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속출...리스크관리 실패로 자리 내놓은 CEO들
부동산금융 퇴조…금리하락 기대에 채권, 금, 비트코인↑

먹구름 낀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제공.
먹구름 낀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제공.

2023년 금융투자협회는 70주년을 맞았다. 다만 칠순잔치는 조용히 치뤄졌다. 연초 이차전지 및 AI열풍과 금리인하 기대 속에 기세 좋게 시작했던 코스피는 하반기 들어 상승분을 반납했고, 거래대금도 그에따라 축소됐다. 브로커리지 뿐 아니라 부동산금융의 퇴조와 함께 실적이 급락하자 톱5 증권사를 포함 주요 증권사 CEO가 모두 자리를 내놨다. 특히 CFD사태, 영풍제지 미수금사태 등 사건사고가 휘몰아치며 투자자신뢰도 약화됐다.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자 흥행실패를 우려해 IPO 실적도 급감했다. 중국 시장의 퇴조와 함께 인도가 떠오르고 일본의 부활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늘었다. 금리인하에 베팅하는 채린이(초보 채권 투자자)가 늘어난 가운데 ETF는 더욱 진화하며 자산운용사 실적은 개선됐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올 한해 금융투자업계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편집자 주>


▲코스피 널뛰기 장세…2250→2668→2274→2518


연초 2250으로 시작한 코스피는 상반기 2차전지 관련주 열풍, 금리 하락 기대감과 함께 랠리를 이어가는 듯 했으나 이후 대표 전기차 주식 테슬라의 실적 하락 등의 악재가 터지며 다시 급락해 10월 말 다시 2274까지 밀리며 연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후 미국 고용 및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의 하락으로 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 기조가 수그러들고, 국내에서도 한국은행이 7연속 금리 동결을 이어가자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실적 기대감이 한풀 꺾이긴 했지만 자동차 부문의 호조, 반도체 수출 하락 속도의 감소 등 경상수지가 흑자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10월말 기준 수출이 다시 흑자로 확인되며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M7(Magnificent7) 강세와 AI열풍…미국주식 투자 관심 고조


올해 1만500선에서 시작한 나스닥 지수는 7일 종가 1만4404 수준으로 약 +35% 수준이지만 이른바 미국의 대표 빅테크 종목인 M7(Magnificent7) 주가는 약 70% 상승해 두 배의 성과를 보였다. 국내 주식시장 시총 상위 종목 상당수가 2차전지 종목들로 포진돼 있어 코스피가 박스권의 움직임을 보이자 코로나19 시기 미국주식에 눈을 뜬 투자자들(이른바 서학개미)이 미국시장으로 더욱 몰려갔다.

미래에셋증권 반포WM센터장인 이성우 상무는 “국내주식 투자의 경우 너무 많은 정보가 오히려 시장 전체에 투자하게 만들어 투자수익에 방해가 되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 주식은 어차피 대표 종목에만 투자하는데, 이 주식들이 AI열풍에 올라타 계속 성장하고 있어 국내투자 대비 성공 확률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매우 훌륭한 7개 종목을 뜻하는 M7 종목(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테슬라, 엔비디아, 메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새해에도 이어질 거라는 게 금투업계 전망이다.


▲개인 채권투자 열풍…2년새 두배, ETF등 형태도 진화


금리가 고점을 찍고 내려가리라는 기대감은 개인들의 채권투자 열풍을 심화시켰다. 하반기 들어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속해 5.50%로 동결하고, 한은은 아예 일년 내내 금리를 3.50%에 붙잡아 둔 가운데, 시장금리(채권금리)는 점점 내려 채권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이달 초 발표한 지난 5월 말 기준 개인 직접투자 채권 평가 잔액은 45조8000억원으로 2021년 말(23조6000억원) 대비 두배 증가했다. 주로 60대 이상 투자자(51.5%)를 중심으로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77.2%)을 통한 거래가 많았다. 국내채권 장외거래(83.5%)가 주를 이룬 가운데, 해외채권 장외거래(8.3%), 국내채권 장외거래(8.2%)의 분포를 보였다.

하반기 들어 금리 인하 시점이 점차 임박해온다는 확신 하에 투자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채권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자산운용사들이 이들을 흡수하기 위해 채권에 투자하는 ETF를 출시하면서 주식처럼 편하게 거래할 수 있게 되자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중국시장의 하락, 인도와 일본의 부상


올해 세계최대 인구대국의 지위를 중국에서 넘겨받은 인도시장이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 대표 센섹스지수는 2016년 2월 말 2만2500선에서 12월 8일 종가 6만9826을 기록 중이다. 코로나 19 발발 초기인 2010년 상반기를 제외하곤 쉼없이 상승했다. 올해에도 약 15% 상승을 이어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3년사이 인도증권거래소(NSE)에 상장된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3조달러에서 지난 5일 기준 4조달러를 넘어서면서 세계 5위 시장인 홍콩 턱밑까지 쫓아왔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안정감이 떨어지고 급등한 주가로 센섹스지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에 달해 글로벌 증시(16배)보다 높다. 이른바 벨류에이션(평가가치)이 부담스럽다는 평가도 나와 투자에 유의가 필요하다.

한편 오랜 침묵을 지켰던 일본니케이225지수도 연초 2만5800선에서 8일 현재 3만2300선 까지 급등하며 투자자 관심을 모으고 잇다. 또 한계에 다다른 극도의 엔저 상황에서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일본시장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반면 상해종합지수가 8일 현재 3000선이 무너졌고, 대표 중국기업들 중 홍콩시장에 상장된 종목들로 구성된 H지수의 경우 2018년 1월 말 1만4000선까지 갔다가 하락을 이어가며 지난 해 10월 말 5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후 현재 10% 남짓 반등해 5600선을 기록 중이나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투자액 8조원 중 3조원 이상이 손실 확정 구간에 놓여 있어, 판매 금융사, 투자자, 금융당국 모두 긴장한 상황이다.


▲IPO시장의 침체…대어 IPO실종


올해 IPO시장은 유례없는 침체를 겪었다. 건수로만 보면 외견상 큰 하락이 느껴지지 않는다. 연말까지 추가 상장 예정 3종목과 스팩 2종목을 더하면 올해 총 119개 종목이 상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114개 종목, 2022년 115개 종목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공모금액으로 보면 올해 대어 IPO 실종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2021년 20조431억원, 2022년 16조1141억원에 비해 2023년 3조6031억원으로 급감했다. 증권사 입장에서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이 1조2000억원대의 공모총액 주관실적을 올리며 선두 경쟁을 벌였고, 한국투자증권이 8000억원대, 작년에 LG에너지솔루션 공모를 맡으며 1위를 기록했던 KB투자증권이 12월 막판 뒷심을 보이며 추격하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IB본부장은 “당초 올해 상장을 목표로 했던 많은 기업들이 실적 감소와 시장의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된 몸값을 받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내년 이후로 상장 시기를 미룬 만큼 내년에는 더 나은 IPO 실적을 기대한다”며, “어차피 IPO도 투자심리와 연동된 문제기 때문에 금리 하락이 본격화되고 기업 실적이 바닥을 찍는 것이 확인되면 IPO가 다시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G증권발 CFD사태…시장 신뢰 하락


지난 4월, 당시까지 특별한 이유없이 급등하던 중견 종목 8개 주가가 급락해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상승하는 종목에 올라타기 위해 이른바 신용투자를 통해 빚투에 나섰던 개인들의 피해가 컸다.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등 건실하고, 대주주 비율이 높아 유통주식수가 작은 종목들이 주 대상이었다.

주가 급락의 이유는 이들 종목에 CFD기법을 활용 통정매매를 통해 주가를 밀어올린 세력이 뒤에 있었고, 반대매매 과정에서 증권사들의 투매가 나온 결과였다. CFD는 차액결제거래를 통해 증거금 40%만 있으면 거래가 가능하다. 즉 보유 금액의 2.5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가 가능하지만, 주가가 급락할 땐 그만큼 손실도 커진다. 한번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증권사들의 반대매매가 시작됐고 걷잡을 수 없이 주가가 폭락해 깡통계좌 속출은 물론 개인들이 빚더미에 올라서는 상황까지 맞이했다. 이들에게 돈을 꿔준 증권사들에게도 피해가 전해졌다.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


2023년 주가조작 1라운드가 ‘CFD사태’였다면 2라운드는 ‘영풍제지’였다. 지난 해 10월경 2700원대에 불과했던 이 종목은 조금씩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지난 3~4월경부터 본격 랠리를 시작해 9월 초 5만4200원까지 급등했다.

후에 밝혀진 급등의 비밀은 주가조작이었다. 10월 18일 하한가를 기록한 이 종목은 이후 거래정지를 거쳐 거래가 재개되자 10월 26일부터 11월 2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해 시장과 투자자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 과정에서 국내 위탁거래 절대적 1위 사업자인 키움증권도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증권사 전체에서 수익 1위를 기록해온 키움증권은 타사가 ‘영풍제지’에 대해 증거금율 100%를 적용해 투자자 및 회사의 리스크를 줄이는 동안, 40%의 증거금율을 적용해 주가조작 세력에 이용당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키움증권은 뒤늦게 타사와 같은 100%로 조정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고, 대규모 미수금 발생으로 회사도 수천억원대 피해를 떠안으면서 올해 수익 1위 증권사의 영광이 빛을 잃었다. 상반기 CFD사태와 함께 2연속 리스크관리에 문제점을 보인 키움증권은 결국 대표이사가 연말 자리에서 물러났다.


▲부동산 금융의 퇴조와 IB부문 축소


이미 지난해 하반기 본격화된 부동산PF 이슈가 올해 전혀 진전도 없이 한 해를 보냈다. 문제를 해결하기 보단 만기를 연장하며 이자만 더 늘어나는 상황이 이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증권사들을 옥죄는 뇌관이 되고 있다. 고금리 상황과 인플레이션이 맞물리며 부동산 가치는 하락하고 분양가는 오르자 주요 사업장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는 건설사들로 하여금 발을 빼게 만드는 상황이 되고 있다. 그나마 수도권 사업장들은 대주단 구성 등을 통해 사업성을 이어가고자 노력 중이지만 지방 사업장에선 기존 투입비용을 포기하면서까지 아예 사업을 접는 곳도 있었다.

특히 10~20위권 중견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은 낮고 부동산금융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 되자, 신용평가사들이 이들의 등급을 낮추면서 조달비용 등에 부담을 더하며 향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증권사, 캐피탈, 저축은행 등은 본사업으로 넘어가기 전 단계로 수익성은 높으나 위험도가 높은 브릿지론 투자가 많고, 선순위 위주로 투자하는 제1금융권(은행)과 달리 중순위 및 후순위에 전체 투자의 절반 정도가 이뤄져 내년도에 부동산 시장이 급반등하지 않을 시 부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커진 한 해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주요 증권사들은 자체 조사를 벌여 PF관련 사업부서를 아예 없애거나, 크게 축소하는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 분야 1위인 메리츠증권, IB강자 NH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 강도높은 조사를 통해 문제가 있는 부서와 직원에 대한 징계를 내리거나 CEO를 바꾸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했고, 해외부문 투자에서 타 은행들에 제공한 상품에서 문제가 나온 미래에셋증권 등도 해당 부서를 축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주요 증권사 CEO 전원 물갈이


실적이 급감하고 사건사고가 빈발하자 당초 유임이 점쳐지던 수많은 CEO들이 임기도 끝나기 전에 모두 자리를 떠나거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포문은 1위인 미래에셋증권이 열었다. 창업공신인 최현만 회장을 임기 도중 고문으로 물리는가 하면, 각 계열 올드보이들이 모두 자리에서 내려왔다.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 모두 CEO를 교체한 가운데, 올 들어 사모펀드 사태를 다시 들여다본 감독 당국이 11월 말 해당 CEO들에게 중징계를 내리자 KB증권, NH투자증권 CEO가 주요 보직에서 자리를 내놓거나 행정소송 등 다각도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심 중이다. 시장에선 자리를 지킬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이로써 톱5 증권사 CEO 전원과 메리츠증권, 키움증권을 포함 주요 증권사 CEO가 모두 자리를 떠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한해였다.


▲자산운용사 ETF 경쟁 심화 및 상품 다양화


ETF시장을 두고 혈전을 벌여온 자산운용사간 경쟁이 더욱 심화된 한해였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2위를 다투며 전체 시장의 8할을 차지한 가운데,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이 3,4위로 추격하며 노력했지만 격차를 크게 줄이는 데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뒤이어 키움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이 각자의 색깔을 강조하며 경쟁했다.

특히 삼성자산운용 출신으로 ETF의 아버지로 불리며 한투운용으로 옮긴 배재규 사장과 KB자산운용을 빅3 운용사로 만들고 신한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조재민 사장이 두각을 나타냈다. 한투운용은 빅3체제로 굳어지던 경쟁구도를 빅4로 인식전환하는데 성공했고, 신한자산운용은 월지급식 상품을 무기로 운용자산을 꾸준히 늘리며 NH아문디자산운용을 밀어내리고 한단계 높이 올라섰다.

올해는 반도체와 2차전지를 중심으로 섹터ETF의 두각과 더불어 운용역의 재량이 발휘되는 액티브ETF에 대한 관심, AI 등 테마형 상품, 채권ETF, CD금리 등을 활용한 파킹형 등 상품의 구성과 운용 전략에도 차별화가 진행된 한해였다.


▲기타


이 밖에도 이차전지 및 인공지능(AI), 로봇 관련 투자가 열풍을 이어갔고, 리스크가 있지만 더 높은 수익률에 베팅하는 레버리지ETF 및 ETN의 인기, 금리 하락을 기대한 비트코인과 금값의 급등, 조각투자시장 선점을 위한 증권사들의 STO 시장연합 형성, 열매컴퍼니, 투게더아트, 서울옥션블루 등 미술투자시장 본격화를 위한 관련 업계의 증권신고서 제출, 부동산 시장 횡보 등이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사항이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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