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 세미나…”시장 금리반영 합리적 수준”
부동산 PF 위기 실물 전이, 해외 부동산 펀드 가치하락 미반영 위험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사진 = 장석진 기자]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사진 = 장석진 기자]

올해 자본시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부동산펀드 등 부동산발 위기에 상당부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홍콩ELS 문제 발발로 증권사들의 자금조달 창구였던 ELS 퇴조에 따른 파급 효과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3층 불스홀에서 ‘2024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올해 거시경제 및 자본시장의 환경을 조망하고 증권산업과 자산운용업을 둘러싼 주요이슈를 점검했다.

경제 분석과 향후 전망에 나선 백인석 거시금융실장은 “최근 시장이 연준(미 연방준비제도, Fed)의 입장을 너무 앞서서 금리를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는 과도한 우려”라며, “한미 국채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경로를 합리적 수준에서 반영 중”이라고 지적했다.

백 실장이 제시하는 합리적 기준금리는 미국의 경우 ‘24년 5회 내외, ‘25년 2회, ‘26년 1회 인하를 반영 2026년 말까지 최종 3.6~38% 수준, 한국의 경우 ‘24년 2회, ‘25~26년 1~2회 인하를 통해 2026년말 2.6~2.7%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다.

다만 백 실장은 과거와 같은 저금리로 돌아갈 만큼 하락세를 보일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백 실장은 “올해 중 기간 프리미엄의 충분한 하락세가 불투명해 2010년대와 같은 저금리로의 회귀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백 실장은 “고물가와 고금리가 민간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물가로 인해 가계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이것이 소비둔화를 유발할 수 있는데, 이것이 고금리로 인한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 가처분소득 축소로 이어져 소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또 소비성향이 높은 소득 하위가구에서 지난해 소득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한 것도 고려사항이다.

올 하반기 이후 고물가와 고금리 여건이 점차 완화된 이후에야 민간소비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지만, 자칫 저소득 가구의 소득 개선이 지연될 시 소비 약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예측이다.

태영건설 사태로 경각심이 높아진 부동산PF와 관련해서는, 부동산PF 수익성이 악화되고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만큼 부동산PF는 2024년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공사 자체도 중요하지만 분양 및 입주가 완료돼야 기존 위험이 해소된다는 점도 유의 사항이다.

부동산PF의 위험요인 중 하나는 급등한 공사비다. 2023년 연평균 공사비는 ‘20년 대비 3년 사이 27%나 상승했다는 게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이다.

특히 2022년의 부동산PF 이슈가 증권사에 초점이 가 있었다면 현재는 건설사 및 PF사업장이 위기의 원천이라는게 연구원 측 생각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건설사의 구조조정 및 지원방향을 마련하되 수익성 있는 PF 사업장 선별 및 원활한 공사 진행 유도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부동산PF 문제는 단순히 PF사업 그 자체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누적된 공사비 상승과 기존 PF에 대한 부담으로 인허가와 착공이 급감, 건설경기가 상당기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높은 고용효과가 있는 건설업 붕괴시 민간 소비에도 부정적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 부동산PF 위험이 금융기관으로 전이되면 신용축소로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백 실장은 “AI투자 확대에 따른 IT경기 반등으로 수출 및 투자가 회복되고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진다는 긍정적 시나리오는 불확실한 반면, 미중 무역분쟁 심화, 지정학적 분쟁 확대로 인한 공급망 문제, 물가하락 둔화로 인한 고금리 지속, 국내 건설업 수익성 악화에 따른 내수부진 심화 및 금융시장 불안이라는 하방 압력 위험도는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소현 자본시장실장은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강 실장은 기업 이익 전망에 대해 “상장기업 영업이익은 ‘23년 저점을 지나 올해 상승할 것”이라며, “올해 한국은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미국은 장기간의 호황을 거쳐 둔화세로 이어지며 지난해에 이어 외국인 순매수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강 실장은 올해 자본시장을 둘러싼 주요 이슈를 ‘개인투자자 영향력 확대’, ‘주주권익 보호제도 개선’, ‘신용채권시장 불확실성 증가’, ‘복수 거래시장 전환 본격화’, ‘토큰증권 관련 제도 정비’, ‘시장건전화 및 투자자보호정책’ 등으로 나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서 수급 주체로서 개인들의 영향력이 확대된 가운데 소액주주 주주권 강화, 공시강화 및 합병가액 평가제도 개선, 기업 자기주식 및 전환사채 활용에 따른 소액주주 피해 방지 방안 등으로 주주 권익 보호가 강화된다는 설명이다.

부동산금융시장의 불활실성 증가로 신용채권시장의 부담이 커지는 한편, 거래 시스템적으로는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올해 본인가를 거쳐 내년 1분기 업무를 개시함에 따라 효율적 경쟁을 위한 유통시장 정비, 다자간 매매체결회사 설립 및 운영을 위한 제도 정비가 이어질 예정이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의 새로운 먹거리인 토큰증권과 관련, 비정형증권 발행 및 유통제도 정비, 분산원장의 특성을 고려한 전자증권법 개정 추진 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과정에 지난해 불거진 불공정거래 이슈와 관련, 제재 강화와 피해구제방안 마련 등 리스크관리가 강화될 걸로 보인다.

증권산업 전망을 맡은 이효섭 금융산업실장은 올해 금투업계 주요 이슈를 ‘부동산PF부실’, ‘홍콩H지수 ELS손실’ 등 현안과 ‘중~고금리 기조 유지’, ‘디지털금융 가속화’, ‘ESG금융 관심 증가’라는 구조변화로 나눠 설명했다.

먼저 이 실장은 “증권업계 점포 축소와 함께 임직원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PF부실 확대시 수익 악화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사업 영역별로 구분해보면 위탁매매(Brokerage) 부문에선 경기회복 기대 및 증시 활성화 정책 영향에다 해외 직접투자 증가, 토큰증권 및 비트코인ETF 거래 허용 기대 등으로 전년대비 거래 회복을 전망했다. 2023년 말 기준 활동계좌수는 6920만좌로 2022년말(6370만좌) 대비 약 550만좌 늘었다.

자기매매(S&T) 부분에선 ELS와 DLS 발행 위축으로 자기매매 수익이 둔화될 개연성을 지적했다. 투자은행(IB) 부문에선 PF 채무보증 부실은 부정적인 반면 금리 하락에 따른 기업 가치상승 영향과 지난해 미뤄둔 영향으로 IPO가 늘어나고 AI 및 친환경분야를 중심으로 M&A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산관리(AM) 부문에선 비대면 자산관리 니즈 및 DC(확정기여형) 및 IRP(개인형퇴직연금) 등 퇴직연금 수요 증가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수익 다각화 및 고객들의 해외 직접투자 수요 증가로 해외진출이 가속화되고 고금리 완화에 따라 키움증권 같은 신규 종투사와 기존 초대형IB의 기업신용공여 및 발행어음을 통한 운용자금 조달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 실장은 증권업계의 2대 현안인 부동산PF 부실과 홍콩ELS 손실 문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우려되는 부분은 증권사들이 부동산PF에 있어 초기 사업단계에 투입되는 ‘브릿지론’과 위험성이 높이 ‘중후순위 채무보증’에 참여함에 따라 상당한 손실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부동산 경기 악화와 PF 부실 확대시 증권사로 손실이 전이되고, PF-ABCP 부실 등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 단기 자금시장과 채권시장 변동성도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를 막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론 충당금 적립을 늘리고, 장단기 미스매칭(불일치) 위험관리를 강화하면서 장기적으론 건전성 규제 개선 방향에 맞춰 PF익스포저(위험노출) 비중을 줄여나가는 것”이 제시된 해법이다.

한편 홍콩ELS와 관련된 문제로 증권사의 자금조달 이슈가 부각됐다.

증권사가 필요한 자금을 수혈하기 위해 많을 때는 약 40%까지 파생결합증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ELS상품 운용을 위한 헤지(Hedge) 과정에서 여전채 및 고위험 회사채 매물이 나오면 변동성이 확대될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자금조달 창구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고, 증권사들은 회사채 시장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여전채 및 고위험 회사채 보유 비중을 줄여야 하며, 과거보다 높은 시장금리 상황에 맞게 사업전략을 재편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자산운용산업 전망에 나선 김재칠 펀드·연금실장은 지난해 자산운용업에 대해 “지난해 공모펀드는 주식형드 평가액은 늘었지만 자금유입이 없었다”며, ETF 순자산만 120조원을 돌파하며 전체 공모펀드 기여도가 현재 34%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수수료 수익은 정체되고 운용보수는 줄어든 가운데 비용통제에 따라 영업이익은 소폭 올라갔으나, 비용통제를 잘한 것은 축소경영의 영향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김 실장은 퇴직연금시장의 운용 현황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정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적격 상품 대부분이 TDF인데, 제대로 할 수 있는 회사는 공모펀드 운용회사 80개 중 20개뿐”이라며, “TDF 시장이 커지면서 대형사와 중소형사 양극화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7월 도입된 디폴트옵션과 관련해서는 “제도가 이상하게 도입되면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디폴트옵션 가입자 수는 200만명으로 많으나, 대부분 초저위험 상품을 선택해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이고자 하는 제도의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설명이다. 디폴트옵션 제도개편 없이는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없을 거라는 예측이다.

우리가 제도를 본뜬 미국의 디폴트옵션 제도는 주요 자산별로 일정 비율로 목표 수익률을 정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이를 근로자에게 선택하는 방식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단순히 만기가 됐음에도 방치된 상품 운용을 이어가기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가입자의 90%가 원리금 보장형에 가입하는 형태가 돼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금융투자업계에는 처음부터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넣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해왔으나 은행업권의 논리에 밀려 제도 시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합의했다는 입장이 팽배하다.

한편 김 실장은 최근 몇 년간 지적돼 온 해외 부동산펀드 부실화 가능성에 심각성을 나타냈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 가격이 고점 대비 20~21% 하락했는데 부동산펀드 상품 특성상 펀드 기준가에 그때그때 하락분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통상 펀드 기준가는 1년에 한번 바뀌기 때문에 편입된 자산의 부실화 부분이 중간에 반영되지 않아 실제와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부동산 펀드 자금에는 일반투자자 돈만 있는 게 아니라 은행들이 펀드에 절반 정도 자금을 넣었기 때문에, 투자한 부동산 가격이 20% 떨어지면 지분 투자자들은 40% 가치 하락이라는 뜻”이라며, “펀드 청산 단계에서 지분 투자자들은 펀드 가격 하락보다 훨씬 큰 손실이 우려되고 올해 이것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