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5대은행 판매액에서 2296억 손실 확정...손실률 52.8%
상반기에만 10조원 넘게 만기상환...이대로면 6조원 이상 날아가

 

지난 19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 모여 시위중인 홍콩ELS 투자자들. 연합뉴스 제공.
지난 19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 모여 시위중인 홍콩ELS 투자자들. 연합뉴스 제공.

새해들어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홍콩 주식시장이 전세계 하락률 1위를 달성하며 가뜩이나 심각한 홍콩ELS(H지수 기초자산 주가연계증권) 사태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이미 올들어 5대 은행에서만 약 2300억원 손실이 확정되며 손실률이 50%를 넘어서, 이대로면 상반기에만 약 6조원의 투자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증시가 연초에 조정을 받는 가운데 특히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가 전세계 주요 증시 중 최고의 하락률을 기록해 올 들어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을 통해 만기상환한 홍콩ELS 원금 4353억원 중 2296억원(-52.8%)이 손실 처리됐다.

지난 8일부터 손실 확정이 시작돼 19일까지 불과 2주만에 손실액이 20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지난 17일 최고 손실률 56.1%를 기록한 홍콩ELS도 나와 우려를 키우고 있다.

ELS는 가입시 기초자산 기준 일정 범위 이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약속된 수익이 지급되는 상품이지만 그 기준점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이다. 이른바 녹인(Knock-In)이라고 부르는 기준선 이하 하회가 발생하면 만기시 가입시점 대비 하락률에 비례해 손실률이 결정된다.

홍콩ELS의 기초자산인 H지수는 중국 대표 기업 50개를 선정해 만든 지수인데, 지난 2021년 이후 급락해 통상 상품 구조상 3년 만기가 많아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 상품에서 손실 확정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H지수는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어선 뒤 같은 해 말 8000대까지 떨어진 후 현재 5000선에서 머무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금융권 판매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홍콩ELS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으로, 이중 은행이 15조9000억원을 판매했다.

전체 잔액의 79.6%에 해당하는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하는 가운데, 상반기(1분기 3조9000억원, 2분기 6조3000억원)에만 10조2000억원 가량이 집중돼 있다.

상품 구조를 감안하면 시작점 대비 H지수가 65~70% 이상 돼야 하는데 5000대를 기록중인 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않을 시 손실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5대 은행에서 판매한 부분에서만 손실이 상반기 6조원을 넘어설 거라는 비관적인 계산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홍콩H지수 연계 ELS 주요 판매사 12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투자증권)에 대해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불완전 판매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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