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 행장 “일등 보다는 일류 지향”
ESG전략 하에서 고객·사회와의 상생

일등보다 고객 중심의 일류를 지향하는 정상혁 은행장(제공=신한은행) 

“안정성 확보를 선택”

지난 7월 28일 유안타증권 은행분석 담당 정태준 연구원은 전일 발표한 신한금융의 실적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보통주 자본비율(CET1) 목표를 기존의 12%에서 13%로 높여잡은 것도 그 한 이유이지만, 전반적으로 확대된 영업이익에도 두터운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미래 위험에 대비하려는 신한금융지주의 전략을 응축적으로 나타낸 평가였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도 이러한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신한은행은 2023년 2분기 당기순이익은 749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9.6%한 실적을 시현했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누적 1조68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한 수준이었다. 시장의 컨센서스(예상치)에 부합하는 실적으로 1분기 유가증권 평가이익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와 제세공과 증가에 따른 판관비 증가에 대손비용 증가 등이 고루 작용한 결과였다.

결코 나쁘지 않은 실적이지만 경쟁사인 KB국민은행이 실적 컨콜에서 “피크아웃(이익 하락 전환) 예상이 1분기에서 2분기로 순연된 결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할 만큼 어닝서프라이즈를 2분기에 시현한 것에 비하면 일견 아쉬운 실적이다.

하지만 부문별로 뜯어보면 신한은행의 상반기 실적은 꽤나 선방한 숫자를 보여준다.

상반기 말 기준 원화대출금은 283.2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0.7% 순증했다. 고금리에 따른 부담감으로 가계 부문의 대출 수요는 전년 말 대비 1.8% 가량 줄었지만, 이 빈자리를 기업부문 대출 수요 확대로 메워 전년 말 대비 2.8% 증가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개인 차주들의 연체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개인보다 기업금융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올해 은행업계의 상황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변화다.

상반기 기준 전년 말 대비 6bp 상승해 0.27%를 기록한 연체율, 동 기간 2bp 상승해 0.27%를 기록한 고정이하여신 비율 등은 통상적인 수준으로 감내할 만한 숫자다.

은행의 핵심 경쟁력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은 2분기 1.64%로 1분기보다 5bp 올랐고, 자본관리도 효율적으로 이뤄졌다. 상반기 기준 BIS비율은 18.35%로 전분기 대비 5bp, 전년 동기 대비 41bp 상승, CET1 비율은 14.61%로 역시 전분기 대비 13bp 더 상승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신한은행의 상반기 대손충당금전입액이 46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3%나 늘어났다는 점이다. 회사 측은 이를 기업 신용평가 시즌에 따른 효과로 설명하지만 1년 새 충당금을 50% 넘게 쌓을 만큼 위기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는 의아하다. 충당금적립전이익이 2조7221억원으로 1년 새 5.5% 늘어난 것을 봐도 대손충당금을 매우 두텁게 인식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러한 기조는 신한은행이 강조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전략 하의 고객·사회와의 상생과 맞닿아 있다.

실적발표에 앞서 지난 7월 14일 정상혁 은행장은 임직원 약 1000명을 킨텍스에 불러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진행했다.

정 은행장은 이 자리에서 “은행의 기업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고금리, 경기둔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속 가능한 성장” 등을 강조했다.

이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강조하는 ‘선한 영향력 1위’라는 중장기 목표와도 맥을 같이 한다.

취임사에서도 ‘고객’을 내세운 진 회장은 “창업과 성장의 기반이 됐던 고객 중심의 가치를 고객 자긍심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진 회장은 지난 7월 7일 창립 41주년 기념식에서도 임직원 대상 강의에서 “그룹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서는 철저한 내부 견제와 검증을 통해 업무의 모든 과정이 정당화되어야 한다”며,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법령 통과 후 조기에 도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는 당국이 도입을 검토중인 제도로 금융사 임원에게 담당업무의 내부통제 책무를 배분해 책임소재를 보다 분명히 하는 제도다. 사모펀드 사태 등을 겪으며 금융의 근간이 되는 신뢰에 문제가 생기자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높여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자 하는 조치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미 금융 선진국에서는 도입을 통해 제도로 정착된 상황”이라며, “단기에는 리스크 확대에 따른 책임 증가로 영업적인 측면에서 위축이 될지 모르나 궁극적으로는 고객 신뢰 확대로 금융회사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이 이러한 제도 도입에 앞장서고 그 핵심계열사인 신한은행이 실천에 나서는 모범을 보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상혁 행장은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 말미에 이를 강조하는 뜻으로 “사회와 상생하는 ‘선한 은행’이 되어야 한다”며 “진정성 있는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다해 일등보다는 일류를 지향하는 선한 기업이 되어야하고 이를 통해 고객·사회·은행 모두의 가치가 높아지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진옥동 회장이 41주년 기념사에서 말한 일류 신한 정신과도 연결된다.

진 회장은 “재무적 1등보다 고객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진정한 일류”라며, “투자상품 사태로 인한 뼈아픈 반성 속에서 한 단계 높은 내부통제를 기반으로 고객과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일류 신한을 위해 나아가자”고 당부한 바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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