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진 구성 놓고 주총서 표 대결
후보 11명 중 다득표 순 6명 선임
소액주주 등 표심 잡기 경쟁 가열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오는 28일 경기도 화성시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연합뉴스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오는 28일 경기도 화성시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연합뉴스

모자간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한미약품그룹이 정기 주주총회를 2주 가량 앞두고 주총 장소로 신경전을 보이면서 한 차례 또 갈등을 빚었다. 각자가 주주 마음 사로잡기에 공을 들여야 하는 시점에 여전히 날이 선 모습을 보여주며 분쟁이 악화하고 있는 국면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8일 정기 주총을 열고 회사 측과 임종윤·종훈 사장 측이 각각 제시한 이사 선임안을 두고 표대결을 진행한다. 주총 결과에 따라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 성공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주총이 열릴 장소는 본사가 위치해 있는 경기도 화성시 라비돌호텔로, 이곳에서 양측이 낸 신규 이사 선임안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보일 예정이다.

먼저 송영숙 회장 등 한미사이언스 측은 총 6명의 이사 선임안을 냈다. 사내이사 후보로는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실장과 이우현 OCI그룹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는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을 추천했으며 사외이사 후보로는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와 서정모 신세계 기획팀장, 박경진 명지대 경영대 교수를 추천했다.

이에 맞서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주주제안을 통해 총 5명의 이사 선임안을 제시했다. 임종윤·종훈 사장을 사내이사로,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와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 교수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사봉관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해달라는 내용이다.

11인의 후보자들은 한미사이언스 정관에 따라 의결권 과반수를 확보해야 이사로 선임될 수 있다. 의결권 과반을 확보한 이사 후보자가 6인을 초과할 시에는 다득표 순으로 결정된다.

주총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으로 임종윤·종훈 사장 측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25.05%, 모친 송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갖고 있는 지분은 31.9%다. 양측 지분율의 차이는 6.85%p 정도다.

이에 12.15%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7.38%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21% 수준인 소액주주들의 표의 행방도 결정적인 결과를 내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양측 모두 앞 다퉈 전문성과 리더십 보유를 강조하며 주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송 회장 등은 OCI와의 통합의 당위성을,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경영 정상화를 내건 상태다. 양측 모두 과반의 의결권을 확보하고 이사회를 장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송영숙 한미약품 그룹 회장(왼쪽부터),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 연합뉴스
송영숙 한미약품 그룹 회장(왼쪽부터),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 연합뉴스

 

송 회장 등 한미사이언스 측은 후보 6인이 모두 선임돼 이사회 정원 10명을 모두 채운다는 전략이다. 한미사이언스 정관상 이사회 정원은 최대 10명으로, 현재 송 회장과 신유철·김용덕·곽태선 사외이사 등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어 나머지 6인도 임주현 실장 측 인사로 선임해 지주사의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후보 5인의 이사회 진입을 노린다. 5인이 모두 선임되면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4인보다 많아지기 때문이다. 나머지 1인의 자리는 적극적인 반대표 행사로 막을 방침이다. 표 대결에서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임주현 실장 등의 이사회 진입을 저지하려는 것이다.

다만 이들의 주주 달래기는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주총이 서울이 아닌 경기도 화성에서 열리면서 참석하지 못하고 의결권 위임이 필요한 주주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총 장소를 놓고도 회사 측과 임종윤·종훈 사장 측간 신경전도 가열됐다.

주총 장소와 관련해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상장 이후 최초로 서울에서 2시간 이상 소요되는, 법인소재지 근처 외부 시설에서 개최하는 저의가 궁금하다"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신 현재 지분율이 적어 한 표라도 더 획득하는게 중요한 입장으로서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로 보유 중인 지분율의 차이가 크지 않아 주주들의 표심을 잡는게 승리의 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표 한 표가 간절한 상황이다.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무 대리인으로 케이디엠메가홀딩스 컨두잇과 조지슨을 선정했다. 이들은 오는 18일부터 한미사이언스 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의결권 위임을 받기에 나설 방침이다.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주주총회 장소가 예상치 않은 곳으로 정해지면서 직접 참여가 어려워진 많은 주주는 정관에 명시된 전자투표로 3월 18일부터, 형제가 제안한 의결권 대행사를 확인한 후에는 3월 15일부터 연락하면 최대한 편리하게 권리와 재산을 보호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한미사이언스 측은 이날부터 28일까지 주식회사 비사이드코리아를 통해 주주들의 의결권을 모을 예정이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미사이언스는 당분간 경영권 분쟁 이슈로 인한 큰 폭의 주가 변동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의결권 다툼 시 기타 특별관계자, 신동국 회장, 국민연금공단의 향방이 승패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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