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화 대표, 삼성생명에 전략DNA 심고 친정 컴백 ‘초격차’ 선언
CSM(보험계약마진) 확대 지속…“보험 넘어 디지털 사업 영토 확장”

삼성생명 부사장에서 친정 CEO로 컴백하며 1위를 넘어 업권내 초격차를 선언한 이문화 대표. 삼성화재 제공.
삼성생명 부사장에서 친정 CEO로 컴백하며 1위를 넘어 업권내 초격차를 선언한 이문화 대표. 삼성화재 제공.

리스크가 상존하는 금융업계에선 2024년을 맞으며 다수의 CEO가 바뀌었다. 세대교체와 새로운 비전제시를 통한 조직 정비의 일환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각 금융권 대표 기업들의 새로운 수장을 통해 각 조직이 그리고자 하는 미래를 들여다본다.<편집자 주>

지난해 말 삼성 보험계열사 두 곳엔 재미있는(?) 인사가 있었다. 삼성생명 전영묵 대표가 예상치 못하게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삼성화재 대표였던 홍원학 대표가 삼성생명 대표로, 삼성생명 전략영업본부장이었던 이문화 부사장이 삼성화재 대표로 영전한 일이다.

신임 두 대표의 인사이동은 실제론 본인의 주전공 회사로 돌아간 일이다. 홍 대표가 삼성생명 부사장에서 2020년 삼성화재로 갔던 일은 모기업인 삼성생명에서 자회사로 넘어가 대표로 승진한 일이므로 특이한 일은 아니었지만, 전영묵 대표의 중도 낙마 결정으로 홍 대표가 취임 2년 만에 다시 고향(삼성생명)으로 돌아가면서 공석이 된 삼성화재 대표 자리에 이 대표가 영전한 일은 예견된 일은 아니었다.

핵심 삼성전자의 침체로 그룹 전반의 쇄신 인사가 일어나는 과정에 생긴 나비효과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기회가 돌아가진 않는다.

67년생으로 장훈고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문화 대표는 삼성화재 공채 출신이다. 손보사 핵심부문인 계리RM, 경영지원, CPC(고객·상품·채널), 전략영업, 일반보험 등 주요 부문 임원을 두루 거쳐 말 그대로 ‘CEO코스’를 거친 인물이다.

최근 주요 보험사에서 CPC 담당 임원들의 활약은 눈에 띈다.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영업채널을 관리하면서 그때 그때 시장 흐름을 읽어 필요한 상품을 빠르게 기획해 침투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시장을 읽는 능력이 경영진의 자리로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화재 부사장에서 삼성생명 전략영업본부장으로 간 것도 손보업에서 쌓은 치열한 경쟁DNA를 삼성생명에 이식하기 위함이었다는 게 안팎의 전언이다.

한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생명은 선도적이고 혁신적인 상품기획 능력으로 업계를 이끌었지만 최근 그런 면이 보이질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여전히 삼성 내 금융계열 지주회사 역할을 하니 그 위상은 확고하지만 전략적 순발력을 보강하기 위해 이문화 대표가 투입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다만 1년만에 친정 삼성화재로 돌아올 줄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67년생인 이 대표의 귀환으로 본인보다 연배가 높은 일부 임원들을 지휘하게 된 상황도 조직에 긴장감을 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향후 이 대표가 풀어야 할 삼성화재의 숙제도 만만치 않다.

아직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삼성화재는 지난해 2조원에 가까운 순익을 올렸을 거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연초 초과이익성과급(OPI)를 50%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재 ‘즐거운 홍역’을 치르는 이유다.

하지만 잦아들지 않는 물가상승(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손해율이 높아진 지금,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자동차보험료는 2월 중 책임개시일부터 자동차보험료율을 2.6% 인하하기로 약속돼 있어 부담이 가중된다.

여기에 금리 변동성이 커져 과거 저금리때 매수해 캐리 수익이 낮은 보험들을 고금리 채권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처분 손실’들을 감내해야 한다. 지난해 3분기 1500억원 수준을 인식했고, 4분기에도 1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인 것으로 금투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물론 향후 저금리 기조로 돌아서면 연어처럼 수익으로 되돌아 올 투자지만, 단기적으론 부담이 된다.

무엇보다 고민은 업계 경쟁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손보사 수입보험료는 85조6140억원 수준이다. 이중 삼성화재 비율은 약 21.7%(18조6065억원) 수준이다. 물론 업계 1위지만 DB손보(16.3%), 현대해상(15.4%), 메리츠화재(12.0%), KB손해보험(11.7%) 등이 무서운 기세로 쫓아오고 있다.

한때 확고한 2위의 위상을 가졌지만 내부 인력의 고령화에 따라 비용 부담으로 3위로 내려앉은 현대해상이 2위 탈환을 목표로 조직 쇄신과 비용통제에 속도를 내고 있고, 국내 1호 손보사인 메리츠화재는 부동산PF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상품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최근 계열 은행과 시너지를 내며 고객들에게 우대금리를 제시하는 예금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2위 DB손보는 아예 공개적으로 1위 선언을 하며 국내 뿐 아니라 베트남 등 성장하는 해외시장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손해보험업계가 잘한 건 맞지만 새롭게 도입된 회계제도 IFRS17 영향이 있다는 것도 고려 사항이다. 고금리가 꺾여가는 상황의 영항도 있지만 회계적인 착시 현상이 일부 작용했다는 것을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보험계약마진(CSM) 확대에 총력을 기울인 삼성화재는 3분기 말 기준 CSM을 13조2593억원까지 끌어올렸다. 불과 3분기 사이 1조원 이상(1조580억원) 높인 결과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이 대표가 잠시 자리를 떠나 있었지만 손바닥 보듯 회사를 읽고 있는 분이라 2개월 만에 이미 회사 파악을 끝내고 각 부서별 스킨십을 강화하며 세세한 전략 지시를 하는 상황”이라며, “본인이 신년사에서 ‘초격차’를 화두로 꺼낸 만큼 단순히 1위 수성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조직개편을 통해 장기보험 부문 강화를 위해 헬스케어사업팀을 꾸리고, 자동차보험부문에 모빌리티기술연구소와 특화보상팀을 신설하는 등 한발 빠른 시장 대응으로 경쟁의 틀을 바꾸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년사에서 이 대표는 “보험을 넘어 국내외 디지털 사업으로 영토를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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