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그룹, 신년사서 차별화된 기술력·사업구조·조직 등 '혁신' 피력

(왼쪽부터)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각 사 제공
(왼쪽부터)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각 사 제공

2024년 갑진년(甲辰年)을 맞아 4대 그룹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이 신년사를 통해 새해 다짐에 나섰다. 공통적으로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극복하자는 의지를 담아 기술력, 사업구조, 조직 등 분야에서 '혁신'을 강조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먼저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을 대신해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이 '초격차 기술'에 기반한 경쟁력과 변화 대응력을 신년 화두로 전하면서 결을 같이 했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올해 삼성 임직원들에게 초격차 기술에 기반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AI·에코(Eco)·라이프스타일 이노베이션 등 미래 변화 대응력을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이끌어 온 핵심 가치인 초격차 기술 등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으로 추진하자"며 "지난 50년간 반도체 기술을 선도해 온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경쟁사와의 격차 확대를 넘어 업계 내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자"고 말했다. 이어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은 체감 성능, 감성 품질 등 품질 경쟁력을 가장 우선으로 고려하자"며 "고객 입장에서의 사용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탐구해 삼성전자만의 차별화 솔루션을 제공하자"고 주문했다.

AI 이노베이션에 대해서는 "생성형 AI를 적용해 디바이스 사용 경험을 혁신하는 것은 물론, 업무에도 적극 활용해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가자"면서 "에코 이노베이션이 차세대 디바이스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수동적인 친환경 대응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통해 미래 친환경 제품을 적극 발굴하자"며 "과거에 없던 인구구조와 세대 변화로 소비자가 달라지고 있는 시기에는 단순한 기능 개선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의 발굴이 더욱 필요하다"고 라이프스타일 이노베이션을 강조했다.

올해도 이 회장의 별도의 신년사는 없었다. 이 회장은 그간 별도의 신년사 없이 주로 현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해왔다. 2022년 12월30일에는 동남아시아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새해에도 열심히 하겠다"고 짧게 새해 각오만을 밝힌 뒤 2023년에 바쁜 한 해를 보낸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날 그룹 전체 구성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새해에도 우리의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느슨해진 거문고는 줄을 풀어내어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야 바른 음을 낼 수 있다.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로 우리의 경영시스템을 점검하고 다듬어 나가자"고 신년 화두를 전했다.

해현경장이란 거문고 줄을 고쳐 맨다는 뜻으로, 옛 한(漢)나라 사상가 동중서가 무제에게 '변화와 개혁'을 강조하며 올린 건의문에서 유래한 말이다.

최 회장은 "SK는 그린에너지, 인공지능(AI)·디지털, 바이오 등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며 "우리의 장점과 역량을 결집하고 외부와 적극 협력한다면 이해관계자들이 필요로 하는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재계 주요 총수들 중 가장 먼저 신년사를 밝힌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차별적 고객 가치'를 신년 화두로 내세웠다.

구 회장은 전 구성원에게 이메일로 보낸 신년사 영상에서 '남들과 다르게'의 수준을 넘어 새로운 생활 문화의 대명사가 되는 가치를 '차별적 고객 가치'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차별적 고객 가치를 만든 사례로 트롬 스타일러와 건조기, 전기차 배터리,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을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나갈 가치들도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이나 눈높이를 훨씬 뛰어넘어 고객을 와우(WOW)하게 만드는 감동을 주고 미래의 고객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생활 문화를 열어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가치들이 만들어지고 쌓여갈 때 LG가 대체불가능한 '온리원'(Only One)의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 한화, HD현대, GS그룹 등 다른 주요기업 총수들도 신년사를 통해 위기 대응을 위한 '혁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세계 경제가 초불확실성 시대에 돌입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는 '압도적 우위의 핵심 역량'을 가진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며 "과거 성공 경험에 안주하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사업의 핵심 역량을 고도화하고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사업 구조도 과감히 개편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이를 위해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필요하다"며 미래형 고부가가치 사업에 대한 기술력을 강조했다.

특히 신 회장은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 일상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AI 트랜스포메이션'(인공지능 전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사업 혁신을 주문했고 "생성형 AI 등 기술 투자를 더 강화하고 고객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롯데만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AI 기술을 적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해달라"고 지시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고금리, 고물가, 저성장의 삼중고 속에 시장은 위기를 반복하며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기에 생존을 넘어 글로벌 챔피언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스스로를 혁신하는 그레이트 챌린저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주력 사업에 대해서는 "그룹을 지탱하는 굳건한 버팀목이지만 그만큼 오랜 관행과 타성에 젖기 쉬운 환경"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익숙한 판을 흔들고, 당연한 것을 뒤집는 도전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그룹의 미래를 이끌지만,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더욱 깊이 몰입해 추진해야 한다"며 "지름길도 없고 목표 또한 가깝지 않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책임감을 갖고 지체 없이 실행한다면 의미 있는 성과가 반드시 뒤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내년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지속 등 불확실성이 어느 해보다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 임직원이 국가대표라는 생각을 갖고 상상하지 못한 변화를 만들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은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진 2%대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그보다 낮은 1%대 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그 제품을 만드는 국가대표'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도전과 혁신을 화두로 삼고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는 한 해로 만들자"고 피력했다.

박 회장은 "투자는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며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경쟁자에 앞서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미래를 위한 도약을 과감히 시도하려면 현재 딛고 있는 발판을 더 단단하게 해야 한다"며 소형모듈원전(SMR)을 포함한 원전 분야 사업기회 확보, 가스터빈 해외시장 개척, 건설기계 분야 신기술로 새로운 수요 창출 등 주요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시장 선도를 주문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도 2024년 새해를 '침체의 시작이자 미래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디뎌야 할 기회의 시기'라고 규정하면서 "금리, 환율, 지정학적 위험 등 사업 환경의 변화는 단순한 어려움을 넘어 경기 침체의 시작일 수 있다"며 경각심을 가지고 비상한 대응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허 회장은 사업 환경 악화를 방어적으로 대하기보다 미래 신사업을 창출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순조로울 때 보이지 않던 사업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나 새로운 사업 기회가 어려운 시기에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며 "그동안 GS가 착실하게 준비해온 신사업들이 본격적으로 큰 걸음을 내디뎌야 할 기회의 시간"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오는 3일 오전 기아 오토랜드 광명 2공장에서 신년회를 열고 신년사를 발표한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차가 아닌 기아에서 신년회를 여는 것은 1999년 기아 인수 및 그룹 편입 이래 처음이다. 생산 공장에서 신년회를 개최하는 것도 최초로, 정 회장이 어떤 특별한 메시지를 전할지 관심이 모인다.

정 회장은 이번 신년회에서 '같이하는, 가치있는 시작'이라는 주제로 새해 경영방침, 목표 등을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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