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IPO 줄줄이 대기…퇴직연금, 해외법인 독주, 토큰증권 선점
국내PF 및 CFD 관련 리스크 제로…모기업의 저평가된 주가 살리기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회장.(제공=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회장.(제공=미래에셋증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상반기 미래에셋증권의 실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들어 6월 말까지 379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폭발적 자산가치 상승과 투자자 급증에 따라 조단위의 연간 이익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지만, 전년 말 올해 주식시장의 고전을 예상했던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만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미래에셋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생각하면 만족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미 11조원이 넘는 자기자본으로 8조원 이하를 형성하는 2위 그룹과 상당한 격차를 가진 몸집, 국내 1위 IB(투자은행) 대우증권과 국내 1위 WM(자산관리) 회사 미래에셋증권이 합쳐진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미래에셋을 뒤쫓는 한국투자증권(4310억원), 키움증권(4258억원), 삼성증권(4041억원) 보다도 낮은 수익성을 보였다는 점은 뼈아프다.

1분기 미래에셋증권은 주가지수의 견조함 속에 나쁘지 않은 실적을 거뒀으나, 2분기 들어 일회성 손실이 930억원 가량 잡힌 부분이 아쉬움을 남겼다. 미수채권 대손상각, CJ CGV 전환사채 평가손실, 해외 상업용부동산 투자자산 손실 등 다분히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체계적 위험의 결과물들이었다.

다만 그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비즈니스 경쟁력의 본질이 훼손된 것이 아니라 미래 먹거리를 위한 비용 투자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점, 타 증권사와 달리 국내 부동산PF 노출 미미, CFD 관련 손실 제로 등 그간 미래에셋이 추구해온 투자철학에 기반해 회사의 DNA를 온전히 지켜낸 점은 긍정적이다.

현대차증권 이홍재 연구원은 실적발표 후 낸 보고서를 통해 “차입부채 이자비용률 개선폭이 미미한데 이는 RP매도 규모가 뉴욕법인의 조달 확대에 따라 40조원까지 급등한데 주로 기인한다”며, “이외에도 해외현지법인의 차입금 증가 등에 따라 기타 이자비용이 전분기 대비 27.0%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미래에셋이 추구하는 금융수출을 위한 투자가 계속되면서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003년 홍콩법인을 시작로 해외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당시만 해도 미래에셋증권이 국내 5위권에 머무르던 시절이라 국내 증권사 해외법인은 단순한 리서치나 한국물 브로커리지 이상의 역할을 맡지 못했다. 인력의 규모도 한두명이 나가서 현지 연락망 역할을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은 이후에도 베트남, 브라질, 인도, 뉴욕 등 주요 거점에 빠짐없이 진출하며 해외 시장을 노크했다. 여기에 대우증권이 가지고 있던 해외네트워크까지 더해지며 상반기 말 기준으로 해외법인 자기자본 총계만 약 30억 달러(한화 약 4조원)에 이르게 됐다. 4조원이면 국내에또 다른 톱10 증권사를 세울 수 있는 규모다.

미래에셋의 초기 모토는 기본에 충실하자는 ‘Back to the basics’였다. 하지만 국내 독보적 1위 회사에 오른 이후 최현만 회장은 “국내에서의 경쟁을 종식한다”는 선언을 하며 회사의 슬로건도 영원한 혁신가(Permanent Innovator)로 바꾸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이 독점하다시피 한 퇴직연금시장에 오래전부터 대규모 인력과 시스템을 투자해 증권업계 독보적 1위는 물론, 우리은행을 넘어 5위 IBK기업은행의 자리를 노리는 상황이다. 적립금 규모로 상반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이 21조7560억원, IBK기업은행이 22조9590억원이다.

올해 퇴직연금디폴트옵션 시행과 더불어 극적인 반전의 드라마를 기대했으나, 디폴트옵션에 예금 등 원금보장상품이 편입되며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운용의 취지가 일부 퇴색된 것이 미래에셋증권 입장에선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운용업계 1위인 계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연금 운용의 핵심 상품인 TDF와 ETF 등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과 시너지를 내며 시장점유율을 지속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IPO(기업공개)시장은 과열된 모습을 보였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일부 기업들이 과도한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받으며 투자자들에게 상처를 준 부분은 투자자들에게 IPO 트라우마를 남겼다. 올해도 몇몇 코스닥 기업의 증시 상장은 있었지만 이른바 대어급이라 할 만한 기업들의 입성은 상반기 전무하다시피 했다.

IPO가 증권사들에게 같는 의미는 남다르다. 통상 주식이 거래되는 유통시장의 브로커 역할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부채가 아닌 자기자본을 통해 성장을 위한 자본을 공급받고 증권사가 그 중간자 역할을 한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는 좋은 기업을 찾아내는 능력, 이를 바탕으로 한 투자자 신뢰, 그 이후 기업과의 관계에서 채권발행, 유상증자, 기업자금 유치, 가업승계, 퇴직연금 등등에 이르기까지 무한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미래에셋이 하반기 IPO시장에 출격하는 대어 SGI서울보증보험, 두산로보틱스, 에코프로머티리얼 등의 상장 주관을 맡은 것은 2분기 실적에서 보였던 아쉬움을 털고 새로 나아가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미래에셋증권은 8월 중순까지 8개 기업의 IPO 주관사로 나서며 한국투자증권(10개)에 이어 선전했다. 다만 규모가 작은 기업들 중심의 IPO로 공모총액에선 4000억원을 넘어선 한국투자증권의 60% 수준에 그쳤다.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오며 주관사 역할을 기대했던 이브로드캐스팅(삼프로TV)이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으로 선회한 것도 아쉬움 중 하나다.

이런 아쉬움을 만회할 대어들이 하반기 찾아온다.

3조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되는 SGI서울보증이 내달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1조~3조 사이 가치로 추정되는 두산로보틱스도 지난 6월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통해 하반기 상장에 도전한다. 현재 주식시장의 가장 뜨거운 테마인 2차전지 관련 기업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까지 연내 이뤄진다면 현재까지 구체화된 하반기 대어들을 미래에셋증권이 싹쓸이하다시피 하게 된다. 그 후로도 CJ올리브영, SSG닷컴 등 초대형 기업들도 증시 입성의 파트너로 미래에셋과 손을 잡아 한동안 IPO시장에서 미래에셋의 입지는 공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미래에셋WM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 진행된 주얼리테크 세미나에서 초고가 옐로다이아몬드의 가치를 설명하는 모습. 고객들은 수십억원의 컬러다이아몬드도 조각투자를 통해 충분히 접근할 수 있다는 설명에 질문을 쏟아냈다.(사진=장석진 기자)
지난 4월 미래에셋WM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 진행된 주얼리테크 세미나에서 초고가 옐로다이아몬드의 가치를 설명하는 모습. 고객들은 수십억원의 컬러다이아몬드도 조각투자를 통해 충분히 접근할 수 있다는 설명에 질문을 쏟아냈다.(사진=장석진 기자)

미래에셋 창립자 박현주 회장은 평소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나가는 것”이라는 지론을 설파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 리스크 노출과 성장률 급감, 미 연준의 긴축 장기화, 한국 기업들의 실적 급감 등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이슈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때 미래에셋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바람개비를 돌릴 준비를 하고 있다. 토큰증권 시장 선점을 위한 플랫폼 구축 및 파트너사 연대다.

현재 정부는 토큰증권(ST) 투자를 허용하려는 법안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은 토큰증권발행(STO) 및 자산관리 차원에서의 투자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토큰증권은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잘게 쪼개 많은 투자자에게 지분투자를 가능케하는 시장이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다이아몬드도 잘게 나눠 그 지분을 팔 수 있는 시장이 목전에 다가오고 있다.

이것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거래를 위한 플랫폼, 다양한 우량 자산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파트너와의 연계 등이 핵심이다. 중소형 증권사가 혼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부담일 수 있지만 미래에셋 정도의 규모라면 독자적인 플랫폼 구축으로 발행부터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만들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여러 증권사가 컨소시엄 형태의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그럴 경우 각자의 이해관계가 달라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 시장의 트렌드를 놓치거나 고객들을 위한 커스터마이징(개인화 서비스)이 어려워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미래에셋증권은 독자 플랫폼 구성을 통해 철저하게 고객의 니즈에 맞춘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미래에셋증권 본사 센터원 전경(제공=미래에셋증권)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미래에셋증권 본사 센터원 전경(제공=미래에셋증권)

주식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나오며 주요 증권사들의 주가가 지속 하락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현재의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판단 하에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지속 고민 중이다. 현재 진행중인 모기업 미래에셋캐피탈의 지분율 강화는 그 일환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20%에 미치지 못하던 미래에셋캐피탈의 미래에셋증권 지분율은 현재 약 30% 수준까지 상승했다. 올 하반기 들어서만 400만주 넘게 장내매수가 이뤄졌다. 지난 7월 5일 열린 이사회에서 오는 9월 15일까지 685만주를 매입할 것을 천명한 상태라 아직도 300만주 가까운 추가매수 여력이 남아있다.

미래에셋증권 고위 관계자는 “박현주 회장께서 임원회의 등을 통해 공공연히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노력을 멈추지 말 것을 강조했다”며,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 과정에서 주식수가 늘며 주가 흐름이 다소 더뎠던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성장성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이를 시장과 소통하며 잘 설명하고 필요시 모기업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서 주주가치 제고에 힘써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1일과 22일 양일간에 걸쳐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1:1 미팅을 통해 기업설명회(IR)에 나서는 등 주가 부양에 힘을 쏟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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