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총선·미국 대선…양보 없는 대결 속 경제도 ‘흔들’
중앙은행 방향전환(Pivot)…부동산, 내수, 인구 등 문제 극복 변수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리는 취임식을 위해 입장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2024년엔 정치 이슈가 경제 상황에도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제공.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리는 취임식을 위해 입장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2024년엔 정치 이슈가 경제 상황에도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제공.

2024년을 앞둔 세계 경제는 불안과 기대가 공존한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양적완화에 돌입했던 각국 중앙은행들이 내년에 시계추를 과거로 되돌릴 시점을 저울질하는 가운데, 주요 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지정학적 변수도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과 한국의 부동산 문제, 일본의 금리인상 가능성도 우리의 관심 대상이다.


◆ 정치적 격동기…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


내년엔 전세계적으로 굵직굵직한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당장 대한민국엔 4월 10일 향후 4년간 일할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예정돼 있다.

국민의힘이 여당임에도 의석 수가 절대 부족하자 지난 1년 반여 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책들이 제대로 입안되지 못해 공수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봄에도 여소야대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윤석열 정부가 조기 레임덕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 상황이다.

이번 정부 스타 국무위원 중 한 명인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이 26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하고 당 선거와 공천 작업을 총괄하는 사령탑에 올라 본격적인 경합(Race)에 들어간 상황이다. 특히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오직 여당의 승리를 위해 배수의진을 치고 나서 앞날에 관심이 모인다.

특히 여와 야의 대결구도가 첨예해지면서 경기도내 일부 도시의 서울 편입 검토, 주식 공매도 금지, 대주주 자격 완화, 은행권 횡재세 검토를 포함한 금융권 상생안 도출 등 부동산, 주식, 금융 등을 둘러싼 선심성 정책도 봇물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시야를 좀더 넓히면 내년 11월 5일에는 미국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간 재대결(Return Match)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반도 정책에도 지각변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전세계적 정치·안보 지형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적인 전쟁 장기화 조짐, 고령화에 대한 리스크 등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수세에 몰리고, 각종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폭 우위를 점하는 상황은 대한민국에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당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스트롱맨’과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미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한미일 공조를 중시하고 스트롱맨들과 거리를 둬왔던 바이든과 달리 자국우선주의를 대놓고 실행하려는 움직임이 인다면 주한미국 철수 카드 재부각, 한국을 제외한 북한과의 직접 외교 등이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다. 그간 미국의 리쇼어링(생산기지 국내화) 정책에 발맞춰 미국에 직접 진출하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수혜를 기대했던 우리 기업들에게도 예측하지 못할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철저히 배제하는 움직임 속에 이제 막 반도체 분야가 바닥을 찍고 다시 수출이 반등할 기미를 보이는 이때 새로운 정치적 지형의 변화는 국내 기업들에게 피로감을 높여줄 가능성이 크고 이는 금융시장 등에 그대로 투영될 공산이 있다.


◆ 경기 둔화 가능성에 조기 금리인하 기대…내수기업 긴장


올해 미 연방준비제도, 한국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멈추고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는 상황이지만, 너무 성급한 기대를 하지 말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미 연방준비제도 파월 의장이 그동안 보여왔던 매파적 자세를 버리고 비둘기적 전망으로 급선회하자 다른 연준위원들이 시장의 지나친 기대를 진화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상황이다.

현대차증권 오창섭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글로벌 경기 사이클은 고금리 지속에 따른 제조업 및 서비스업 경기둔화와 함께 더블 딥(W자형) 시나리오가 예상된다”며, “미국과 한국은 내년 말께 물가목표 도달을 예상하는 가운데 하반기를 기점으로 글로벌 금리인하 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장기간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 왔던 일본의 경우 “빠르면 내년 상반기 마이너스 금리 탈피를 예상하는 가운데,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금융시장은 트리플(주식-채권-원화) 강세 국면과 함께 일본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일본의 변화는 우리에게는 낯선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이른바 YCC(Yield Curve Control) 정책을 통해 국채 10년물 금리 상단을 정하고 일본이 무제한 국채 매입에 나섰던 것이 재정적 압박과 더불어 미일 금리차 확대로 부작용이 드러나자 금리 정상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다. 이는 수출에 있어 중국과 경쟁 상황이 심화되는 가운데 일본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는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올 한해 엔데믹 상황에서 과도하게 쏠렸던 일본여행이 가져온 서비스 수지 적자 개선에도 일부 되돌림 현상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일본의 금리가 오른다면 상대적으로 미 달러로 몰려갔던 앤캐리 자금이 자국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달러의 급락으로 원화가 상대적인 강세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등 일본의 변화는 새로운 질서를 가져올 수 있다.

여전한 인플레이션 수준과 고금리 상황의 장기화는 가뜩이나 줄어드는 인구와 고령화로 인해 시니어들이 자산을 소비로 전환시키지 않고 저축과 투자에만 나서면서 내수기업들의 침체가 가속화될 위험도 있다.

특히 심화된 양극화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 여력이 줄어 올해 알리바바, 테무 등으로 대변되는 직구 업체를 통한 중국산 소비재의 공격이 더욱 거세질 수도 있다.

신세계, 롯데 등 국내 대표 백화점과 이마트 등 대형 마트들이 고전을 거듭하는 상황도 아예 명품이거나 아예 가성비 좋은 상품이 아닌 중간지대(Mezzanine) 유통 채널들이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여의도 더현대 백화점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 단순 쇼핑을 넘어 쇼핑 공간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채널로의 변신이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 변수의 중심 부동산 시장…PF 폭탄은 ‘째깍째깍’


올해 회생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을 선별해 대주단을 구성하며 옥석가리기에 나섰던 부동산 PF 리스크가 내년 본격화되리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미 연말 특정 건설사의 부도설이 나오며 관련 주식 주가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상반기를 넘어서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인기를 끌어 다시 가계대출이 늘고,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거 아니냐는 기대가 있었지만, 11월 말경부터 아파트 가격이 꺾이며 내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수준이 여전하고, 인건비, 자재 가격 등의 상승으로 건설사들이 아예 분양 시장에서 발을 빼면서 주택 가격은 내려가 전세로 몰리고 이것이 다시 공급 부족에 의한 재반등의 기폭제가 될 거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다.

수급적인 측면에서 올해 인기를 끈 40조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이 내년 1월 종료되고, 27조원 규모의 신생아특례대출이 시작되지만 아파트 때문에 애를 낳겠다는 인구가 얼마나 될지는 회의적이다. 주요 연구기관이 내년도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1.5~2.0%에 이를 것으로 보는 이유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PF에 많은 자금을 투자한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위기 확산이 단초가 될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6일 보고서에서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분양 경기 침체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사업장별 수익성이 저하되며 PF 우발채무의 차환 및 현실화 위험은 재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브릿지론에 투자한 증권사,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의 경우 1금융권과 달리 후순위 투자가 많아 부실화가 진행되면 이를 직접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올해 응급 처치로 차환발생에 나섰던 건설 현장 중 금융 소비자들이 관계하고 있는 회사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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