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Q 영업익 2조8000억 '예상 하회'에도 전분기比 15%↑
D램 가격 상승 등 올해 메모리 회복 흐름 기대감 높아져

삼성전자가 6일 2023년 부사장단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 부진으로 실적이 저조했지만 올해 반등을 노린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 부진 여파로 다소 아쉬운 한해를 보낸 가운데 올해는 업황 회복 흐름세에 본격적으로 편승해 실적 반전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9일 삼성전자의 2023년 잠정실적에 따르면 연결 기준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258조1600억원, 영업이익은 6조54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2022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4.58%, 84.92% 줄었다.

4분기로만 보면 매출 67조원, 영업이익 2조8000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91%, 35.03% 감소했다.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으로 지난해 반도체 불황 여파가 컸던 탓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12조원대의 적자를 냈다.

이후 지난해 4분기부터 반도체 업황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큰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은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연간 및 4분기 잠정실적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취합한 컨센서스(증권사 예상치 평균) 보다 낮은 규모다. 앞서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가 연 매출 261조5436억원과 영업이익 7조4886억원,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0조3000억원대와 3조7000억대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성적이 예상보다 저조하지만 올해 크게 만회할 것이란 긍정적이 예측이 나온다. 증권가는 DS부문 분기 적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DS부문 적자는 지난해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에 이어 4분기에는 1~2조원대로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D램 부문은 흑자전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도 삼성전자의 감산 효과는 지속됐으며 공격적인 메모리 가격 인상 전략이 유효했다"며 "중국 스마트폰 고객사 신제품 출시에 따라 안전재고 확보 수요 증가로 (4분기) D램의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적자폭을 줄인 덕분에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은 직전분기 대비로 15.23% 증가했다.

올해 초부터 온디바이스 AI(기기 자체에서 AI를 사용하는 기술)와 같은 첨단 기술 등장에 따라 낸드플래시의 회복 조짐이 관찰된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고정거래가격은 D램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낸드는 2023년 4분기 상승률 대비 더욱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 출시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갤럭시 S24 시리즈는 예년보다 이르게 다음주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경쟁사들 보다 먼저 '생성형 AI' 기술을 탑재한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으로 주목받고 있다. 갤럭시 S24 시리즈가 온디바이스 AI 시장 경쟁을 불러일으키면서 올해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업황 회복 흐름세에 곧바로 편승했다. 메모리반도체는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연속 범용 제품 가격이 상승세로,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올해 1분기에도 13~18% 가량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PC, 서버, 모바일, 그래픽 등 산업이 고르게 성장하며 평균 가격을 밀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AI 플랫폼 성장으로 이용자 맞춤형 HBM(고대역폭메모리)에 대한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맞춤형 HBM D램에 주목하고 있다. 주요 데이터센터 등 고객들의 개별화된 요구에 대응하게 위해 차세대 HBM4부터 선단 로직 공정을 활용할 예정이다.

그간 삼성전자는 재고가 많은 레거시 제품 감산에 집중하는 대신 HBM, DDR5, LPDDR5x 등 선단 공정 제품 비중은 늘리는 방식으로 수익 최적화 구조를 만들었다. 수요만 받쳐주면 가파른 이익 증가가 가능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급변하는 기술과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도 마련했다. 지난해 말 신설한 '메모리 상품기획실'은 고객 기술 대응 부서들을 하나로 통합해 만든 조직으로, 제품 기획부터 사업화 단계까지 전 영역을 맡는다.

또 기존 메인 D램과 공존하면서 대역폭과 용량을 확장할 수 있는 'CMM-D'과 메모리 내부에 연산 작업에 필요한 프로세서 기능을 더한 차세대 융합 기술인 'PIM', 대용량 SSD 구독 서비스 'PBSSD as a Service' 등을 미래 솔루션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 DS 부문은 내부적으로 올해 영업이익 목표치를 11조5000억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전체적인 영업이익도 증가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도 수십조원을 예상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올해 삼성전자 연간 매출액이 325조원, 영업이익이 24조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내년 전장(자동차전자장치) 메모리 1위 달성을 목표로 잡고 세계 최초로 탈부착이 가능한 차량용 SSD도 선보인다. 현재 유럽 주요 완성차 및 고객들과 세부 사양을 협의 중이며 올해 1분기 중 기술적 검증(PoC)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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