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까지 유동성 문제 해결 안되면 “지분 전체 담보 잡아도 좋다”
당국·산은 “의미있는 안”…채권단 일각 “엎드려 절받기”

9일 워크아웃 관련 추가자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는 윤세영 회장. 연합뉴스 제공.
9일 워크아웃 관련 추가자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는 윤세영 회장. 연합뉴스 제공.

9일, 워크아웃 결정 시한을 이틀 앞둔 태영그룹이 11일 채권단 협의회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그동안 담보 제공을 꺼려왔던 그룹 핵심 자회사 SBS 및 지주사 TY홀딩스 지분 담보를 언급하며 분위기 뒤집기에 들어갔다. 채권단 대표격인 산업은행이 긍정 평가를 내놓은 가운데 단서조항을 단 태영의 입장 발표에 여전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채권단 분위기도 읽힌다. 이날 간담회가 워크아웃 개시 필요조건인 채권단의 75% 동의 획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태영그룹은 9일 간담회에서 그간의 자구안에 더해 추가적으로 4월까지 태영건설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TY홀딩스 및 SBS 주식 지분 전체’에 대해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영그룹 사주 일가는 지주회사 격인 TY홀딩스 지분 33.7%를 보유 중으로 이는 약 800억원의 가치를 지닌다. 이 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 36.9%는 약 2000억원의 가치가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태영그룹이 내놓은 핵심 메시지는 기존의 자구안으로 문제해결이 안될 시 태영건설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필요할 경우 이 지분 전부를 담보로 대출을 받겠다는 것이다.

최금락 태영그룹 부회장은 간담회에서 "전부 필요하면 (지분을) 전부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태영그룹은 기존 4가지 자구안만으로 일단 4월까지는 유동성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시각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에코비트의 담보가액이 1조5000억원인데 실제 매각된다면 그보다 훨씬 큰 금액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자구안만으로도 충분히 유동성이 해소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자구안 이행) 하고서도 유동성 문제가 해결 안된다면 그때 TY홀딩스와 SBS 주식을 담보로 내놓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갑자기 태영이 기존보다 진일보한 태세로 나온 데는 그간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태영의 자구안에 의구심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당초 태영그룹은 지난 달 28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 지난 3일 채권단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4가지 자구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핵심 지분인 TY홀딩스와 SBS에 대한 사주 일가의 몫을 내놓는 것에 대해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특히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890억원을 TY홀딩스의 태영건설에 대한 연대채무 상환에 사용해 약속한 자구안 미이행 논란을 불러왔다.

이에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사주 일가의 자구 의지를 의심했고,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남의 뼈만 깎는다”며 채권단보다 더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왔다.

이후 태영그룹은 8일 전날 워크아웃 논의 선결 조건인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한데 이어 금일 창업자 윤세영 회장이 추가 자구안 발표에 직접 나서게 됐다.

윤 창업회장은 "말로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겠다"며 진정성을 강조했다.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자 산업은행은 금일 발표에 대해 이례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산업은행 측은 “태영그룹이 발표한 추가 자구 계획과 계열주의 책임 의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단 일각에서는 오늘의 추가안 발표에 흡족해하지 않는 눈치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시 추가 담보를 내놓은 것은 당연한 일인데 마치 크게 선심쓰는 듯한 인상을 풍기며 단서를 다는 것 자체가 아직 사안의 심각성에 대한 인지가 부족하다는 뜻”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이게 SBS라는 방송사가 결부된 건이 아니면 이런 식의 엎드려 절받기 식 설득이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며, “주채권단이야 정부나 산업은행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지만 전체 75%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머지 채권을 보유한 중소 금융사들이 모두 같은 마음일 지는 지나봐야 알 일”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태영그룹 측은 10일 다시 모이는 채권단들 앞에 나서 추가 설득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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