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 변화에 동남아 등 신시장 개척 나선 보험사들
IFRS17, IFRS9 등 회계제도 변경 따른 포트폴리오 관리 중요

코로나19만 끝나면 모든 게 좋아질 거란 기대는 지난 5월 기준 한국경제가 15개월 연속 적자, 8개월 연속 수출 감소를 보이며 헛된 기대였음이 확인되고 있다. 한국경제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는 외부 및 내부 모두 1% 초중반에 그친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쉽게 꺾이지 않아 스테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성장에 기대 호황을 누렸던 시간을 뒤로 하고, 미중 갈등의 파고 속에 수출기업들이 시계 제로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줄어드는 인구에 내수시장 확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G8을 기대하는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서비스업, 특히 금융이 영미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총 5회에 걸쳐 한국금융이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남은 숙제와 향후 방향에 대해 들여다본다.<편집자 주>

29일 영등포 굿네이버스 본사에서 (왼쪽부터)우리카드 박완식 사장,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회장, 금융감독원 이복현 원장, 소상공인연합회 오세희 회장, 굿네이버스 김중곤 사무총장이 카드업계 상생금융 1호 출시를 기녕하는 모습(제공=우리카드)
29일 영등포 굿네이버스 본사에서 (왼쪽부터)우리카드 박완식 사장,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회장, 금융감독원 이복현 원장, 소상공인연합회 오세희 회장, 굿네이버스 김중곤 사무총장이 카드업계 상생금융 1호 출시를 기녕하는 모습(제공=우리카드)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은 경기 침체기에 취약계층에 대한 자금공급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노력해주십시오”

29일 영등포구 굿네이버스 회관에서 열린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굿네이버스 후원금 전달식’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한 말이다.

◆ 금융권 상생압박…카드사에도 시작되나

이날 행사는 우리카드가 2200억 원 규모의 상생금융안을 발표하는 자리로 금감원장을 초대하는 형식을 빌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회장이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과 함께 참석해 카드사 차원을 넘어 그룹 차원의 결정임을 암시했다.

행사장에서 이 원장은 비 올 때 우산 뺏기를 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최근 제2금융권이 연체율 상승으로 인해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지만 합리적인 여신 심사를 통해 서민 자금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카드의 이날 행사는 업계에 사전에 알려지며 귀추가 주목됐었다. 최근 이어지는 감독원장의 금융회사 방문 행보때마다 상생안이 나왔는데 카드업계에선 금융위원장 출신이 회장으로 있는 우리카드에서 어떤 안을 내놓는지에 따라 키높이 맞추기 식 지원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우리카드는 이날 저소득층 대상 신규대출(800억원), 영세·중소가맹점 카드 이용대금 캐시백(100억원), 연체차주 저리 대환대출·채무감면(1300억원), 가맹점주 대상 상권분석·마케팅 서비스 등 총 2200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제시했다.

특히 이 원장이 “은행, 보험 뿐만 아니라 카드, 금투 등 다른 업권에서도 금융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상생 금융상품이 개발되길 기대한다”고 말해 공이 카드와 금투업계로 넘어왔다는 업계 평가가 나온다.

금융지주들이 2분기에도 전년 대비 소폭 오른 실적을 시현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실질적인 이익은 은행들이 내고 있다. 보험사들의 경우 1분기 대폭 강화된 실적을 시현했지만 이는 올해부터 시행된 신 회계제도(IFRS17)에 따른 일회성 착시현상이라는 평가가 많다.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자 감독당국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 2분기 이후 다시 실적 조정의 가능성을 남기고 있다.

증권사들의 경우 1분기 지수 상승의 여파로 브로커리지 등에서 호실적을 내며 잠시 반등의 여지를 보였지만 카드사에는 이렇다 할 호재 없이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실적이 뒷걸음쳤다.

롯데 LOCA365 카드. 생활편의 할인이 많아 상반기 가장 인기를 끌었다.(출처=롯데카드)
롯데 LOCA365 카드. 생활편의 할인이 많아 상반기 가장 인기를 끌었다.(출처=롯데카드)

◆ 금융권 유일 1분기 실적 뒷걸음질 친 카드업계

지난 1분기 카드사들의 순이익은 57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4%나 감소했다. 반면 이자비용과 대손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9%와 51%씩 늘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해외여행수요 급증 등 카드이용 실적 확대 분위기에 따라 카드사들은 카드채 발행에 나서고 있지만 야속하게도 금리는 당분간 내려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잠시 멈춘 상태지만 연내 두 차례 정도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연준의 발언에 신뢰도가 떨어질 때마다 파월 의장이 매파적 발언으로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1금융권과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고객들이 카드사로 넘어와 단기성 대출인 현금서비스와 장기성 대출인 카드론 이용을 늘이면서 연체율 상승에 따른 리스크관리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연체율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카드사들의 신용등급이 낮아지게 마련이고 이는 카드채를 발행해야 하는 카드사 입장에서 더 높은 금리로 조달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우리금융이 당국의 눈높이를 잘 맞추면서 금일 행사를 선제적으로 이끈 것으로 안다”며, “카드사들은 단순히 경기 이슈가 아니더라도 업권 자체의 과도한 경쟁과 핀테크와의 경쟁 및 플랫폼 진입 이슈, 조달금리 압박, 빅데이터 경쟁 등 총체적 위기상황인데 여기서 상생금융 확대까지 짐이 더해져 울상”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전통적으로 신한카드가 압도적 1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삼성그룹의 지원을 업은 삼성카드가 뒤를 쫓는 그림이다. 여기에 금융그룹 시너지를 발휘해온 KB카드가 3위권을 형성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과 함께 KB카드와의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MZ세대 고객들을 잡기 위해 플레이트 디자인에 개성이 더해지고 있다. (출처=신한카드)
MZ세대 고객들을 잡기 위해 플레이트 디자인에 개성이 더해지고 있다. (출처=신한카드)

◆ 애플페이 등장…삼성페이 자극 ‘카드업계 수수료’ 부담

2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현대카드가 단독으로 애플페이를 출시하며 젊은 사용자들을 등에 업고 신규 회원들을 흡수하면서 5월 기준 업계 3위로 올라선 상황이다.

업계가 선의의 경쟁 속에 활기를 띄는 듯 보이지만 속으로 곪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대카드의 경우 애플페이 단독 출시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신규 고객 확보에는 성공하고 있으나 하반기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신규로 애플페이와 협력에 나서면서 서비스 카드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아직은 애플페이를 이용하려고 해도 단말기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 편의점이나 커피프렌차이즈 등 일부 매장을 제외하곤 여전히 이용에 불편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카드로서는 이 단말기 비용으로 얼마를 치르고 있는지 업계에서는 정확히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단독 유치의 여세를 몰아 코로나19 시기 중단됐던 ‘수퍼콘서트’를 최근 초대형가수 ‘브루노 마스’를 초빙해 성공적으로 치르며 다시 마케팅에 불을 지피고 있다.

다만 애플페이의 상륙은 엉뚱한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별도의 수수료를 징구하지 않던 삼성페이였지만, 애플페이가 결제건당 0.15%의 수수료를 카드사에게 부과하자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 부과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신 카드사와의 공동마케팅 지원으로 상생 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지난 2015년부터 삼성페이를 서비스하는 삼성전자는 지난 달 카드사들에게 기존에 관행처럼 이어오던 삼성페이 관련 계약 자동 연장 종료를 통보해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애플페이가 도입된 이상 단말기 종속도가 높은 서비스 구조상 삼성만 수수료를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가뜩이나 페이업계와의 수수료 문제가 민감한데 혹을 하나 더 달게 됐다”며, “같은 수준(0.15%)의 수수료를 적용한다면 카드사들의 부담액이 연 700억원 수준인데 정률 방식이 될지 슬라이딩 방식의 차등방식이 될 지 등에 따라 상황은 유동적”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국민카드 위시 올(출처=KB국민카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국민카드 위시 올(출처=KB국민카드)

◆ 마른 수건 다시 짜기, 혜자카드 ‘안녕’…대환대출플랫폼 ‘울며 겨자먹기’

상황이 이렇자 카드사들은 마른 수건이라도 짜는 심정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른바 ‘혜자카드’로 불리는 혜택 많은 카드들을 점차 단종시키고 장기간의 무이자 결제 서비스를 3개월 이내로 줄이는가 하면, 각종 캐시백 이벤트, 주차장 무료 이용 등 당장 피부로 절감하기 어려운 서비스 중심으로 혜택을 줄여나가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고금리로 지적돼온 카드론 금리를 서로 비교하여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 입점을 당국이 압박하면서 금리 경쟁력이 떨어지는 카드사들로서는 고객을 빼앗길 각오를 하고 토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핀다 등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이미 신한카드는 카카오페이에 KB카드는 네이버페이에 입점한 상황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범위를 확대한다는 입장이고 다른 카드사들도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신기능이 없어 조달비용이 큰 만큼 1금융권과 대출금리 자체가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1금융원이 대략 5~7% 수준의 신용대출 금리 범위라면 카드론은 그 두 배쯤 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아스터 오토를 방문, 아스터 그룹 알렉세이 바칼 회장과 제휴 파트너십을 공고히 다진 문동권 사장(제공=신한카드)
지난 2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아스터 오토를 방문, 아스터 그룹 알렉세이 바칼 회장과 제휴 파트너십을 공고히 다진 문동권 사장(제공=신한카드)

◆ 정답은 해외진출…동남아 중심 IT기술로 무장

이러한 문제점들을 타개하기 위해 카드사들은 해외진출에 분주하다. 특히 금융지주 내 카드사들은 그룹의 탄탄한 지원 하에 시너지를 내며 동남아 국가 중심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카드는 문동권 사장은 최근 카자흐스탄 신한파이낸스를 방문, 현지 소매금융시장 정상권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일성을 남겼다. 현재 신한파이낸스는 지난 1분기 기준 취급액 261억원, 총자산 1243억원으로 현지 소매 대출 금융사 중 5위권을 기록 중이다. 신한카드는 이 외에도 세계 4위의 인구대국 인도네시아, 1억명의 베트남, 미얀마 등지에 깃발을 꽂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캄보디아(2018년), 인도네시아(2020년), 태국(2021년) 등에 순차적으로 진출하며 영토를 넓혀나가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캄보디아 리스사 ‘아이파이낸스리싱’ 인수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카드도 인도네시아 자동차 할부금융사 ‘우리파이낸스인도네시아’를 인수합병을 통해 발족시키고 미얀마에도 진출한 상황이다. 롯데카드는 베트남, BC카드 역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진출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시장은 포화라는 인식이 생긴지 오래”라며, “인구 감소, 경제 침체에 따른 소비여력 축소 등과 더불어 시장 규모 대비 과도한 경쟁이 이어지는 국내 시장만 바라볼 수 없다”며, “젊고 풍부한 인구를 가진 국가에서 우리가 가진 IT능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시장을 개척하는 것 만이 살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10대 고객은 더욱 귀한 존재”라며, “이들을 잡기 위해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과 마케팅 이벤트, 미성년 가족카드 활성화 등에 전력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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