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점유율 18년 연속 1위…자기자본 4조원 돌파 초대형 IB 자격
온라인 거래 미래에셋, 삼성증권과 빅3…STO 등 새 먹거리 준비중

작년 1월부터 키움증권을 이끌고 있는 창업공신 황현순 사장(출처=연합뉴스)
작년 1월부터 키움증권을 이끌고 있는 창업공신 황현순 사장(출처=연합뉴스)

금융업계엔 각 업권별 1등 회사들이 있습니다. 견고한 성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판을 흔드는 회사는 꼭 1등 회사가 아닐 수 있습니다.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강자로 올라서려는 ‘메기’가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그 메기들의 도전과 응전의 현장을 찾아갑니다.<편집자 주>

작년 9월말 2134.77을 기록했던 코스피는 이후 완만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지만, 경제침체 우려와 고금리 장기화, 국내외 부동산 발 위기 고조 및 달러화 강세 등으로 2500선에서 박스권에 갖힌 흐름이다. 외국인들의 매수세와 달리 개인들은 매도에 동참하며 4대 증권사(미래에셋, 한국투자, NH투자, KB증권)가 내놓은 연 4~5%대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업무를 하려면 그에 앞서 자기자본 4조원을 넘겨 초대형IB(투자은행) 인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초대형 IB로 분류되는 증권사는 앞선 4개 증권사와 삼성증권까지다.

초대형IB가 되면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자기자본의 두배까지 어음 발행이 가능해 큰 규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 자금으로 신규 사업 진출 및 투자 등을 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실질적인 의미와 상징적인 브랜드 강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5대 증권사에 이어 초대형IB 진입을 노리는 2위 그룹에는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등이 있다. 하나증권의 경우 이미 자기자본 6조원을 확보,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지만 인가 기준 4조원을 넘긴 이상 꼭 규모 순으로 되는 것은 아닌 만큼 회사별 경쟁이 치열하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2위그룹에 키움증권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금융지주의 지원을 받는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부동산금융의 확고한 1위인 메리츠증권에 가려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팬데믹 상황은 자본 규모를 키워 IB강화에 매진하던 경쟁사가 고전하는 동안 동학개미운동으로 일컬어지는 개인들의 주식시장 참여와 함께 키움증권에게 새로운 기회를 불러왔다.

WM(자산관리) 부문에 강점이 있다 해도 지점이 많은 증권사들은 코로나19 기단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했다. 화려하게 장식한 VIP센터도 무용지물이었다. 하지만 업계 최대 규모의 키움증권 콜센터는 유튜브를 통해 투자지식을 쌓은 동학개미, 서학개미들을 맞이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자기자본이 5조원에 미치지 못하는 키움증권이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불과 3년간 약 2조4000억원(연결기준)의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였다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직전 3개년(2017년~2019년) 합계 당기순이익이 약 8000억원(연결기준)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얼마나 폭발적인 성장세인지 알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개인 위탁거래 점유율 30%(22년 말 기준 30.1%)로 무려 18년 연속 증권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키움증권의 영업노하우는 여의도에서도 미스터리다. 60개에 달하는 증권사가 있지만 거래 시스템과 수수료 체계는 대동소이하다. 키움증권이 영웅문이라는 강력한 브랜드의 거래시스템을 구축했지만 타사 시스템과 뚜렷한 차이점을 말하기가 쉽지 않다.

키움증권은 IMF와 닷컴버블의 상흔이 아직 가시지 않은 2000년 1월 31일에 문을 열었다. 당시 이름은 키움닷컴증권㈜였다. 비슷한 시기 온라인 증권사를 표방하며 문을 열었던 이베스트투자증권(구, 이트레이드증권)은 1999년 12월 15일 창립총회를 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이 한달 반 차이로 국내 1호 온라인증권사 타이틀을 가져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현재 자산규모나 이익 규모도 비교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베스트투자증권이 훨씬 탄탄한 모습으로 시작했다. 주주구성만 해도 미국계 증권사인 이트레이드증권과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일본계 소프트뱅크 등 3개국 회사 합자 형태였다. 미국 증권사와 국내 굴지의 증권사, 닷컴 버블속에 우뚝 일어난 일본계 글로벌 기업의 합작이라는 야심찬 출발이었다.

현재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인 김원규 사장이 훗날 우리투자증권이 된 LG투자증권 포항지점장 출신이라는 점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현재도 대주주인 G&A프라이빗에쿼티(사모펀드) 지분 대부분을 LS네트웍스가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범 LG가의 영향은 남아있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한 증권업계 원로는 “키움닷컴증권의 경우 처음부터 HTS를 중심으로 과감히 수수료를 내리고 이박사가 등장하는 독특한 광고 등으로 새로운 증권사의 탄생을 알린 반면 이트레이드증권은 (홈페이지에서 거래하는) 웹트레이딩 서비스로 시작해 변화의 흐름을 놓쳐 초기 고객 선점에 실패한 것이 차이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1위 미래에셋, VIP명가 삼성증권과 국내 및 미국주식 거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며 유보금을 착실히 쌓는 한편 지난해 전략기획본부 산하에 종합금융팀을 신설, 초대형 IB로의 전환 준비에 들어갔다.

다만 뜻하지 않은 CFD 사태의 후폭풍을 맞으며 준비된 체력을 기반으로 날개를 펼칠 초대형IB인가가 불투명한 상태가 됐다. 대주주가 고점에서 자사 주식을 매도하는 과정에서, 키움증권에 높은 신뢰를 보여주었던 개인투자자들의 실망이 노출됐다. 일각에서는 키움증권 불매운동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키움증권이 20여년 쌓아온 개인고객들과의 신뢰는 위기시 빛을 발하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지난 2018년 처음 키움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야구단 메인 스폰서로 나설 때를 잊지 못한다”며, “매우 짠물 경영을 하는 회사로 알려진 키움이지만 고객 관점에서 시스템을 짜고 고객을 위한 마케팅 활동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과감한 모습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키움증권은 증권업계의 혁신을 주도해온 만큼 점점 포화되는 국내 시장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채비를 하자 그 과실을 국내 투자자에게도 향유토록 하기 위해 일본주식 거래시스템을 내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또 국내주식, 해외주식, 국내·외 파생상품, 금융상품 외에도 음악저작권, 미술품, 부동산 등의 조각투자(STO), 데이터 기반의 대출 및 카드 중개 등 새 먹거리를 발굴하고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의 성공 방정식인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1월 시작한 키움영웅전은 연 10억에 달하는 대규모 상금과 상위랭커들의 매매내역 열람 기능 등으로 투자자들의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참가자가 늘고 있다.

투자정보 플랫폼 채널K는 최근 유튜브의 숏폼 콘텐츠 ‘쇼츠’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키움증권 역시 투자정보 플랫폼으로 고객들에게 더 쉽고 간편하게 투자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숏폼컨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여의도 증권가를 돌며 길거리에서 시민들과 투자 경험이나, 투자에 대한 생각을 인터뷰하는 ‘여의도증권가것들’시리즈는 런칭 한달 만에 50만 조회수를 넘길 만큼 반응이 뜨겁다.

이외에도 자체개발한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 ‘키우Go’는 고객의 자산을 키워간다(Go)는 뜻으로 투자목표와 투자기간·투자예정금액·투자자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고객에게 적합한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또한, 랩 계좌의 성과진단·목표진단·자산진단 등 다양한 형태의 관리서비스와 전문상담원과의 예약상담 서비스 및 입출금·자동이체·해지까지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화면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키움증권은 작년 1월 대표이사에 선임된 황현순 사장이 이끌고 있다.

키움증권은 대형사 반열에 오른 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초대 CEO를 거쳐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지낸 김봉수 대표, 금융투자협회장을 지낸 권용원 대표 등 기라성 같은 CEO를 배출한 전력이 있다.

황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 및 석사를 거치고 2000년부터 키움증권에 합류한 창립공신 중 한명이다. 투자운용본부장, 리테일총괄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그룹전략경영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CEO에 오른지 1년여 만에 위기 속 조직을 굳건히 하고 키움을 한단계 더 도약시켜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키움증권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숨가쁘게 성장하는 가운데 고객, 주주,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Stakeholder)에 대한 배려와 소통에 소홀한 부분이 없었는지 돌아보고 있다”며, “초대형IB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이익의 확대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며 ESG경영을 실천하는 회사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공감대가 회사 내부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키움 임직원들이 뛰어난 역량을 가졌음에도 타사 대비 상대적으로 처우 등에서 아쉬움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개선하고자 한다”며, “주주배당정책 제고, 회사의 성장을 앞에서 이끈 고위 임원들에 대한 은퇴 프로그램 마련 등 전방위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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