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실적 부진에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롯데도 불안
홈플러스, 온라인 강화·특화 점포 확대 효과.. 성장세 가속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연합뉴스

 

지속적인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과 이커머스 업체 강세 등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유통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대형마트 매출은 전월 대비 9.2% 감소했다. 유통업계 전체 매출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12.7%로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 유통 비중은 53.6%로 절반을 넘어섰다.

쿠팡으로 대표되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편리한 주문과 빠른 배송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면서 온라인으로 소비가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오프라인 중심인 대형마트를 찾는 발걸음이 크게 줄어들면서 대형마트사들이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대형마트 3사 중 선두격인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9조5000억원, 영업손실 469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의 연간 영업손실은 처음이다. 식음료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0.5% 증가했지만 판매관리비와 원재료비용 증가, 신세계건설 사업 대규모 영업적자 등으로 전사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다.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 폐지가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으나 온라인으로 향한 시선을 돌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폐지는 미뤄진 상태로,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평일로 전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중이다. 업계 내에서도 대형마트 역시 '온라인'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들이 대대적인 혁신 없이는 현 위기를 타개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이미 익숙해진 온라인 구매는 대형마트 채널 수요 개선을 구조적으로 제약하고 있으며 근거리·소량구매 선호 현상도 가계 내 소비행태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장에 온라인 전환이 어려운 대형마트사들은 먼저 비용 효율화를 위해 결국 '인원 감축'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마트는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점포별이 아닌 전사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롯데마트도 앞서 지난해 11월 10년 차 이상 사원 대상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다.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전경. 홈플러스 제공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전경. 홈플러스 제공

 

다만 홈플러스는 이마트, 롯데마트와 다른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홈플러스는 다른 두 대형마트사와 달리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운영 중으로, 최근 들어 '수익 창출'이 가장 중요해지면서 다소 변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본래 사모펀드들은 통상 5년 내로 기업을 재매각 하는데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시기는 2015년으로 벌써 8년째인 탓이다.

7조원 가량을 들였던 만큼 매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MBK파트너스 입장에서 홈플러스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이다. 이에 공격적인 변화에 나서면서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해 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 기준으로 '즉시배송'을 통해 소용량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신장했다. 품목별로는 최대 114%까지 증가했다. 즉시 배송의 거점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리뉴얼과 고객 데이터 기반 앱(어플리케이션) 개편을 통해 퀵커머스 매출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홈플러스는 특화 점포 모델도 적극적으로 확대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학동역점을 1인 가구 상권에 특화된 점포 모델로 바꾼 것을 시작으로 점차 관련 매장을 늘려갈 방침이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리뉴얼 대상 점포에 대한 선정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점포 모델은 1~2인 가구 및 직장인들이 많은 상권 특성을 고려해 밀키드, 냉장 및 냉동식품 등 소량 식품군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학동역점은 리뉴얼 오픈 이후 12주 동안 평균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식품특화매장 '메가푸드마켓'을 앞세워 실적 개선에 나서고 있다. 메가푸드마켓은 2022년 2월 인천 간석점을 시작으로 24개 점포로 확대된 상태이며 지난해 11월 기준 점포당 식품 매출이 전년 대비 최대 95% 증가했다.

홈플러스에 대해 기존에 부채가 많았던데다 온라인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가 강해 단숨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긴 하지만 향후에도 꾸준한 성장세가 기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최근 홈플러스가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해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 개선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소속 인사가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마트는 사업구조 개선 작업에 빠르게 나서야할 전망이다. 이마트 노조가 창사 이래 첫 구조조정에 대해 "그룹 성장을 이끈 사원들을 패잔병 취급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소속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회사가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지만 냉철한 자기 반성과 분석이 우선 되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고 시장과 구성원들이 공감 할수 있지 않을까"라며 "회사가 어렵다는 상투적인 말만 할게 아니라 왜 그렇게 됐는지 냉철한 자기 분석과 반성을 바란다"고 비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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