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차기 지주 회장 내정자…LIG손보 인수해 CEO 맡아 질적 성장
김기환 사장, 트렌드 주도 차별화 상품으로 양적 성장…손보 빅5 체제 완성

KB손보의 질적 성장을 이룬 양종희 회장 내정자(왼쪽)과 양적 성장을 이룬 김기환 사장. KB손보 제공.
KB손보의 질적 성장을 이룬 양종희 회장 내정자(왼쪽)과 양적 성장을 이룬 김기환 사장. KB손보 제공.

금융업계엔 각 업권별 1등 회사들이 있습니다. 견고한 성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판을 흔드는 회사는 꼭 1등 회사가 아닐 수 있습니다.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강자로 올라서려는 ‘메기’가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그 메기들의 도전과 응전의 현장을 찾아갑니다.<편집자 주>

“양종희 내정자는 은행과 비은행이라는 양 날개를 조정할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을 겸비한 분이라 저보다 더 잘할 겁니다.”

지난 25일 퇴임을 50여일 앞둔 KB금융 윤종규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차기 회장 내정자로 선임된 양종희 부회장에 대한 기대와 평가를 담아 내놓은 발언이다. 지난 8일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KB금융의 차기 회장으로 양종희 부회장을 선택하자 국민은행장을 거치지 않은 양 부회장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기도 하다.

비록 양 부회장이 20년간 국민은행에서 경력을 쌓았으나 그룹 내 맡형 역할을 하는 국민은행장을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해 호사가들의 시비 아닌 시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잡음을 잠재우게 하는 양축이 양 부회장의 성공적인 KB손보 육성과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편 기여다.

1959년 범한해상보험이라는 상호로 시작한 KB손해보험은 1970년 LG그룹(당시 럭키금성그룹)으로 편입된다. 이후 2006년 LIG손해보험으로 다시 사명 변경 후 2015년 다시 KB손해보험으로 이름을 바꾼다.

이 M&A를 진두지휘한 사람이 양종희 부회장(당시 지주 전략기획 담당 부사장)이다. 양 부회장 스스로는 1989년 국민은행 입행 후 2008년 서초역지점장을 끝으로 지주로 이동할 때까지 전형적인 뱅커였다. 하지만 2016년 본인 손으로 인수한 회사의 CEO를 직접 맡아 3연임을 거듭하며 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의 견고한 빅3 체제를 위협하며 메리츠화재와 함께 KB손보를 확고부동한 톱5 체재로 변화시켰다.

어찌보면 양 내정자가 부회장 3인 중 가장 먼저 승진하는 등 국민은행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지만 윤종규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만큼 비은행 핵심 자회사인 KB손보 육성에 매진한 것이 차기 회장에 오르는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 이번 회장 내정자 선임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양 내정자는 KB손보 CEO로 재임 기간 은행의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보험업에 적용해 양보다 질적 성장에 집중하면서 인수한 회사의 체질개선을 성공시켰다.

2021년 그 바톤을 이어받은 김기환 사장은 개선된 체질을 바탕으로 다양한 혁신을 통해 양적 성장을 이루는 또 한번의 도약을 이뤄낸다.

2020년 당기순이익 1539억원에 그쳤던 KB손보는 김 사장의 임기 첫 해인 2021년 당기순이익이 약 2배 가까운 2813억원까지 올라왔고, 이듬 해인 2022년에는 5686억원으로 2년 연속 두배 안팎의 성장을 이뤄 KB금융 비은행 계열사의 맹주로 떠오른다.

김 사장은 보험업계 수익성이 악화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21년 10월 자회사 ‘케이비헬스케어’를 설립하는가 하면, 같은 해 11월 업계 최초로 마이데이터사업 인가를 받는 등 발빠른 행보를 이어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는 국민은행에서 리스크관리를 담당하고 지주에서 재무총괄을 맡는 등 관리형 CEO일 것 같은 이력이지만 꼭 필요한 전략적 판단에 있어서는 주저하지 않는 승부사 기질도 발휘해 KB손보의 성장세에 탄력을 더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새롭게 도입된 회계기준인 IFRS17이 시행되면서 KB손해보험은 기존 회사의 전략방향과 동일하게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측면의 상품개발과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3월 개정 출시한 KB금쪽같은 자녀보험을 시작으로 4월에는 5.10.10 플러스 건강보험, 5월 슬기로운 간편건강보험, 6월 KB 금쪽같은 펫보험, 7월 KB 플러스 오토바이 운전자보험, 8월 9회 주는 암보험, 2대 질환 열번 보장 보험 등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는 신상품을 연이어 출시하는 동시에, 기존 상품도 리뉴얼을 통해 시장의 니즈에 적확한 상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브랜드마케팅에 강한 KB금융의 DNA를 수혈받아 이른바 ‘금쪽이’ 시리즈로 브랜드의 통일성을 기해 고객의 뇌리에 파고들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KB 금쪽같은 자녀보험 플러스, KB 금쪽같은 희망플러스 건강보험, KB 금쪽같은 펫보험 등이다.

지난 3월 출시한 금쪽같은 자녀보험 플러스는 9월 태아부터 15세까지 가입 가능한 상품으로 개정됐다. 자녀보험은 일반적으로 종합형 건강보험보다 보험료가 저렴하고, 보장과 납입면제 등에서 혜택이 크다. 이 상품은 기존 ‘신체 및 마음건강’ 보장에 더해 자녀의 안전하고 건강한 성장을 돕고 자녀가 올바르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성장’ 관련 보장이 추가됐다.

‘KB 금쪽같은 자녀보험’은 중대사고 발생 시 향후 납입해야 하는 보장보험료를 면제해주는 납입면제를 업계 최고 수준인 총 11개로 확대했다. 구체적으로 발생 확률이 높은 암(유사암 제외)·뇌혈관·허혈성 심장 진단·양성뇌종양·외상성 뇌출혈·외상성 장기손상·중대재생불량빈혈·중대한 화상부식 등의 중대사고 발생 시 납입면제를 통해 어려움에 처한 고객을 배려했다.

보험가입의 필요성은 있으나 경제적인 여유가 많지 않은 사회 초년생들을 겨냥한 상품도 내놨다. 사회활동 초기인 35세까지를 위한 ‘KB 금쪽같은 희망플러스 건강보험’이다.

코로나19 기간 사회적거리두기 확대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고,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애완동물인 강아지와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지난 6월 ‘KB 금쪽같은 펫보험’을 내놔 빠르게 대처하기도 했다. 반려동물의 건강한 삶과 보호자의 즐거운 반려생활을 돕는다는 취지다.

이 상품은 핵심 보장인 치료비 보장비율을 업계 최고인 90%까지 확대하고, 자기부담금이 없는 플랜을 추가해 상품경쟁력을 강화했다. 구체적으로 기존 최대 80% 였던 ‘반려동물 치료비’의 보장비율을 업계 최대인 90%(프리미엄형)부터 80%(고급형), 70%(기본형), 50%(실속형)까지 세분화 했고, 자기부담금도 업계 최초로 0원부터 1만원, 3만원 플랜까지 차별화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다.

최근 만성질환이 있거나 큰 병으로 아팠던 반려동물도 부담보로 가입할 수 있도록 ‘조건부 인수’ 제도도 신설했다. 조건부 인수를 통해 과거에 앓았던 질병과 연관된 부위는 보장에서 제외하고 다른 부위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보장 혜택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소형 강아지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슬개골 탈구’로 치료받은 강아지의 경우 이를 고지하고 ‘근골격계 질환’ 부담보로 인수 가능하다. 기존에는 해당 질병이 있을 경우 가입이 제한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KB금융그룹 자체가 빅모델을 활용한 매스마케팅에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가운데 KB손해보험도 오은영 박사라는 빅모델을 기용해 이른바 금쪽 마케팅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그간 현대해상이 독점하다시피 해온 어린이보험 시장과 성장하는 펫보험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신규 고객을 창출해낼 수 있을지 업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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