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윤정·롯데 신유열 등 바이오사업 전면 배치
성과 내고 승계 명분 다지기.. '경영수업의 場'으로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왼쪽)과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각 사 제공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왼쪽)과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각 사 제공

 

국내 주요 대기업 오너가 3·4세들이 바이오산업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바이오산업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미래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후계자들이 이곳에서 경영수업을 받으며 성과를 도출해 승계 입지를 다지기 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이 최근 바이오사업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관련 산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바이오산업의 성장 전망 역시 매우 긍정적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파트너십 거래 규모는 지난 2010년 1440억 달러에서 2020년 4140억 달러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제약·바이오산업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 11조3183억 달러(1경4747조원)에서 연평균 6.1%씩 증가해 2026년 16조1919억 달러(2경1098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삼성을 비롯해 LG, SK, 롯데, GS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바이오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그룹 차원에서 본격적인 육성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오너일가 자제들이 바이오사업 분야에서 핵심 경영진으로 합류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대표적이다.

바이오사업이 투자와 장기 R&D(연구개발)이 기반이라는 점에서 당장 성과를 내지 않아도 되는 등 부담이 적은 편인 동시에 미래 먹거리인 만큼 이 분야에서 성과를 내면 경영승계 명분 쌓기에 적합하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사업은 성장세가 높아 성과를 낼 가능성도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먼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 전략투자팀장은 최근 연말 임원인사에서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최 본부장은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 등을 거쳤으며, 2017년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 전략팀에 선임 매니저(대리급)로 입사했다.

이후 2019년 휴직하면서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밟았고, 2021년 복직해 올해 1월 전략투자팀장으로 승진했다. 이어 1년 만에 다시 본부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이번 승진으로 최연소 임원이 된 최 본부장은 현재 SK바이오팜의 신성장동력 및 투자 대상을 발굴하는 전략투자와 3대 기술 개발, 나아가 사업개발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SK바이오팜은 지난 7월 제2의 상업화 제품 인수, 유망기술 확보 등을 통해 2026년 150억 달러(19조원) 기업 가치를 지닌 빅 바이오텍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대 신규 기술로는 ▲표적단백질분해(TPD) ▲방사성의약품(RPT) ▲세포 유전자 치료제(CGT) 등을 낙점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최 본부장 승진과 관련해 "연구개발의 효율성과 유연성, 협업을 강화하고 사업개발과 전략투자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역시 최근 임원인사를 통해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전무를 바이오 계열사에 합류시켰다. 이에 따라 신 전무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하게 됐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6월 출범해 미국 제약회사 BMS가 보유한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며 의약품 CDMO(위탁생산) 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1728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순이익은 487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매출을 합산하면 연 매출 2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현재는 대부분의 매출이 미국에서 나오고 있지만 사업을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 국내에서 인천 송도에 '메가 바이오 플랜트'를 구축하고 있다.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에 입주해 바이오 벤처와의 동반성장을 이뤄내고 바이오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1분기 1공장 착공에 돌입해 2027년 본격 생산에 나선다. 이후 2034년까지 3개의 공장을 준공해 총 36만 리터 항체의약품 생산 규모를 갖추겠다는 목표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신 전무가 1년 만에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롯데케미칼에서 자리를 옮겨 이목이 집중됐다. 그룹의 핵심인 롯데지주와 함께 롯데바이오로직스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되면서 기존 핵심 계열사였던 롯데케미칼보다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더욱 무게를 싣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신 전무는 향후 바이오와 헬스케어를 지원해 시너지를 내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할 예정이다. 특히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 분야에서 다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만큼, 관련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중책을 맡게 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전무는 케미칼은 물론 그룹의 미래성장 핵심 분야인 바이오와 헬스케어 사업에도 지속적으로 관여해 성과를 내왔으며 본격적인 경영 참여를 위한 발판을 다져왔다"고 말했다.

이 밖에 GS그룹에서도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5촌 조카인 허서홍 부사장이 바이오사업을 이끌면서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오너 3·4세들이 그룹 미래 성장동력인 바이오 사업에 투입됐다"며 "키워가는 신사업에서 경영 능력을 검증받고 성장에 따른 유의미한 실적을 쌓게 하려는 목적이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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