다”며 “상장된 외국계 기업의 비중은 0.9% 수준에 불과해 글로벌 눈높이에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 “해외시장에서 딜을 가져오고 그 과정에서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는데, 우리 시장은 벨류에이션(기업 가치평가)이 외국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쳐 외국기업 입장에서 우리 시장에서 자금조달할 유인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본시장 인프라 수출도 다각도로 노력해왔음을 소개했다.

양 본부장은 “공시, 시장정보, Surveilance 등 시스템을 수출함과 동시에 외국거래소 시스템을 구축해주면서 지분 확보에 노력해 라오스 거래소 49% 캄보디아 거래소 45% 등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는 동남아에서 우리의 시스템 운영 모델이 확산되고 업계가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한국이 강점이 있는 바이오나 헬스케어, IT 등 벨류에이션에 유리한 업종 중심으로 해외기업 IPO를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SG가 피할 수 없는 대세인 만큼 수용성 있는 안도 다각도로 마련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업계의 이야기에 서울대 채준 교수가 직설적인 화법으로 답답함을 토로하자 좌중에 파안대소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채준 교수는 비즈니스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영어실력이 부족한)지금 상태에서는 금융허브는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특히 경영진의 글로벌 마인드 결핍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채 교수는 “모 증권사가 과거 홍콩에 진출해 몇 년동안 몇백억을 까먹었다고 들어오는 사례가 있었다”며 “탑매니지먼트의 글로벌 지향점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금융소비자라는 표현도 부적절하다”며 “다 보호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뉴노멀(New Normal) 이슈와 관련해서는 “ESG경영도 결국 지속가능해야 하는데 회사의 목표와 ESG 경영이 일치(Align)해야 가능하다”며, “ESG 잘하는 회사의 비즈니스가 잘 돼고, 고객의 의식이 그렇게 바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세미나 현장의 기자들을 향해서도 “국민연금 수익률에 대해 말할 때 수익률 자체로만 말해서는 안된다”며, 리스크를 적게 지기 때문에 변동성이 적은 상황에 대해 지적하지 않고 숫자만 가지고 논하는 우를 범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어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를 하나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며, “금융이 바뀌기 위해서는 금융을 둘러싼 사법제도, 교육제도(투자자인식) 등 모든 것이 바껴야한다”며, “(우리 금융이) 네거티브규제(열거식이 아닌 포괄적 허용 후 안되는 것만 규제)로 가지 못하는 이유는 내부자거래, 주가조작 등 잘못된 일에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증권범죄에 대한 사법적 제재의 수위를 높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나선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 국장은 “금융위의 책임이 2할 정도에 그칠 것으로 생각하고 나왔는데 오늘 듣고 보니 4~5할은 되는 것 같다”며 쏟아져 나온 의견 하나하나에 답했다.

이윤수 국장은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준비가 된 역량있는 회사가 나가야 한다”며, “한번 나가면 라이선스 비즈니스라 철수도 어렵고, 철수하면 다시 진출도 안된다”고 말했다.

SVB이슈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증권금융이라는 금투업의 중앙은행이 있어 리스크관리가 잘 돼 있고, 한국은행의 지원(Back-Up)이 있다”며, “유동성 지원이 있었다면 SVB도 위기를 넘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KB증권 박정림 사장이 제안한 증권사와 정부의 해외 동반 진출 방안,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준용 사장이 언급한 자산운용사 대형화에 대해서도 고민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이준용 사장이 제기한 디폴트옵션 불만에 대해선 “자산운용업계 불만을 이해한다”며, “한발 내딛은 것에 의미를 두고 과거보다는 리스크선택 비중 늘어날 수 있어 운용사에서 실력으로 보여달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이 나왔다.

최만연 사장에게는 “해외사 역차별 없도록 살펴보겠다”고 말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해준 이유는 해외진출을 염두에둔 포석”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아시아시장 진출을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해 기대감을 갖게 했다.

이어 정책의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 국장은 “금유의 허브화는 금융만 가지고 안되고 교육, 사회 등 여러가지와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불공정거래 사법처리 문제에 대해 그간 부당이득이 얼마냐에 따라 차등 산정할 때 검사가 입증해야 했는데, 부당이득 산정반영이 법제화되며 주가조작을 한 자가 입증해야 하는 것으로 바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처리 갈때까지 시간이 걸리니 과징금 제도를 통해 증선위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법안소위에서 가고 있어 금년 중 처리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주가조작 한 자는 자본시장 참여를 아예 못하고, 상장사 임원도 못하도록 바꾸고 있다”는 설명도 더했다.

앞으로 남은 2~5차 세미나에 대한 주제도 공개됐다.

2차 세미나에선 글로벌 영역 확대, 3차에선 뉴노멀 대응, 4차는 고객만족도 제고, 5차에서는 리스크, 대형화, 특성화, 부동산PF 및 신탁, 금융투자사 책임경영, 성과보수체계 개편 등이 다뤄질 전망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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