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열 행장, 전략·재무통 수재…‘영업의 신’ 함영주 회장 하모니
“신탁, 기업대출 드라이브”…소통 능력 겸비한 인간미까지

이승열 하나은행장(제공=하나은행)
이승열 하나은행장(제공=하나은행)

지난 1월 이승열 은행장이 4대 통합 하나은행장의 자리에 올랐을 때 그룹 내부 여기저기서 놀라움의 탄성이 나왔다. 오랜 기간 그룹 IR, 재무, 전략 등 핵심 부서 브레인으로 일해왔지만 비은행 계열사 성장을 책임지고 하나생명 CEO가 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상반기가 지나면서 나오는 이 행장에 대한 평가는 왜 그가 은행장으로 급거 선임됐는지 세간의 궁금증을 불식시키지 충분했다.

지난 7월 27일 하나금융 실적 발표 결과 그룹 반기 순이익은 2조209억원이었다. 이중 하나은행은 연결기준으로 약 91%에 해당하는 1조8390억원을 벌어들이며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맏형의 무게를 견뎌냈다.

하나금융그룹은 은행 외에도 경쟁 그룹으로 거론되는 우리금융 대비 증권, 생명보험, 손해보험, 카드 등 포트폴리오를 두루 갖추고 있지만 실질적인 이익 비중 측면에서는 마찬가지로 은행의 짐이 무겁다. 메이저 증권사 중 하나로 평소 맏형의 짐을 나눠 들던 하나증권이 상반기 일회성 손실에 따라 적지 않은 규모의 충당금을 쌓으며 실적이 주춤 한 것도 한 이유였다.

상반기 실적이 오픈되기 전 하나은행의 실적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었다. 금리가 출렁대는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보유 대출 포트폴리오의 리프라이싱 주기가 짧아 순이자마진(NIM) 축소 폭이 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었다.

실제 뚜껑을 열어본 결과 2분기 NIM은 전분기 대비 7bp 하락해 우려가 현실화되는가 싶었지만 하나은행은 그 수익의 빈 자리를 압도적인 기업대출 증가로 메워버렸다.

4대 금융 2분기 대출성장률 추이(출처=메리츠증권)
4대 금융 2분기 대출성장률 추이(출처=메리츠증권)

하나금융은 전분기 대비 대출 성장률에서 경쟁 은행 대비 감소 폭을 키우며 -1.8%를 기록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만 놓고 보면 -2.5% 수준으로 경쟁 은행보다 현격히 성장이 떨어졌다. 대신 기업대출은 무려 전분기 대비 6.1% 성장으로 경쟁은행 대비 3~4배에 이르는 무서운 성장률을 시현했다.

한 경쟁은행 관계자는 “은행만 놓고 보면 하나은행이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수익성 측면에서 1위를 달성해 시장의 놀라움을 샀는데 2분기에는 기업대출 성장으로 또 한번 놀라게 하고 있다”며, “차주들의 연체율 증가로 개인 대출 보다 기업대출에 무게중심이 있는 현 상황에서 신임 이승열 행장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하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6월 금융ㆍ의료ㆍ법률ㆍ장묘를 연계 종합솔루션으로 신탁 강화에 나선 하나은행(제공=하나은행)
지난 6월 금융ㆍ의료ㆍ법률ㆍ장묘를 연계 종합솔루션으로 신탁 강화에 나선 하나은행(제공=하나은행)

기업대출 뿐 아니라 신탁 부문에서도 하나은행은 남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연초부터 유언대용신탁을 필두로 신탁 부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대학 등과 기부문화 확산을 겸한 제휴 서비스를 통해 기관 영업 네트워크까지 다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그 결과 하나은행은 상반기 말 기준 신탁부문 수탁액이 68조400억원으로 전년 말(58조4880억원) 대비 약 16.9% 성장을 보였다. 반년 만의 성과로는 놀라운 기록이다.

신탁(Trust)이란 이름처럼 수탁자가 자산을 금융사에 맡겨서 그 운용의 결과를 수취하는 서비스다. 돈을 맡기면 금전신탁, 그 외에 대표적인 비금전신탁에는 부동산신탁 등이 있다. 자산관리의 명가를 자임하는 하나은행에서 회사의 자산관리 역량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만 가능한 신탁 부문에서 성과를 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와 같은 성과 배경으로 신탁 전문가인 이승열 행장의 전략적인 지시가 통한 결과라는 안팎의 평가가 나온다. 91년 외환은행으로 입행한 이승열 행장은 입행 초기 근 10년 가까이를 신탁부에서 보내며 신탁전문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금리가 고점을 향해 가고, 금융당국에서 과도한 예대마진 수취를 경계하는 상황에서 개인 여신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기업 대출을 확대한 점, 비이자수익이 절실한 상황에서 신탁 시장 선점의 초석을 다진 점 등은 평가할 만 하다.

거시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고 변동성이 커질 때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CFO출신들이 전면에 나서기 마련이다. 현재 주요 은행장 자리에 CFO출신들이 포진한 이유다. 대체로 확장적인 기조를 보이기 보단 내부통제와 비용관리에 초점을 맞추기 쉽다.

비용통제에 있어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하나금융 답게 2분기 판관비는 전분기 대비 6.7% 감소, 경비유율은 36.6%로 전분기 대비 0.9% 개선되며 이승열 행장의 계산기가 만만치 않음을 확인시키기도 했다.

다만 CFO출신들이 숫자에 강한 대신 인간미가 부족하다는 평이 있지만, 이승열 행장은 그 편견에서 예외라는 평가도 있다.

지근거리에서 이 행장을 보필했던 한 내부 인사는 “일반 직원들과 어울릴 때도 격의 없는 대화를 즐기는 스타일이라 오히려 주니어 직원들에게 선배들이 주의를 줄 정도”라며,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예의를 놓지 않으면서도 적극적인 대화법을 구사해 의외의 모습으로 호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의 신으로 불리는 함영주 회장과 빈틈이 없으면서도 인간미까지 갖춘 이승열 행장의 조합을 보며 이 행장이 1년도 안돼 은행장으로 불려온 이유가 설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거침없는 하나은행의 유일한 고민은 계열 회사들의 지원사격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최근 하나금융지주는 매물로 나온 KDB생명의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랜 숙원인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의 일환이다.

현대차증권 이홍재 연구원은 “매각 희망가는 2000억원을 소폭 상회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KDB생명의 연간 이익 체력은 1100억원 내외로 예상되고 경과조치를 적용한 K-ICS 비율이 101.7%인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최소 약 3000억원 정도의 추가 증가는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인수 비용에 대한 고민은 그룹 차원에서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최종 인수시 그룹 시너지를 어떻게 낼 수 있느냐, 추가 투입될 비용 대비 효율성에서 어떤 답을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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