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OCI 통합, 오리온 레고켐바이오 인수.. 사업확장 큰걸음
이종산업 '합병 시너지' 의문 커져.. 업계 후속 M&A 행보 촉각

OCI그룹 본사(왼쪽)와 한미약품그룹 본사. 각 사 제공
OCI그룹 본사(왼쪽)와 한미약품그룹 본사. 각 사 제공

연초부터 제약·바이오업계 '빅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제약사가 다른 분야 기업과 합병을 통해 신사업 확장과 업황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합병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되고 있어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은 화학·소재사업이 주력인 OCI그룹과 지주사 통합을 추진 중이다. 양사간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OCI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가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가 되고 한미사이언스 측 주요 주주들은 OCI홀딩스의 1대 주주가 되는 형태다.

구체적으로는 OCI홀딩스가 7703억원을 투입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27%(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취득하고,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 실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가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게 된다. 대표이사는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임주현 실장이 각자 대표를 맡는다.

OCI그룹와 한미약품그룹은 지난 12일 체결한 양사 계약 절차가 마무리되면 실질적으로 두 그룹이 하나의 기업집단이 되고, 후속 사업조정 등을 거치면 향후 제약·바이오와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사업군을 기반으로 상생 공동경영을 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OCI홀딩스의 주력 사업인 폴리실리콘 사업이 경쟁이 심하고 변동성이 높다는 점은 저평가의 원인이었으나 성장성 높은 사업에 투자하게 돼 변동성 높은 기존 사업의 비중이 작아져 저평가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리온 본사(왼쪽)과 레고캠바이오 본사. 각 사 제공
오리온 본사(왼쪽)과 레고캠바이오사이언스 본사. 각 사 제공

식품기업 오리온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도 통합 소식을 알렸다. 지난 15일 오리온이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한 것이다.

오리온은 "55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ADC로 전 세계에 기술력을 인정받은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를 확보하고 최대주주가 된다"고 설명했다. 인수 주체는 홍콩 소재 오리온 계열사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으로, 팬오리온코퍼레이션은 중국 지역 7개 법인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팬오리온코퍼레이션이 레고켐바이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5만 9000원에 레고켐바이오 주식 796만3283주를 배정받는다. 아울러 레고켐바이오 창업자 김용주 대표이사와 박세진 사장으로부터 기준가 5만6186원에 레고켐바이오 140만주를 매입한다. 이에 따라 오리온은 총 936만3283주를 확보함으로써 전체 지분의 25% 이상을 가지며 레고켐바이오의 최대주주에 오른다. 대금 납입 예정일은 오는 3월 29일이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를 계열사로 편입하고 기존 경영진과 운영 시스템은 변함없이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이 연이은 빅딜 소식에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추가 투자 및 합병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초에 여러 기업이 인수합병(M&A)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8일부터 1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제약·바이오 투자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의 기자간담회에서 "항암제뿐 아니라 새로운 모달리티(치료접근법) 기반의 공격적인 파이프라인 도입을 검토 중이며 그 과정에서 M&A도 고려 중"이라고 언급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JPM에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등 신규 플랫폼 확보를 위해 'Inorganic Growth(인수, 합병 등 외부적 요인 통해 사업 확장)' 의지를 전했다. SK바이오팜은 이동훈 대표가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50위권에 진입하려면 지금 할 일은 공격적으로 M&A를 하는 것"이라며 적극적인 M&A 추진 의지를 보였다.

LG화학도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M&A를 포함해 5년간 1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 역시 바이오 투자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미국 나스닥 상장을 검토 중이다.

다만 제약·바이오업계를 둘러싸고 대규모 M&A를 무조건 반기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감지된다. 특히 최근에 성사된 건들이 이종산업간의 결합이기에 제대로 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는 등 불안한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OCI홀딩스와 오리온 등은 빅딜 발표 이후 주가가 떨어지는 사례가 발생했다. 오리온은 지난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6.73% 내린 9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2년 9월 7일(9만4100원) 이후 1년 4개월 이래 최저가를 기록한 것이다. 레고켐바이오 역시 전일(16일) 대비 2.30% 하락한 5만10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한미약품그룹과 OCI홀딩스도 마찬가지였다. OCI홀딩스는 17일 기준 3.51% 하락한 9만3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통합 소식을 첫 발표한 12일 이후 연속 하락세다. 같은날 한미약품그룹도 3.08% 하락 마감했다. 경영권 분쟁의 조짐이 나타나면서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주가가 11.30% 추락하기도 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과 사업 회사인 오리온의 바이오 사업 투자 확대로 인해 음식료 업체가 보유한 실적 안정성 측면의 투자 포인트가 희석되고 이종사업 투자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명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바이오에 대한 관심과 성과 도출은 다른 것"이라며 "오리온과 OCI홀딩스 모두 제약사업에서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는 만큼 이번 투자 이후에도 풍부한 자금력으로 글로벌 신약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리온은 2021년 중국 난치성치과치료제를 개발하는 중국 국영제약기업과 합작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를 설립해 국내 백신기업 큐라티스와 결핵백신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OCI홀딩스는 2022년 부광약품을 인수한 바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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