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승장 IPO 수익률 ‘굿’…’첫날 주가 변동폭 확대’ 기폭제
연초부터 IPO기업 ‘공모가 상단행진’…결국 중요한 건 ‘기업가치’

 최근 6년간 시장별 공모금액 추이. 유진투자증권 제공
 최근 6년간 시장별 공모금액 추이. 유진투자증권 제공

지난해 주식시장 기업공개(IPO)성적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풍요속의 빈곤’입니다. 공모기업수로만 보면 147개로 역대 5번째지만, 상장기업 공모금액(4.1조원)이나 시가총액(19.5조원) 기준으로는 역대 평균을 하회했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IPO기업 투자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고, 지난해 6월 26일부터 시작된 상장 첫날 주가 변동폭 확대(60~400%)로 ‘대박종목’이 속출하면서 연초부터 IPO 열기가 뜨겁습니다. 상장에 도전했다 한발 물러선 대어들도 다시 재도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올해 IPO투자 할만할까요?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IPO 도전에 나선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의 주관사가 되기 위한 경쟁PT를 하루 앞두고 입찰제안서(RFP)를 제출한 증권사들 사이에 경쟁이 뜨겁습니다.

이른바 톱5로 불리는 미래에셋, 한국투자, NH투자, 삼성증권, KB증권 등이 모두 도전장을 냈습니다. 현재진행형인 PF이슈와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 등으로 IB본부 수익이 급감한 상황에서 씨를 뿌리는 일에 해당하는 IPO, 그것도 상징성이 큰 ‘금융 테크플랫폼’의 IPO는 놓칠 수 없는 한판 승부입니다.

회사마다 CEO 이력에 따라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직접 대표가 나서 PT를 불사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에 투자 경험이 있는 한국투자와, 네이버파이낸셜과 협력 경험이 있는 미래에셋, 사장이 IB통인 NH투자와 KB, 글로벌네트워크가 좋은 삼성 등 각사별 차별화 포인트도 다양합니다.

국내 최고의 IPO부문 전문 애널리스트인 유진투자증권 박종선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는 약 140~150개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며 공모금액은 8.0~10.5조원으로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케이뱅크, 컬리, 오아시스, 서울보증보험 등 대어급 회사들이 상장시도 중 철회에 나서면서 상장된 기업수 대비 규모가 미미했지만, 그 와중에도 파두, 두산로보틱스, 에코프로머티, DS단석 등 일부 기업들이 좋은 선례를 남기며 분전했습니다.

특히 상장 첫날 수익률 400%라는 꿈 같은 현실을 증명해낸 케이엔에스, LS머티리얼즈, DS단석 등의 기업은 과거 돈다발을 싸들고 증권사를 옮겨다니던 ‘공모주 여사님’의 재등장을 자극한 촉매제였습니다.

몇일 씩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두배를 기록 후 상한가를 기록하는 현상)이후 상한가가 이어지며 주가에 거품이 생기고 나중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을 막기 위해 주가발견기능을 높이고자 새롭게 도입된 공모주 첫날 변동폭 확대(60~400%)는 IPO투자에 흥미를 잃어가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상장당일 400%가 오른 후 거래를 시작한 LS머트리얼즈의 경우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기준 639.2%의 수익률로 IPO대박의 상징처럼 됐습니다.

또 지난해 마지막 공모주였던 DS단석의 경우 984:1의 청약 경쟁률과 15조원의 뭉칫돈이 몰리며 올해 공모주 돌풍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올들어 지난주까지 수요예측을 마친 네 회사가 모두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을 뚫고 최종공모가를 결정해 연초 조정장에서 과열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시 경쟁률도 1000대1을 넘나들고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포스기 개발,제조,판매사인 ‘포스뱅크’는 경쟁률 839:1에 최종공모가 1만8000원(희망밴드 1만3000~1만5000원), 원자력 설비 정비기업 ‘우진엔텍’은 경쟁률 1263대1에 최종공모가 5300원(희망밴드 4300~4900원), 벤처투자회사(VC) ‘HB인베스트먼트’는 최종공모가 3400원(희망밴드 2400~2800원), 조선기자재기업 ‘현대힘스’는 최종공모가 7300원(희망밴드 5000~6300원) 등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 모두 당초 기대했던 공모가 상단을 넘어서는 결과를 받아들었습니다.

한 대형증권사 IB본부장은 “전문가라 할 수 있는 기관들이 또 하나의 수익원이라 생각하고 공모주 투자에 적극 나서는 상황”이라며, “수요예측이라는 것이 맨 처음 가격 산정의 기준점을 만드는 역할인데 수요가 몰리다보니 가격에 거품이 생기지 않을지 조심스런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모가가 지나치게 비싸게 결정되면 해당 기업 입장에서야 많은 자금이 들어오니 나쁘지 않겠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에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므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상장 후 단기에 팔고 싶은 유혹이 커질 수 있고, 특히 기관투자자의 매도금지 의무확약 비율이 낮을 경우 일시에 매도 물량이 출회해 개인투자자들도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한국 증시가 홍콩과 함께 연초 글로벌 증시 최악의 하락을 보이는 상황에서 공모주가 새 바람을 불어넣어 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상장을 목전에 둔 '에이피알' CES 부스 모습. 에이피알 제공.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상장을 목전에 둔 '에이피알' CES 부스 모습. 에이피알 제공.

1월엔 대어급 공모주가 없지만 연중으론 지켜볼 고래들도 있습니다.

글로벌 뷰티테크기업 ‘에이피알’은 이미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미 CES에 참가해 자신들의 스킨케어제품 흡수 촉진 미용기기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습니다.

HD현대의 자회사로 HD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사명을 바꾼 HD현대마린솔루션도 상장 채비에 나섰습니다. 선박의 정비, 수리, 개조 등 포괄적인 선박 서비스를 수행하는 이 회사는 최근 조선회사들의 흐름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안정적인 캡티브(계열 거래) 고객을 갖고 있습니다. 시총이 3~4조원에 이를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 밖에도 상장이 절실한 기업들로서 기업가치를 높이며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몸값을 받아내기 위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에 나선 기업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BC카드의 자회사로 원조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이익을 가시화시키기 위해 마른 수건도 짜내는 경영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 상장을 위한 벤치마크 대상인 카카오뱅크가 그룹 리스크와 함께 곤두박질 쳤다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은 경쟁자임에도 뿌듯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국내와 해외 상장을 저울질하며 뷰티컬리르 내놓고 라이브커머스를 시행하는 등 변신에 안간힘을 쓰는 컬리도 언제든 시장에 올라올 수 있는 기업입니다. 코로나19를 지나며 무모해보였던 쿠팡이 상장에 성공하고 기존 유통 거인들을 위협하는 모습은 컬리에게 자극이 되면서도 동시에 숫자로 증명해내야 한다는 교훈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컬리의 경쟁사 ‘오아시스’, 민영화를 위해 상장을 해야하는 ‘서울보증보험’ 등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언제든 다시 등판할 수 있는 대어들도 있습니다.

앞선 증권사 IB본부장은 “분위기에 편승해 운좋게 좋은 가치를 받았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주가는 본원가치에 수렴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거품이 들어간 공모주가 무엇인지 골라내는 안목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주식시장의 호재로 기대되는 금리 인하가 생각보다 뒤로 밀리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잡히는 않는 상황에서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데 기업들의 실적이 마냥 좋을 수 없고, 상장 직전 실적이 나쁘면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없기 때문에 개별 기업의 가치 외에도 시장을 둘러싼 환경을 함께 살피는 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