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카드맨 문동권 대표 올 초 사령탑…전문성 기반 ESG 완성
다르게 기획(Plan)·빠르게 실행(Do)·바르게 검증(See)

올 초 신한카드 사령탑에 오른 만능 카드맨 문동권 대표. (제공=신한카드)
올 초 신한카드 사령탑에 오른 만능 카드맨 문동권 대표. (제공=신한카드)

금융감독원이 밝힌 상반기 주요 8개 전업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4168억원이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활발한 야외활동에 따른 수혜를 기대했지만, 2022년 상반기 1조6243억원 대비 약 13%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코로나19로 팬데믹 상황이 한창이던 2021년 상반기(1조4944억원) 수준이다. 보험업권 실적 1위인 삼성화재가 상반기 올린 실적 1조2176억원을 조금 넘어서는 정도에 불과하고, 5대 손해보험사 합계 4조779억원과 비교하면 초라하기까지 한 수준이다.

카드사 관계자들을 만나면 늘 하는 말이 “카드 아무리 많이 긁어도 도움 안된다”는 말이다. 연회비, 할부수수료, 가맹점 수수료 등 카드 본사업에서 나오는 신용판매 수익은 늘 마이너스기 때문이다. 여기에 업계 상생 등의 논리로 가맹점 수수료를 더 낮추라는 압박이 거세니 업계에선 곡소리가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른 수건도 짜기 위해 이른바 혜택이 많은 ‘혜자카드’로 통하는 카드들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각종 부가 서비스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다. 고객 만족도는 그만큼 떨어져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본업에서 고전하는 업계 현실을 만회하기 위해선 이른바 자산운용 성적이 좋아야 하지만 고금리 지속에 조달비용이 늘어나고 경제 침체에 연체율은 높아졌다. 은행처럼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영업을 위해 여전채를 발행하는데 AA+급 여전채가 4%대의 고금리를 형성하면서 남는게 별로 없다. 카드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마케팅 등 판관비는 늘고, 지급이자도 증가했다. 연체율이 높아지니 당연히 대손충당금전입액은 늘었다. 이익이 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와중에도 신한카드는 수년째 부동의 카드업계 1위를 지켜오고 있다.

상반기 신한카드 당기순이익은 3169억원으로 전년 동기(4127억원) 대비 23.2%나 줄었지만, 여전히 업계 전체 수익의 약 22.4%를 차지했다.

하지만 1등이라고 해서 마냥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현대카드는 지난 봄 애플페이를 독점 서비스하며 MZ세대에게 손짓하고 있고, 삼성카드는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고전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한 휴대폰과 가전 사업 중심의 마케팅 과정에서 간접 수혜를 얻고 있다. KB카드는 WM부문에서의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국민은행과 시너지를 내며 무서운 기세로 성장 중이다. 특히 SNS와 광고마케팅을 결합해 MZ세대에게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로카카드’로 바람을 일으키며 매물로 나온 롯데카드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도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플랫폼을 앞세운 결제회사들과의 합종연행, 마케팅 제휴 등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상장 기업들의 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나는 상황에서 소비마저 침체기로 접어들면 현 상황 유지도 쉽지 않다는 위기감마저 팽배하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한금융은 카드를 가장 잘 아는 문동권 대표를 올해 1월 사령탑에 앉히며 변화를 주도하도록 힘을 실어주고 있다.

68년생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CEO인 문 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거쳐 LG그룹 공채 입사 이후 LG할부금융에서 일하다 LG카드로 흡수된 인재다. 신한금융이 LG카드를 인수하며 신한카드에서만 리스크관리, 경영관리, 상품, 전략, 영업, 기획 등을 모두 거쳐 후배들의 높은 신망을 받아왔다. 그룹에서 인사가 내려오지 않고 자체 성장한 문 대표가 경영기획 부사장에서 올해 사장으로 영전하며 대표이사를 맡은 것에 많은 후배들이 고무돼 있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잘하는 사람에게 일을 맡긴다는 신한금융의 인재기용 철학에 기반한 선택이다.

문동권 대표는 지난달 14일 하반기 사업전략회의를 위해 임원들을 소집했다. 사업추진 전략을 논의하고 실행 의지를 한데 모아 지속 가능한 경영 시스템을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였다.

신한카드가 이날 안건(Agenda)으로 내세운 주제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미래변화 대응’이다. 특히 방점을 둔 부분은 데이터바탕의 10년 후 인구 및 회원구조 변화와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결제시장 재편 방향성 분석이 이뤄져 관심을 모았다.

문 사장은 임원들에게 “인구감소 및 초고령사회로의 전환에 따른 위협과 기회요인을 분석해 고객가치, 지속가능경영, 조직문화 관점에서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가처분 소득이 많은 60대, 새로운 고객으로 떠오르는 알파세대, 다문화 가정 시대의 도래, 디지털헬스케어 등에 대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를 발굴해 내라는 주문이다. 이렇게 도출된 결과물들을 다르게 기획(Plan), 빠르게 실행(Do), 바르게 검증(See) 이라는 모듈화로 구호에 그치지 않는 지속가능 경영을 이뤄낸다는 생각이다.

핵심은 데이터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통한 ESG 경영이다.

올해부터 각 금융사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고, 그 최전선에 카드사들이 나서고 있다. 단순히 결제 수단을 넘어 고객들의 행동 패턴을 빅데이터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 창출과 초개인화 서비스 제공이 향후 생존을 결정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카드업계에 자리잡은 지 오래다.

신한카드는 지난 7월, 민간기업 최초로 금융위원회로부터 데이터전문기관으로 본지정을 받아 국내 최초 민간데이터댐 ‘GranData(그랜데이터)’ 사업, 마이데이터 사업, 개인사업자 CB 사업, 그룹 통합 데이터 플랫폼 ‘신한 원 데이터’ 구축과 더불어 데이터 사업 라인업을 새롭게 완성하게 됐다.

여기에 신한카드는 기명정보를 가명처리해 더 의미있는 데이터로 만드는 ‘가명결합’을 보다 신속 · 정확하게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과 역량을 갖춘 전문조직을 구축하고 있다. 중립적인 관점에서 이종 기업 및 공공 기관의 가명결합을 적극 지원하고, 데이터분석ㆍ컨설팅ㆍ시스템ㆍ솔루션 등 데이터사업 비즈니스 전문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는 등 새로운 데이터 가치 발굴을 적극 견인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워 실천 중이다.

첫 성과물은 제주관광공사의 정책 수립 과정 참여다. 신한카드는 통계청의 인구ㆍ가구ㆍ주택 등 각종 인구통계학적 데이터와 SK텔레콤 2800만 고객의 유동인구ㆍ모바일 콘텐츠 이용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3100만명에 달하는 신한카드 고객의 지역별ㆍ업종별ㆍ연령별 소비 데이터와 가명 결합해 제주관광공사의 제주 관광 정책 연구ㆍ개발을 지원한다.

신한카드 본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1등 회사로서 ESG분야 선도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사업 사이클별 소상공인 니즈에 부합하는 데이터 기반의 사업을 지원하는 ‘신한카드 MySHOP Together 소상공인 함께,’성장 솔루션서비스’ 등을 론칭하고, 금융 취약계층의 유동성 지원 및 채무부담 완화 목적으로 총 4000억원 상당의 금융 지원을 시행하는 '상생금융 종합지원' 방안을 마련했다”며, “장마철 집중 호우로 피해를 입은 가맹점과 고객을 위해 영세가맹점 수수료 면제와 가맹점 대금 입금주기 단축을 약 한달간 운영하는 등 고객이 중심에 서는 상생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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