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생명 CEO 세대교체 업계 긴장…김재식 부회장 전면에
교보생명 세대교체론, 삼성화재 그룹 쇄신, KB손보 신임회장 변수

임기 종료를 앞둔 보험업계 CEO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미래에셋생명 김재식 부회장, 교보생명 편정범 사장, 삼성화재 홍원학 사장, KB손보 김기환 사장. 각사 제공.
임기 종료를 앞둔 보험업계 CEO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미래에셋생명 김재식 부회장, 교보생명 편정범 사장, 삼성화재 홍원학 사장, KB손보 김기환 사장. 각사 제공.

고금리 장기화로 금융업계가 풍랑을 맞고 있다. 변화와 혁신의 바람 속에 리더의 교체 바람이 부는가 하면 안정화를 위해 CEO 유임 카드가 나오기도 한다. 각 금융업권별 당면한 현실과 CEO들의 연임 가능성을 점쳐본다. <편집자 주>

올해 보험업계엔 이슈가 많다. IFRS17 도입에 따른 회계기준 변화로 실적이 들쑥날쑥 하는가 하면 금리가 고공행진하며 채권보유 비중이 큰 보험사들의 실적도 출렁인다. 여기에 조달비용 변화,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야외활동 증가로 손해율 급증 등 리스크관리 관점에서 분주한 시기다.

연말 연초를 앞두고 주요 보험사 CEO들의 임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앞서 언급한 이슈들은 CEO들에게 모두 평가 항목이다.

아직 때이른 감이 있지만 업계에 CEO 거취가 관심을 끌게 된 데는 지난 달 미래에셋그룹의 한 발 빠른 CEO 및 임원인사 탓도 있다. 투자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한 세대교체 인사였다.

투자형 보험사를 지향하는 변액보험 명가 미래에셋생명도 변재상, 김재식 각자대표 체제를 종식하고 변 사장을 고문에 위촉하며 김재식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올해 3월 연임 결정이 났던 것을 생각하면 당사자로선 아쉬운 결정이지만, 변재상 사장은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을 오가며 대표이사를 두루 지냈다는 측면에서 장수CEO였다.

변 사장은 63년생으로 대전고와 서울 법대를 졸업하고 채권전문가로 미래에셋 설립 초기에 합류, 홍보, 인사, 경영지원 등을 두루 맡은 끝에 미래에셋증권 사장을 거쳐 미래에셋생명 영업부문 각자대표를 맡아왔다. 복수 대표를 통한 견제와 균형을 중시하는 박현주 회장 특유의 인사방식이지만, 나이차이가 있는 CFO 출신으로 관리부문 대표를 맡은 김재식 대표가 그간 전면에 나서는 일은 많지 않았다.

김 대표는 67년생으로 운호고, 서강대 경영학사 및 석사를 마쳤다. 동양화재, 한남투자신탁(현 한화자산운용), 중앙종합금융을 거쳐 미래에셋에 승선한 인물로 보험, 운용, 종금, 증권 등을 두루 거치며 리스크관리 전문가로서 활동해 숫자에 강하다는 평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영업부문 대표가 따로 있어서 관리에 초점이 있었지만 변액보험 뿐 아니라 보장성보험 부문에서도 실력을 보여줘야 하고, 제판분리를 통한 계열사와의 시너지, 업계 이슈인 CSM(보험계약마진) 확대 등 부문 대표들과의 호흡을 통해 실력을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3 생보사 중에는 교보생명 편정범 대표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편 대표는 지난 2021년 3월 3인대표 중 한 명으로 선임됐다. 순천향대 수학과와 동국대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영업과 전략기획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3인대표 중 윤열현 대표가 작년에 자리를 내놓으면서 현재는 오너인 신창재 회장과 2인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오너로서 대외활동을 책임지는 신 회장과 호흡을 맞추며 디지털 전환, 영업조직 관리, 현재 진행중인 지주사 전환까지 총괄하는 인물”이라며, “특히 오랫동안 교보생명을 힘들게 했던 사모펀드와의 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국면이라는 측면에서 편 대표를 교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교보생명 내에서 불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이 부담이다.

손해보험 업계에선 1등 삼성화재 홍원학 대표의 연임 여부가 화두다. 2위인 DB손보가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고 발군의 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내는데 홍 사장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64년생으로 용산공고와 고대 일어일문과 출신인 홍 사장은 삼성금융네트워크의 맏형인 삼성생명에 1990년 입사했다. 삼성전자 경영전략팀 상무와 삼성생명 인사팀 임원을 거쳐 2018년부터 삼성화재 영업부문을 담당하다 2021년 12월 사장에 올랐다. 임기는 내년 3월이다.

특히 실적에서 작년에 1조1410억월 거두는가 하면 올해는 상반기에만 1조2166억원을 거둬 3분기 회계조정 등에 따른 실적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순이익 2조원대 달성이 가능할 거라는 게 보험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다. 대표적인 배당주이자 실적방어주라는 장점까지 더해져 주가도 CEO 선임 당시 20만원 선에서 현재 26만원까지 약 30% 상승한 상태다.

다만 계열사인 삼성증권 장석훈 대표와 마찬가지로 홍 대표의 유임 여부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사람 모두 실적에선 나무랄 부분이 없지만, 삼성그룹이 위기의식을 갖고 대전환을 선언할 경우 CEO들의 운명은 알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이재용 회장이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버금가는 대 결단을 내릴 경우 인적 쇄신론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역시 뛰어난 실적을 보였지만 KB손해보험 김기환 대표 거취도 아직 안갯속이다.

KB손보는 3분기 1551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KB금융 비은행 순이익 3451억원의 약 45%를 책임졌다. 카드나 증권 등 다른 계열사가 주춤하는 사이 그 공백을 메워 KB금융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상징하는 회사로 떠올랐다. 그룹의 마지막 포트폴리오인 KB라이프생명에 앞서 굳건한 손보 빅5체제를 완성한 공이 김기환 대표에게도 있다.

다만 김 대표가 이미 2년 임기에 더해 1년 연임을 한 상황이고, 양종희 회장이 세대교체론을 꺼낼 경우 63년생인 김대표의 연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김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국민은행에 합병된 장기신용은행 출신이다. 은행과 지주를 오가며 주특기인 재무 외에도 홍보와 인사 등을 두루 맡아 두터운 인맥을 무기로 스킨십 경영에도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오은영 박사라는 빅모델을 기용해 현대해상이 독점하다시피 한 어린이보험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끌어낸 것도 그러한 김 대표의 경력에서 나왔다는 안팎의 평가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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