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선택' 최창원, 그룹 위기 탈출 중책 맡아
구조조정 본격화.. 인력쇄신 바람에 긴장감 고조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부회장). 연합뉴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부회장). 연합뉴스

SK그룹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태원 회장이 강조한 '서든데스(돌연사)'를 화두로 새해 초부터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모습니다. 새롭게 SK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 의장이 된 최창원 부회장을 필두로 본격적인 인력 쇄신이 예상되면서 그룹 내 찬바람이 불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임원인사를 실시한 SK그룹은 현재 조직 효율화를 진행 중이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주) 등에 흩어져있는 투자센터를 통·폐합하는 등 투자 일원화를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한 데 이어 계열사별로 사업부 점검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룹 2인자'로 떠오른 최창원 수펙스 의장(부회장)의 인력 쇄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 부회장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날마다 새로워진다는 의미의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강조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그룹 차원의 쇄신과 변혁을 예고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SK그룹 내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감원되는 곳이 다수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 부회장은 최 회장이 그룹의 구원투수로 부를 만큼 사업 재편과 전환의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1994년 SK케미칼(옛 선경인더스트리) 과장으로 입사해 2년 만인 1996년 SK그룹 최초로 명예퇴직제도를 도입한 인물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인력의 3분의 1을 감원하는 대규모 인력 쇄신을 결정하고 SK상사(현 SK네트웍스)·SKC·SK건설(현 SK에코플랜트) 등에서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또 SK케미칼 대표이사로 일할 당시 매출의 절반이던 섬유 사업을 과감히 접고 바이오‧헬스케어 등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했으며 이를 현재 SK디스커버리의 핵심 먹거리 사업으로 육성했다.

이같은 빠른 결단력으로 최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수펙스협의회 의장에 오른 이후 즉시 본격적으로 정리할 사업들의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SK그룹 차원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영역 확장 기조 속에서 많아진 작은 사업들부터 정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먼저 투자 부문 일원화를 통해 인력 감원이 시작됐다. 수펙스 내 투자1·2팀은 SK(주) 산하 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 등 4개 투자센터 4개와 합쳐 조직을 축소했다.

수펙스 소속이던 미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오피스도 SK(주)로 옮겼다. 이에 따라 본래 200여 명인 수펙스 소속 인원은 100명대로 급감했고 SK(주) 인력도 2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SK서린빌딩 전경. SK그룹 제공.
서울 중구에 위치한 SK서린빌딩 전경. SK그룹 제공.

 

계열사 중에서는 SK스퀘어가 구조조정의 첫 타자가 됐다. SK스퀘어는 지난해 SK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매출이 줄었기 때문에 변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2022년 3분기 누적 매출 4조937억원·영업이익 1조4544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누적 영업손실이 1조9343억원에 달하는 등 1년 새 실적이 급락했다.

이에 사실 SK스퀘어는 지난해부터 사업 정리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해 7월 SK쉴더스의 지분을 8600억원에 글로벌 투자사인 EQT파트너스에 경영권과 함께 넘겼다. 이어 11월에는 보유 중인 11번가의 지분(18.18%)에 대한 콜옵션(주식을 되살 수 있는 권리)을 포기하며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다. 향후 적자를 유발하는 사업들이 추가로 정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에는 SK매직이 희망퇴직을 받는 동시에 일부 사업부문 매각을 추진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가스레인지, 전기레인지, 전기오븐 총 3개 품목의 영업을 경동나비엔에 양도하는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Binding MOU)'를 체결하고 이사회 의결을 마친 상태다.

예상 매매대금은 400억원이며 인력 이전에 대한 의무가 없어 단순 영업권만 양도할 예정이다. 향후 주력사업 집중과 재무 안정화를 위해 추가적인 매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후에도 쇄신과 변혁이 예고된 가운데 최 부회장 지휘 아래 어떤 계열사에서 추가로 인력 쇄신과 구조조정이 실시될 지 이목이 집중된다. 현재 SKC와 SK실트론 등이 실적 하락세를 겪는 중이며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도 경기 침체로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지난해 말 인사에서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은 SK그룹 부회장 4인방(조대식 전 수펙스 의장, 장동현 SK(주)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역시 사실상 퇴각 수순을 밟는 중으로, 주요 핵심 자리의 인력 재배치에도 관심이 쏠린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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