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OCI 통합 놓고 갈등.. '왕자의 난' 점화 촉각
아워홈·LG·금호석유화학 등 경영권 분쟁 현재진행형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의 통합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나타나면서 재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의 통합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나타나면서 재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 여러 기업들이 가족간 경영권 분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LG그룹과 아워홈에 이어 한미약품에서도 경영권 다툼의 불씨가 지펴지면서 연초부터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한미약품그룹은 소재·에너지 전문 OCI그룹과 통합을 결의한 가운데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통합 결정에 반발하면서 경영권 분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임 사장은 한미약품과 OCI그룹의 통합이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 13일 자신의 개인회사인 코리그룹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에 대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적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통합 결정이 임 사장의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겸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그룹 지주사) 대표이사와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 주도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 이견을 제기한 것이다.

이 같은 임 사장의 주장에 한미약품그룹 측은 하루 뒤인 14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통합 절차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은 지난 12일 OCI그룹의 지주사인 OCI홀딩스가 7703억원을 들여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포함해 총 27.0%를 취득하고 임 실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가 OCI 지분 10.4%를 취득하는 등 통합하기로 했다고 이사회 결의를 거쳐 공시했다. OCI그룹에 양도하는 한미사이언스 주식은 주로 송 회장의 것이며 현물출자는 송 회장과 임 실장이 계약 당사자로 돼 있다.

이에 따라 통합 완료 후에는 OCI홀딩스가 27.03%의 지분으로 한미사이언스의 최대 주주가 되고, 임 실장은 지분 10.37% 지분으로 OCI홀딩스 개인 최대주주가 된다. 향후 임 실장이 한미약품그룹을 승계한다면 OCI홀딩스를 통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남 임 사장은 한미약품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반면 장녀 임 실장은 등기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를 두고 송 회장이 임 실장을 그룹 승계자로 낙점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가운데 임 사장이 이번 통합에 본격적으로 반발하고 나선다면 '왕자의 난'이 불거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 임 사장이 개인회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차남 임종훈 사장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분이 우호세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임종윤 사장이 대주주로서 이번 통합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임 사장과 만나 이번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 이번 통합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왼쪽)과 구지은 현 아워홈 부회장. 연합뉴스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왼쪽)과 구지은 현 아워홈 부회장. 연합뉴스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은 올해 초 아워홈에서도 나타났다.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구지은 부회장을 자신과 같은 혐의로 고소하면서다.

지난 5일 구 전 부회장은 구 부회장과 둘째 여동생인 구명진 사내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인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이사들의 보수 인상 등은 주주총회 결의로 이뤄지며 이해 당사자인 이사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으나 구 부회장 측이 임의적으로 이사 보수한도를 150억원으로 하는 안건을 가결시키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 부회장과 구 사내이사가 해당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결의가 "위법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거액의 이사 보수를 수령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워홈 측은 나흘 뒤인 9일 입장문을 통해 "구 전 부회장이 이사 보수 관련 내용을 회사로부터 소송을 당한 것은 이사 보수한도를 초과해서 보수를 수령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경영진은 총 보수한도와 이사회 규정에서 정한 개별 보수한도 역시 초과한 사례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구 전 부회장은 대표이사 재직 시절 주주총회 결의 없이 자신의 급여를 증액할 것을 지시한 뒤 초과지급금을 받은 혐의와 서울 용산구 한남동 토지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회사 대금으로 납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상태다.

2021년 보복운전으로 법적처벌을 받은 뒤 아워홈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회사로부터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것이다. 구 전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자신의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기도 했으나 아직 실행에 나서지는 않은 상황이다.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이 38.56%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LG 트윈타워 전경. LG그룹 제공
LG 트윈타워 전경. LG그룹 제공

지분을 둘러싼 경영권 싸움은 LG그룹에서도 진행 중이다. LG그룹은 현재 창립 76주년 만에 처음으로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지난해 2월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구연수 씨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2018년 구 선대회장 작고 후 지주사 (주)LG 주식을 상속받아 그룹 총수가 됐다. 구 선대회장의 (주)LG 주식 11.28% 중 8.76%를 받았으며 기존 보유 주식 6.24%를 더해 현재 총 15.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세 모녀는 나머지 구 선대회장의 (주)LG 주식과 부동산 및 미술품 등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상속받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속재산 분할 협의 과정에서 기망행위가 있었다며 세 모녀 측이 4년 만에 반발에 나선 것이다. 유언장이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유언장이 있다는 줄 알았다고 하는 주장에 대한 증거는 제출하지 못한 상황이다.

세 모녀는 해당 협의는 무효이고 법정상속비율대로 상속자의 배우자 및 자녀들이 1.5:1:1:1의 비율로 다시 재산 상속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세 모녀의 승소로 재산 분할이 법정상속비율대로 재분배 된다면 구 회장의 (주)LG 지분은 9.7%로 낮아지고 세 모녀의 합산 지분율은 14.09%로 높아진다. 세 모녀측은 경영권을 노리고 한 소송이 아니라고 밝혔으나 재판 과정에서 녹취록이 등장하면서 세 모녀의 소송 이유가 경영 참여를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 세 모녀 측이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가족간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을 제출했는데 대화 중 '경영권'을 희망하는 내용이 담겨있던 것이다. 

현재 재판부에서 이들에게 합의를 위한 상임조정위원제도 활용을 제안한 상태로, 오는 23일 열리는 조정기일에서 활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몇년 전 '조카의 난'이 일어났던 금호석유화학그룹도 올해 또 경영권 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분 9.10%를 보유하면서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가 계속해서 박찬구 명예회장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박 전 상무가 2022년 6월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처분 무효확인 청구 소송'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이 각하 판결을 내렸는데, 박 전 상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박 전 상무가 지적하는 것은 금호석유화학그룹의 자회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이 지난 2021년 OCI그룹의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MSB와 친환경 바이오 에피클로로히드린(ECH) 합작법인 'OCI금호' 설립을 발표하고 31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교환했던 일인데, 당시 금호석유화학 보통주 17만1847주와 OCI 보통주 29만8900주가 교환됐다.

박 전 상무는 이에 대해 금호석유화학 측이 경영권 분쟁 중에 자사주 교환에 나선 것이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고 보고 2022년 2월 법원에 OCI의 의결권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당시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같은 해 6월에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자사주는 회사가 보유하면 의결권이 없지만 다른 기업에 넘어가면 의결권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신주를 우호 주주에게 발행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므로 경영권 방어에 주로 쓰인다.

그러나 본안 소송까지도 막히자 박 전 상무는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항소를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자사주 보유 목적과 소각·처분계획을 보고하고 자사주 교환으로 상호주를 만든다면 주주들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을 사측에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사회 재진입을 시도할 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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