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자들의 도전, “숫자로 증명한다”
디지털, 해외, 자산운용…차별화로 업계 선도

올해 시작을 실적 성장을 통한 차별화로 선언했던 홍원학 사장. 약속을 지키고 있다.(제공=삼성화재)
올해 시작을 실적 성장을 통한 차별화로 선언했던 홍원학 사장. 약속을 지키고 있다.(제공=삼성화재)

상반기 손해보험사 순이익 4조5158억원, 생명보험사 3조1874억원.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이 밝힌 상반기 보험사 이익은 현재 손해보험업과 생명보험업의 현실을 극명히 보여줬다. 생보업계는 자산규모 약 1000조원으로 이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손보업계 대비 형님대접을 받아왔지만 점차 ‘과거형’이 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국내 54개 보험사(생보 23개사, 손보 31개사) 중 유일하게 순이익 1조클럽(1조2176억원)에 든 삼성화재다. 54개 보험사 순이익 총합의 15.8% 가량을 혼자 올리며 말 그대로 기염을 토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빅3의 높은 벽으로 업계 순위가 명확한 생보업계와 달리 손보업계의 경쟁은 치열하다. 통상 손보업계 빅3는 자산규모 등의 기준으로 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으로 불리지만, 이익 관점에서 보면 자리싸움이 거세다.

상반기 실적에서 삼성화재의 뒤를 이은 회사는 DB손보(9181억원), 메리츠화재(8390억원), 현대해상(5780억원), KB손보(5252억원) 순이다.

DB손보는 1조원에 육박하는 이익과 더불어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한 국내를 넘어 신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베트남 시장에 지난 2015년 현지 5위권 회사를 인수하며 진출, 올해 2월과 6월 연속 톱10 회사를 인수하며 인구 1억명의 성장하는 베트남 시장 선점에 나섰다. 작년 60주년 기념식에선 공공연히 1위 도약을 선언하기도 했다.

원조 손해보험사인 메리츠화재의 성장도 가파르다.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 8390억원은 역시 호실적이었던 전년 동기 대비로도 25.2%나 성장한 수치다. 회사측은 양질의 신계약 확보를 통한 수익성 중심의 매출 성장과 장기 건전성 관리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근 부실의 징후를 보이는 부동산PF 등에 대한 익스포져(투자액)가 크다는 항간의 평가에도 선순위 중심의 투자와 견고한 리스크관리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전통의 어린이보험 절대 강자인 현대해상도 실적에서 상대적인 아쉬움이 있지만 맹주의 자리를 쉽게 내놓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지난 달까지 손해보험사들이 협회로부터 취득한 배타적 사용권 현황을 살펴보면, 손보사가 취득한 9건 중 4건이 현대해상 몫이다. 배타적 사용권은 업계 발전을 위해 독창적인 상품을 내놓은 노력과 공을 인정, 일정 기간 해당 회사만 독점적으로 상품을 판매하게 하는 인센티브 제도다. 신 시장을 먼저 선점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의미가 크다. 다소 움직임이 무겁다는 현대해상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변화를 꾀하는 회사의 노력이 엿보이는 장면이다.

KB손해보험은 상반기 1등 금융지주의 위용을 확인시킨 KB금융지주의 확실한 2등 자리를 예약했다. 당기순이익 5252억원으로 안정적인 손해율 관리 및 수익증권 평가익으로 작년에 사옥 매각 기저효과를 잊게 만드는 실적을 이어갔다. 핵심 경쟁지표로 떠오른 CSM 상각수익 증가, 장기보험 손해율 상승 등 보험 본업에서의 성장을 지속 중이다. 여기에 빅모델인 오은영 박사 등을 기용한 어린이보험 마케팅으로 엄마들의 머릿속에 현대해상과 나란히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처럼 정글 같은 손해보험업계 경쟁 속에서도 삼성화재는 ‘흔들림 없는 편안함’으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삼성화재는 2분기 보험손익에서 전분기 대비 4.6% 추가 성장하며 1분기에 이어 본업 성장을 지속했다. 특히 예실차(예정이익과 실제 차이)가 전분기 대비 49.2%나 늘었다. 핵심 영업지표인 신계약CSM이 2분기에 12.7% 늘고, CSM조정은 전분기 대비 축소해 2분기 말 CSM이 1분기 대비 2.5%나 증가했다.

유안타증권 정태준 연구원은 삼성화재의 2분기 실적에 대해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평가를 남겼다.

투자손익 부분에선 1분기 대비 72.8% 가량 감소해 아쉬움이 있지만 보험금융손익을 제외하면 전분기 대비 33.5%에 그쳐 타 보험사 대비 과도하지 않다. 상당부분 FVPL(단기매매증권) 평가익에 관련된 것이라 확정 손익이 아니다.

이익이 늘 때 항상 대두되는 부분이 안정성과 리스크관리다. 2분기 K-ICS 비율은 276.4%로 전분기 대비 3.2%p 상승, 왠만한 리스크는 충분히 흡수하고 남는 수준을 자랑한다.

삼성화재 본사 전경(제공=삼성화재)
삼성화재 본사 전경(제공=삼성화재)

이처럼 삼성화재를 1등 보험사의 자리에 고정시킨 것은 1년 반 남짓 회사를 이끌어온 홍원학 대표의 리더십이 있다.

홍 사장은 64년생으로 고려대 일문학과 출신이다. 삼성전자 경영전략팀 임원을 거쳐 삼성생명에서 인사, 전략, 영업 등을 두루 거쳤다. 온화한 성품이지만 업무에 있어서는 냉철하고 빈틈없다는 평가가 많다.

홍 사장은 2023년을 열며 ‘실적성장을 통한 확고한 차별화’를 경영기조로 내세운 바 있다. 엄연한 업계 1위임에도 불구, 추격자들의 도전이 거센 상황에서 두루뭉실한 비전이 아닌 숫자로 실력을 증명하겠다는 포부였다. CEO로서 다소 부담이 될 법한 포석이지만 상반기 실적으로 공수표가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지난 1월 창립기념식에서 삼성화재는 2030 비전 "Be the Future, Beyond Insurance"를 선포했다. 우리말로 하면 “보험업을 넘어 미래가 되라”정도겠다. 한계에 봉착한 국내 보험업의 틀을 깨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를 위해 삼성화재는 각 사업부문별 사업구조를 다시 견고하게 짜고 있다.

먼저 장기보험 부문에선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시장을 이끌며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각오다. 코로나19로 낮아진 손해율이 다시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자동차보험에선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수익성 차별화를 꾀한다.

일반보험 부문에선 새로운 시장 개척과 그에 따른 리스크 사전 대비에 나서되 업계에서 가장 넓게 포진된 해외 영업망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본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더불어 변동성이 확대되는 자산시장에서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위해 리스크관리에 기반한 운용역량 강화를 이어간다는 기조다.

이것이 가능토록 하기 위해 변화에 적극 대처하고 속도감 있는 미래 준비를 위해 기업문화를 능동적으로 바꾸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해외사업에 대한 적극성과 이를 뒷받침 할 디지털화에도 속도를 내 미래 신사업 저변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특히 삼성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과 기대에 부응하는 것도 숙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상반기 보험사들이 “이익을 많이 낸 것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있을 수 있고, 삼성화재에 대해선 항상 새로운 업계 표준을 만들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며, 삼성화재가 단순히 개별 기업을 넘어 업계 교통문화를 선도하는 장기캠페인 등에 힘을 쏟는 등 ESG경영에 무게중심을 둘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우리가 제공하는 차별화된 가치가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감동으로 이어질 때 새로운 미래가 펼쳐질 것을 믿는다"며, "삼성화재 70년의 성장을 이어 모두의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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