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겪는 유통업계, 신성장사업 찾기 분주
AI·푸드테크·헬스케어 등 신 역량 확보 초점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왼쪽부터),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부사장),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상무,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각 사 제공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왼쪽부터),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부사장),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상무,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각 사 제공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에 유통·식품사 총수 일가 기업인들이 전면에 나섰다. 전세계적 경기 침체로 유통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첨단기술 분야에서 신사업 역량을 발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부사장),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상무,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등 유통업계 대표 경영진이 올해 'CES 2024' 현장을 방문했다. 이를 통해 AI(인공지능), 푸드테크,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사업 관련 추세를 점검하고 글로벌 관계를 돈독히 다질 전망이다.

먼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전무가 주목된다. 신 전무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 발굴과 신사업을 전담하는 '미래성장실' 조직을 맡으면서 현재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CES에서 그룹의 신사업인 바이오를 비롯해 헬스케어 등 신규 성장 동력 발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신 회장이 이달 초 신년사에서 강조한 그룹의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유통업과 연계할 수 있는 AI 기술 찾기에도 나설 전망이다.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 "생성형 AI 등 기술 투자를 더 강화하고 고객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롯데만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AI 기술을 적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해달라"고 강조했다.

현재 롯데는 유통군에서 AI를 접목한 리테일 테크 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손잡고 생성형 AI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는 최첨단 물류 기술 도입을 논의 중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가 막을 올린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 롯데정보통신 부스를 방문해 김동규 칼라버스 대표(왼쪽)와 고두영 롯데정보통신 대표(오른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가 막을 올린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 롯데정보통신 부스를 방문해 김동규 칼라버스 대표(왼쪽)와 고두영 롯데정보통신 대표(오른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연 한화그룹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은 올해 처음으로 CES에 참석한다. 김 부사장은 지난 1일 자로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부사장)에 선임되며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한화로보틱스 전략담당임원까지 모두 맡게 됐다.

이 가운데 이번 CES에서는 유통과 로봇 기술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한화로보틱스가 전개할 푸드테크 관련 기술을 집중적으로 관람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한화로보틱스 공식 출범 당시 "사명감을 갖고 푸드테크, 보안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로봇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로봇과 관련해서는 AI 기술도 집중 조명할 전망이다. 유통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기반 로봇 기술 등이 대표적으로, 근로자의 안전과 노동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품을 두루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며 경영 일선에 나선 전병우 전략총괄 상무는 이번에 홀로 CES에 출격했다. 전 상무는 창업주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의 장남이다.

지난해 9월 그룹 공식명칭을 변경하고 새 출발을 알린 삼양라운드스퀘어는 그룹이 장기적으로 가야하는 방향으로 푸드케어와 푸드테크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기술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푸드테크테인먼트(Food tech-tainment)'기업으로의 비전을 선포했다.

향후 추진할 핵심 사업으로는 푸드테크 분야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통한 맞춤형 식품 개발 ▲식물성 단백질 식품 ▲잇터테인먼트 부문에서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커머스 구축 등을 꼽았다. 이에 올해 경영 일선에 나선 전 상무가 CES 현장을 직접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 상무는 과학기술에 기반한 푸드케어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웰니스, 푸드테크 관련 부스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그룹의 사업 방향성에 접목하는 방향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은 2년 연속 CES에 참석한다. 올해는 장재호 비즈니스전략본부장, 김기용 글로벌사업부장, 차기팔 기술경험혁신본부장 등 임원들과 관련 부서 실무진을 참관단으로 구성했다.

앞서 구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회사는 일반적인 식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넘어 IT와 푸드테크 기술에 기반해 서비스를 고도화해 '식음업계의 테슬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아워홈은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외식사업에 AI와 빅데이터를 접목한 푸드테크 기술 도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CES에서는 전세계 푸드테크와 AI, 헬스케어 등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자 관련 부스를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주요 유통기업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CJ그룹 4세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은 이번 CES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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