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독점 파트너…신규회원 유입 및 미래고객 선점
정태영 부회장, 고객 소통 전면에선 인플루언서…효과 지켜봐야

지난 6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공연차 내한한 '브루노마스'와 정태영 부회장(출처=정태영 부회장 SNS)
지난 6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공연차 내한한 '브루노마스'와 정태영 부회장(출처=정태영 부회장 SNS)

금융업계엔 각 업권별 1등 회사들이 있습니다. 견고한 성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판을 흔드는 회사는 꼭 1등 회사가 아닐 수 있습니다.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강자로 올라서려는 ‘메기’가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그 메기들의 도전과 응전의 현장을 찾아갑니다.<편집자 주>

지난 14일 현대카드는 실적공시를 통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15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성장을 신고다. 은행과 보험업계가 역대 최고의 실적을 갈아치웠던 상반기 현대카드의 1% 성장은 놀랄만한 뉴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야를 카드업계 내로만 한정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상반기 순이익에서 절대적 1위 사업자 신한카드가 3196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는 전년동기 대비 -23.2%줄어든 수치였다. 다른 카드 전업사들이 -30%대 하락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그나마 1등 회사로서 선방한 수치다. 롯데카드 1079억원(-39.1%), 우리카드 819억원(-38.7%), 하나카드 726억원(-38.8%) 등을 감안하면 ‘선방’이라는 단어에 토를 달기 어렵다.

상반기 반도체 부문에서 실적이 급감한 삼성전자가 실적 만회를 위해 대대적인 가전 세일에 들어간 반사효과를 삼성카드가 누리며 2906억원의 순이익으로 한자릿 수(-8%) 후퇴를 기록한 것이 그나마 눈에 띄는 실적이다.

카드사 고전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상황에서 외부 활동이 많아지며 카드이용액이 늘고 있는게 현실이지만, 카드를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카드사 실적이 무조건 좋아진다고 생각하면 순진한 생각이다. 이른바 3개월 무이자 할부 고객은 안타깝게도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결제를 하더라도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을 이용하는 고객, 카드론(장기대출), 현금서비스(단기대출) 고객이 ‘찐고객’이다. 그렇다고 소비활동이 줄어드는게 좋다는 뜻은 아니다. 그나마 소비의 과정 속에서 카드사 영업의 기회도 발생한다.

카드사를 힘들게 하는 건 먼저 고금리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다. 은행들은 예금, 적금 등 수신으로 들어온 자금을 수신금리 보다 높은 금리로 빌려줘 ‘이자놀이’가 가능하다. 수신만으로 부족할 경우 은행채를 발행해 역시 더 높은 금리로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카드사는 순수하게 조달(외부수혈)을 통해서만이 영업을 위한 현금(Cash)을 마련할 수 있다. 지속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는 채권발행으로 자금을 끌어오는 카드사들에게 큰 부담이고, 남는 것(마진)도 별로 없게 만들고 있다. 지난 5월 대환대출 플랫폼 가동 이후 손쉽게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인터넷전문은행 등으로 고객들이 이탈하는 등 금리 경쟁에서도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카드대출(카드론, 현금서비스, 리볼빙)은 전체 대출자산의 64.9%를 차지했다. 비카드 대출(할부/리스 등 주로 자동차금융)은 35.1%다. 비카드 대출 비중은 2019년 24.1%, 2020년 28.2%, 2021년 31.5%, 2022년 35.0% 등 지속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 할부/리스 구매자가 늘어서라기 보다는 대출에서 카드사들의 경쟁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갈수록 대출 차주 부실화가 일어나며 카드사 자체적으로도 신규 대출 취급액을 줄이려는 리스크관리 강화 기조도 한 몫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본업인 결제부문에서 경쟁자가 늘어나는 점이다.

이른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으로 대표되는 전자금융업자가 간편결제 시장에서 세를 늘리고 있다. 한신평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약 81조원에 불과했던 간편결제서비스 이용금액은 2022년 267조원까지 성장했다. 불과 4년만에 3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성장하는 간편결제시장에서 전자금융업자는 2018년 34.9%의 점유율을 보였으나 2022년에는 47.9%로 절반 가까이 올라왔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극에 달했던 2021년에는 49.7%까지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금융회사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8년 37.7%를 기록했던 금융회사 간편결제 점유율은 2022년 26.8%까지 내려앉았다. 휴대폰 제조사의 점유율은 2018년(27.3%), 2019년(28.3%), 2020년(30.5%)로 늘어나다 코로나19 발발과 함께 외부활동이 줄자 2021년(27.6%), 2022년(26.8%) 소폭 줄었으나 명맥을 유지 중이다. 휴대폰 제조사의 점유율이란 삼성전자의 삼성페이와 LG전자의 LG페이다. 대부분 삼성페이의 몫이다.

여기에 전자금융업자와 카드사간의 밀월관계도 점차 멀어지고 있다. 2018년 전자금융업자 결제액에서 카드를 통한 결제는 78%, 선불 및 계좌 비중은 22.0% 였지만 2022년 카드비중은 60.9%, 선불 및 계좌 비중은 39.1%로 변했다. 전자금융업자의 홀로서기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확대되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신용카드와 고객간 접점을 전자결제사업자가 가로채고 있다. 신 수종 사업으로 빅데이터에 기반한 마이데이터 사업을 일으키고 있는 카드사들에게 고객이 줄어드는 것은 그만큼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등장한 변수가 애플페이다.

현대카드는 지난 3월부터 국내 카드사 단독으로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대카드와 아이폰이 있어야만 결제가 가능하고 아직 주요 결제처에 전용 단말기 설치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초기 카드업계 반응은 싸늘했다. 단말기 설치 비용을 감안한 득실은 알 수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현대카드 측은 상반기에만 신규 회원이 43만명 늘어 회원수가 6월말 기준 1058만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카드사들이 소장하고 싶은 카드디자인(플레이트)을 연일 내놓으며 신규 고객유치 경쟁이 치열한 이때 적은 숫자가 아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새로운 것을 먼저 경험하길 좋아하는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현대카드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부분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요즘 MZ세대로 내려갈수록 아이폰 선호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미래 고객 확보 차원에서 현대카드가 선수를 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반기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애플페이와의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는 부분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상반기 현대카드가 업계 전년대비 플러스 성장을 한 것이 애플페이 덕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편의점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액 이용이 많은 애플페이 이용에서 큰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애플사에 결제시마다 0.15%의 수수료까지 넘겨주고 전용단말기까지 지원하면서 뭐가 남겠냐는 지적도 많다.

하지만 현대카드 이용 고객 셋 중 둘 이상이 애플페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통계는 이 시장을 선점한 현대카드가 혁신을 주도한다는 이미지 구축에는 성공했다는데 이견이 없게 한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에 이어 기다렸다는 듯이 상반기 아멕스(아메리칸익스프레스) 카드와도 단독 파트너십을 통해 VIP마케팅에서도 승기를 잡았다. 미국 내에서 중산층 이상이 사용하는 이미지로 자리잡은 아멕스카드를 통해 현대카드를 쓰는 사람들의 자부심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현대카드 이용자만의 혜택은 각종 슈퍼콘서트, 미술전시 참여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이벤트를 알리는데 가장 선봉에 서는 사람은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다.

그는 스스로 ‘인플루언서’를 자처하며 자사의 행사를 자신의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린다. 홍보팀에서 준비한 멘트를 날린다기 보다 다양한 이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공개하고 팔로어들의 질문에 직접 답을 하면서 고객과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실적 만으로 보면 업계 4위권이지만 강력한 오너십을 가진 CEO가 직접 진두지휘하며 다양한 실험을 한다는 측면에서 카드업계 메기라는 호칭에 어울리는 회사”라며, “다만 메기가 전체 생태계를 좌지우지 할 고래로 성장할 지 아니면 흙탕물을 일으키다 끝날지는 좀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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