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이어지는 경제 위기 속 '타개 방안' 마련 고심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각 사 제공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각 사 제공

올해 들어 바쁜 첫 달을 보낸 재계 총수들이 설 연휴에도 사업 현안을 점검하고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경영 구상에 나선다. 해외 사업장을 방문하는 등 현장 행보에 나서는가 하면, 따로 일정 없이 자택에서 시간을 보내는 등 다소 차이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설 연휴를 3일 앞둔 지난 6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전세기를 타고 중동 출장길에 올랐다. 연휴 기간 아랍에미리트(UAE)와 말레이시아 등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를 연이어 방문할 예정이다. 이 지역은 성장성이 큰 곳으로 평가되며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이 신사업 발굴을 위해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려는 곳이다.

이 회장은 현지에서 주력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추석 연휴에도 삼성물산 네옴시티 산악터널 공사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또 고위급 정치인이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면담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회장의 현장경영 행보는 올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 회장이 지난 5일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남아있기는 하나 이전보다는 경영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10일에는 새해 첫 현장경영 행보로 6G(6세대이동통신) 등 차세대 통신기술 R&D(연구개발)가 한창 진행 중인 삼성리서치를 방문하고 임직원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일 오후 출국을 위해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일 오후 출국을 위해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설 연휴 기간동안 휴식을 취하며 향후 나아갈 길을 구상하고, 이후 예정된 대한상공회의소 출장 일정 등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올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 분야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 중이다. 지난해부터 최 회장은 '서든데스(돌연사)'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각 계열사의 체질개선과 역량 강화를 꾸준히 주문하고 있다.

올해 그룹 전반적인 쇄신을 위해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특별히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최 부회장은 6시 출근을 솔선수범하며 임원들부터 '일하는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설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도 최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설연휴 이후 일정 준비 시간도 가진다. 최 회장은 오는 19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국내 주요 기업인들과 함께 자동차 강국 독일을 방문해 자동차와 전장(자동차 전기장치) 산업을 중심으로 양국 협력 방안 논의에 나선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예년처럼 올해도 특별한 일정 없이 자택에 머물며 현 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 등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긴 하지만 올해 전기차 산업 둔화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및 PBV(목적기반차량) 등 신사업 역량 강화 숙제도 풀어야 한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올해 주요 생산 거점들 완공을 앞두고 있어 완공 시점에 따른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반기 내 기아 오토랜드 광명의 전기차 전용 공장 전환을 완료하고 하반기에는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의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도 정 회장은 미래차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과 더불어 인도·브라질 등 신흥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주도권을 잡을 방안을 연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소 부진한 중국 사업에서의 타개 전략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설 연휴 동안 큰 일정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평소 구 회장은 구성원들에게 "휴식해야 미래를 위한 채움에 몰입할 수 있다"며 "바쁘더라도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이번 설 연휴 기간 동안에는 예년처럼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며 경영 현안을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구 회장은 취임 이후 계속해서 발전시켜온 '고객' 키워드와 관련해 LG가 나아가야 할 방안을 구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시장을 주도하는 최고의 고객 경험 혁신 기업으로 도약하자고 구성원들에게 당부하며 이를 위해 '차별적 고객 가치에 대한 몰입'이 필요하다고 제시한 바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설 연휴 기간 동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신규 사업 추진 및 부진한 사업 정리 차원의 경영전략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큰 일정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한국과 일본에서 현지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 구상에 몰입할 전망이다.

현재 롯데그룹은 호텔 지점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바이오·화학 기반 사업 강화 등 지속 가능 경영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추진하는 한편 코리아세븐의 현금인출기(ATM) 사업부 매각 등 부진한 사업 정리에 분주한 상황이다.

신 회장은 최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그간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왔지만 방침을 바꿨다"며 "신성장 영역으로 사업 교체를 추진하고 부진한 사업은 매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부진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신 회장은 올해 롯데바이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 등 신성장 동력 육성에 주력한다. 특히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전무가 올해 롯데지주로 자리를 옮겨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미래성장실장 역할 수행을 맡게 됐다. 신 전무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현장을 찾아 글로벌 기업들의 미래 기술 현황을 직접 살피기도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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