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네이버 이어 중국업체 공세에 '고전' 연속
매각 성공 위해 올해 '기업가치 올리기' 총력전

국내 1세대 이커머스 11번가가 연초부터 고군분투 중이다. 11번가 제공
국내 1세대 이커머스 11번가가 연초부터 고군분투 중이다. 11번가 제공

국내 1세대 이커머스를 대표하는 11번가가 연초부터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해 IPO(기업공개)에 실패하면서 강제매각 수순에 들어간 상황에 몸값을 올려야하는 특명이 주어진 탓이다. 고물가·고금리 등 경기침체가 심화하면서 올해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재무적 투자자(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이 매각 주관사로 씨티글로벌마켓과 삼성KPMG를 선정하고 매각 절차 진행에 나섰다.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에이치앤큐(H&Q)코리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곳으로는 11번가와 전략적 제휴 관계인 미국의 아마존, 알리익스프레스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 알리바바그룹 등이 거론된다. 업계 불황 여파로 11번가가 지난해 3분기 3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내비칠 지는 미지수다. 특히 지난해 협상이 결렬됐던 큐텐이 다시 나설지 여부도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1번가의 위기에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국내 업계는 쿠팡과 네이버의 2강 체제 아래 나머지 업체들이 치열하게 점유율 다툼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쿠팡과 네이버가 각 20% 초반대 점유율로 4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신세계(G마켓·쓱닷컴), 11번가, 카카오, 롯데온 등이 나머지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여기에 중국 커머스 업체까지 가세하면서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간 11번가의 위기 심화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이커머스업계에 불황이 닥쳤고, 이에 '최저가'로 무장한 업체들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쿠팡은 빠른 배송은 물론 금액대 상관없는 무료 배송, 최저가 상품 제공을 앞세우면서 빠르게 성장 중이다. 네이버는 최다 이용자를 자랑하는 플랫폼을 등에 업고 최저가격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페이 등을 기반으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쿠팡 로켓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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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알리익스프레스를 중심으로 한 중국 업체들이 최저가와 해외 직구 간편화를 기반으로 시장에 깊숙히 침투하면서 11번가는 물론 1세대 이커머스 업체들이 경쟁력을 크게 잃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불황에 따른 IPO 실패도 어려움을 더 했다. 오아시스마켓과 컬리 등도 이커머스업계 불황으로 IPO를 연이어 미룬 상태다. 11번가의 최대주주이자 모기업이었던 SK스퀘어는 2018년 11번가의 5년 내 IPO를 조건으로 국민연금(3500억원)과 H&Q(1000억원), 새마을금고(500억원)로부터 총 5000억원을 투자 받았는데, 기한이었던 지난 9월 말까지도 IPO를 성공하지 못했다. 콜옵션(주식을 되살 수 있는 권리) 조건도 이행을 포기했다. 이에 이들 투자자로 구성된 나인홀딩스가 강제 매각 절차에 나선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 향후 11번가는 성공적인 매각을 위해 '몸값' 올리기에 집중하려는 모습이다.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원하는 매각가가 나오기 어려운 가운데 매각 직전까지 수익성을 개선해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은 최근 임직원 타운홀미팅에서 "오픈마켓 사업은 지난해 12월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기준 흑자를 기록했다"며 "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더욱 집중하고 사업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효율 개선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11번가는 먼저 오픈마켓 수익성 강화에 고삐를 죈다. 최근 구매·판매 약관에 '글로벌11번가' 내용을 새롭게 추가했는데, 글로벌11번가는 '국외에 개설했거나 국외 판매를 위해 운영하는 해외 11번가 사이트와 국외 사업자가 운영하는 사이트'를 말한다. 신규 역직구 서비스 준비를 위해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11번가는 이달 들어 뮤지컬, 콘서트, 연극, 전시 등 티켓을 판매하는 티켓11번가 서비스를 종료했다. 2010년 출시 이후 14년 만으로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정리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다음달 1일부터 오픈마켓 사업자를 대상으로 서버 이용료를 받기로 했다. 서버 이용료는 플랫폼 업체가 구축한 서버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수수료로, 판매수수료와는 별도로 구분된다. 11번가는 전월 구매 확정액 기준 월 500만원 이상인 판매자에게 매달 서버 이용료 7만7000원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오는 1분기 안으로 오픈마켓 사업은 흑자 구조가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같은 기조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오픈마켓 사업의 연간 흑자 달성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토대로 내년 오픈마켓 사업 흑자 규모를 확대하고 리테일 사업인 슈팅배송 비용을 효율화한다면  2025년까지 전사업에 대한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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