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및 부동산 PF 연체율 급등…대손충당금 늘어
금리 경쟁력 유지 위한 이자비용 2배…대환대출 압박

저축은행중앙회 표지석(출처=연합뉴스)
저축은행중앙회 표지석(출처=연합뉴스)

전년 1분기 5조6000억원의 순익에서 올해 1분기 7조원대의 순익을 기록한 은행권과 달리 주요 저축은행들이 1분기 실적이 급락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탈하는 고객을 잡기 위해 더 높은 수신금리를 제공하려 이자비용이 급등한 가운데 대출 및 부동산 PF 연체율은 급등해 대손충당금이 늘어난 탓이다. 불과 십여분 만에 대출 갈아타기가 가능한 대환대출 시작까지 전방위 압박에 저축은행이 신음하고 있다.

5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 공시에 따르면, 자산규모 기준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은 378억원으로 전년 동기(1711억원) 대비 78%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 기준 자산규모(15조8305억원) 1위인 SBI저축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3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901억원) 대비 -864억원(95.9%)을 기록했다.

자산규모 3위(8조9718억원)의 한국투자저축은행(137억원)과 4위(6조7820억원)인 웰컴저축은행(81억원)도 동 기간 순이익이 각각 35억원(-20.3%)과 189억원(-70%) 줄어 137억원과 81억원에 그쳤다. 자산규모 5위(6조347억원)의 페퍼저축은행은 작년 1분기 순이익이 101억원에서 올해 1분기 -253억원을 기록 적자 전환했다.

유일하게 1년 새 이익이 늘어난 곳은 자산규모 2위(14조1763억원)인 OK저축은행(376억원)으로, 작년 1분기(267억원)와 대비 순이익이 109억원(40.8%) 증가했다.

주요 저축은행들의 순익 급감의 배경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붙어 이자비용은 늘어난 반면 차주들의 연체율이 올라가며 부실가능성이 높아져 대손충당금을 더 쌓으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지속 상승의 영향으로 제1금융권의 수신금리도 덩달아 상승하자 저축은행에 돈을 맡긴 고객들의 이탈이 가속화된 가운데, 제1금융권에서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을 받지 못한 저신용 고객들이 저축은행으로 몰려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하강 속 상환능력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떠나는 고객을 잡기 위해 지난 1분기 톱5 저축은행이 지출한 이자비용은 6822억원으로 전년 동기(3298억원)대비 106.85% 많아 두배를 넘어섰다.

이를 반영, 1~5위 저축은행의 1분기 대손충당금은 약 2조591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약 2조3103억원) 대비 12.2% 늘었다. 여기에 당국이 저축은행의 한도성 여신(일종의 마이너스통장) 신용환산율을 기존 20%에서 올들어 30%로 높이면서 확정적인 부실이 아니면서도 잠재적 부실로 보고 대손충당금으로 쌓는 비용이 커져 저축은행들의 부담이 커졌다.

톱5 저축은행의 지난 1분기 평균 연체율은 4.8%로 작년 동기(2.57%) 대비 약 두배 수준인 2.24%p나 올랐다.

1분기 연체율의 각 사별 현황을 살펴보면, 1위인 SBI저축은행이 3.36%(+1.8%p), 2위인 OK저축은행이 6.83%(+2.76%p), 3위인 한국투자저축은행이 3.61%(+2.36%p), 4위인 웰컴저축은행이 4.42%(+2.62%p), 5위인 페퍼저축은행이 5.82%(+3.4%p)다. 전반적으로 자산순위가 내려올수록 증가율이 더 가팔라지는 형국이다.

업계 전체로 보면 79개 저축은행들은 1분기 총 5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 4561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처차한 수준이다. 저축은행 업계 전체로 순손실은 2014년 2분기 이후 9년 만이다. 업계 전체 연체율도 5.1%를 넘어 1년새 1.7%p 상승했다.

금융업권별 부동산금융자산 비교.저축은행들의 PF대출 규모가 더 작아 위험성이 높다(출처=한신평)
금융업권별 부동산금융자산 비교.저축은행들의 PF대출 규모가 더 작아 위험성이 높다(출처=한신평)

여기에 또 다른 위협이 있다. 제2금융권에 드리우는 부동상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다.

지난 1분기 상위 5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대출 연체액은 1157억원으로, 전년 동기 494억원 대비 661억원(+133%)이나 늘어났다. 특히 OK저축은행의 경우 5개사 연체액 합계의 절반이 넘는 648억원으로 전년 1분기 290억원 대비 123%나 증가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증권사나 캐피탈사와 달리 금융당국으로부터 차주가 20%의 자기자본 조달의무를 지도록 돼 있어 역설적으로 상대적 규모가 작은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며, “그 결과 프로젝트의 부실 가능성이 증권사와 캐피탈사 사업보다 더 높아 부동산 경기가 불황시 리스크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실제 캐피탈사나 증권사는 PF대출규모가 건당 100~300억 수준이지만, 저축은행은 건당 30억원 수준이다. 본PF 전 단계에 투자해 리스크가 더 큰 브릿지론의 경우에도 대출규모가 증권사나 캐피탈사는 건당 평균 50~100억원 수준이지만 저축은행의 경우 건당 40억원에 그친다.

톱5 저축은행 중 한 곳의 관계자는 “상위사들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PF대출 잔액 비중이 적게는 한자릿 수에서 최고로 높은 회사도 90%대 수준이라 100%에 미달하고 있다”며, “각사들이 과거 저축은행 사태의 교훈을 잊지 않고 있는 만큼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대손충당금도 이에 대비해 충분히 쌓는가 하면 당국에서도 일부 리스크가 있는 사업장에 대한 PF사업 정상화를 위해 자금지원, 기한이익 부여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등 상호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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