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인력감원·투자전문가 영입 잇따라
실적·투자 중심 분위기에 개발자 불만 고조

정보기술(IT)업계가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자구책으로 인력 감원과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투자전문가 영입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카카오아지트에서 3차 시위 벌인 카카오 노조. 연합뉴스
정보기술(IT)업계가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자구책으로 인력 감원과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투자전문가 영입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카카오아지트에서 3차 시위 벌인 카카오 노조. 연합뉴스

정보기술(IT)업계가 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자구책으로 인력 감원과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투자전문가 영입에 나서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에 몸값을 크게 불렸던 IT 개발자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업계 내부에서 불안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연말연시를 앞두고 실적이 저조한 사업을 정리하거나 자회사를 중심으로 인력 감원에 나서고 있고 투자 전문가를 대표급으로 영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먼저 카카오는 실적 악화를 겪는 자회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카카오기업간거래(B2B) 사업 전문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의 골프 사업 자회사인 카카오VX가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엔터의 희망퇴직자를 포함해 기존 정원의 약 30%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파르게 성장해왔던 숙박 플랫폼 야놀자도 지난 9월 구조조정에 나섰다. 야놀자는 여행사업을 확대하면서 인터파크트리플(옛 인터파크)을 인수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유명 배우 전지현을 광고 모델로 발탁하면서 상반기에만 작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운 218억원의 광고선전비를 썼다.

그 과정에서 야놀자가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공개(IPO)의 시기마저 확정하지 못하면서 적자규모가 불어났다. 회사의 올 상반기 매출은 32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늘었으나 영업손실은 284억원을 기록했다.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호황이 찾아오자 개발자 채용공고를 내면서 ‘1억 연봉 보장’을 제시하며 몸값을 올렸다. 공격적으로 IT개발자를 채용했지만 올해 들어선 인건비 부담이 늘자 채용 기조를 급격히 바꾸는 모습이다.

여기에 업계에 대한 투자마저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투자 혹한기가 지난해부터 나타나면서 업계에 대한 투자와 상장 작업마저 막힌 상황이다.

때문에업계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벤처캐피탈(VC) 출신 투자 전문가로 리더십을 개편하며 위기 극복에 나섰다.

카카오는 차기 단독대표로 VC 출신인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내정했다. 회사가 그간 투자 유치와 상장 등으로 외부 자본을 받아들이며 빠르게 성장해왔다면, 최근엔 해외 투자자들이 빠르게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카카오도 VC 출신을 영입해 해외 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엔씨소프트도 PEF 전문가인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공동대표로 영입했다. 엔씨가 최근 매출 하락으로 인해 실적 부진을 겪자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는 가운데 박 대표의 영입으로 투자와 재무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 여러 업체들이 투자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영입해 추가적인 투자를 끌어올 수 있도록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성과주의 중심을 경계하는 내부 직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IT업계는 다른 업종에 비해 성과주의 성향이 강해 높은 연봉과 성과급, 승진에 대한 욕구가 크다. 이러한 기조는 코로나19 시기에 높아진 몸값으로 더욱 공고화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업계의 채용기회가 대폭 줄어들면서 이직보다는 안정성을 쫓는 경향이 강해졌다. 회사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업계 직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경쟁적으로 형성하는 모습이다. 이를 통해 임금 협상과 복지 등 처우를 개선해나가는 모습이다.

특히 업계가 투자 전문가 등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높은 처우를 보장하는 모습에 개발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영입된 투자전문가가 더 높은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성과 배분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한 IT기업 관계자는 “노조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면서 기업의 성장에 따른 성과 배분을 강조하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움직임뿐만 아니라 개발자 대신 투자자를 더욱 높게 평가하는 기업 모습에 불만을 드러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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