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인니 부코핀 은행’, “더 이상 증자 없다”
9to6뱅크 정착 및 확대…포스트코로나 고객 잡기

KB국민은행 이재근 은행장(제공=국민은행)
KB국민은행 이재근 은행장(제공=국민은행)

지난 달 25일, KB금융은 금융지주 중 맨 처음으로 2분기 및 상반기 결산 실적 공시와 설명회를 가졌다. 2분기 경쟁 금융지주들이 두터운 대손충당금 적립과 NIM(순이자마진) 변동성 확대 등으로 실적이 주춤하는 사이 KB금융은 상반기 당기순이익 2조9967억원으로 확고부동한 1등의 지위를 재확인시켰다. 당초 시장 예상(컨센서스) 대비 10% 상회한 실적으로, 이후 KB금융 주가는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타 금융지주 주가와 차별화된 흐름을 보여 이번 실적의 의미를 시장에서 확인받았다.

핵심 자회사인 KB국민은행의 경우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정책에도 순이자이익과 순수수료이익의 균형잡힌 성장과 비용절감이 효과를 거두며 직전까지 최대 실적인 작년 동기보다 7.7%나 성장했다. 타 은행과 달리 NIM은 전분기 보다 6bp 성장한 1.85%를 보였다.

국민은행 CFO 김재관 부행장은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피크아웃(이익 하락 전환) 예상이 1분기에서 2분기로 순연된 결과가 나타났다”며, “3분기에도 NIM 하락폭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듯 하고, 대출 이자변동(Repricing) 효과가 3분기까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KB금융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3조원에 가까운 순이익 중 국민은행의 기여분은 1조8585억원으로 60%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다. 고금리 상황에서 확대된 이자수익으로 그룹내 수익 기여도가 최대 90%에 달하는 타 금융지주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는 KB금융그룹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잘 분산된 탓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국민은행이 실적을 덜 낸 탓도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무서운 실적을 내고 있는 하나은행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하나은행이 잘하는 측면도 있지만 국민은행의 실적이 속도조절을 한 부분도 있다.

이러한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국내에서의 영업 상황이 아니다. KB금융그룹에 있어 지난 2020년 전략적으로 인수한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이미 부실은행임을 인지하고 인수한 것은 맞지만 정상화를 위해 적지않은 그룹 및 국민은행 차원의 지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만 큰 틀에서의 자금 지원은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실적발표회 당시 그룹 CFO 서영호 부사장은 “부코핀 은행에 대한 최근의 유상증자가 최종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라고 말했다. 부코핀은행은 작년 한 해에만 약 8000억원의 적자로 4분기에만 5700억원 수준의 대손충당금 적립이 있었다. 여기에 지난 5월 진행한 약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대한 항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발언이었다. 마지막 증자를 통해 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의 지분율을 67%까지 끌어올렸다.

정상화의 과정을 겪으며 부코핀 은행이 단기에 높은 성장율을 보이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글로벌사업 담당 조남훈 전무도 같은 날 “내부 조직과 사업의 고도화, 정상화에 매진 중”이라며, “최근 동남아 지역의 경기 상황을 볼 때 성장보다는 자산건전성 중심으로 운영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이 리스크를 안고도 부코핀 은행을 비롯 동남아시아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한계에 다다른 국내 성장을 대체할 핵심 시장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때마침 고금리 기조에 따른 이자수익 확대 기조는 가능성 있는 부실은행을 정상화시켜 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전환시킬 호기로 작용할 수 있다. 이자 수익을 많이 내는 것조차 정책 당국의 눈치가 보이는 상황에서 탁월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6월 글로벌 네트워크 우수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통해 전략을 공유한 윤종규 회장(앞줄 가운데)
지난 6월 글로벌 네트워크 우수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통해 전략을 공유한 윤종규 회장(앞줄 가운데)

KB금융의 글로벌경영에 대한 관심은 지난 6월 윤종규 회장의 주도로 진행한 글로벌 네트워크 우수직원 초청행사에서도 나타난다. 윤 회장은 코로나19 기간 화상으로 진행하던 행사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직후 오프라인으로 전환, 14개국 106명의 우수직원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타운홀미팅을 통해 ‘KB금융의 중장기 글로벌 전략’등을 주제로 소통하며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KB금융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부분의 수익을 전체 그룹 수익의 4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선진시장과 동남아 시장을 동시 겨냥하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룹 차원의 해외 직원수는 2만4000 여명 수준이다. 기함인 국민은행의 역할 역시 클 수 밖에 없다.

국민은행은 연초에 세워 둔 사업계획이 반기를 지났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기조다. 다만 변화하는 거시환경과 상생금융, 감독당국과의 커뮤니케이션 등을 통해 모니터링하며 리스크를 관리해 간다는 기조다.

연초 신년사에서 이재근 행장이 강조한 전략방향은 크게 4가지다.

먼저 최고의 고객경험을 제공하고 고객접점 경쟁력 강화다.

그룹 디지털전략의 구심점인 KB스타뱅킹, 리브 넥스트, KB 월렛, KB부동산 등 KB플랫폼이 가진 서비스 역량을 확대하고 ‘9To6 Bank’와 ‘모바일 화상상담 서비스’로 고객 접점 확대를 지속한다. 더불어 경쟁리 격화되는 데이터분석 활용 역량 고도화도 진행 중이다.

두 번째가 본원적인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장 세일즈 강화와 일관되고 장기적인 글로벌 전략 추진이다.

지속사능한 성장을 위한 경영관리 시스템 고도화다. 확대된 변동성 속에서도 상반기 실적 및 두터운 대손충당금 적립 등이 이런 기조를 뒷받침한다.

마지막으로 미래지향적 기업문화 구축이다. 어려울 때 일수록 팀워크를 강조한다는 취지다.

KB 모델 공유와 박은빈 배우가 동시에 등장하는 KB 9To6 뱅크 광고의 한 장면(출처=국민은행)
KB 모델 공유와 박은빈 배우가 동시에 등장하는 KB 9To6 뱅크 광고의 한 장면(출처=국민은행)

하반기 들며 KB국민은행은 9To6 Bank에 대한 드라이브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작년 3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시절 돌연 9to6 BANK 카드를 꺼내들었다. 신임 은행장인 이재근 행장이 강력히 추진한 정책이라는게 내부 전언이다.

지금과 달리 마스크를 쓰고 업무를 보던 상황에서 단축근무를 하던 분위기에서 오히려 지점 영업시간을 6시까지 늘린다는 역발상은 시행 초기 임직원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대면 업무 처리의 필요성이 절실했던 고객들의 호응이 이어지고, 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효율적인 운영의 묘가 살아나자 안팎으로 옳은 선택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경쟁 은행들도 뒤늦게 이러한 기조를 따라가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72개 지점으로 시작한 9to6 뱅크의 시행 1주년 기념 고객 설문 결과 높은 만족도를 확인하며 10개의 지점을 추가해 하반기를 열고 있다”며,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기존 모델인 공유와 새로운 모델인 박은빈 배우가 함께 나오는 광고를 집행하며 고객 속으로 파고들어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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