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그룹 경영 총괄 부회장 승진
임종윤·종훈 사장 "소액주주 현명한 판단 믿는다" 호소

한미약품그룹 본사 전경. 한미약품그룹 제공
한미약품그룹 본사 전경. 한미약품그룹 제공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대립하는 양측의 신경전도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미그룹 측은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고 장녀 임주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한편, 장·차남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소액주주의 표심 잡기에 분주하다.

27일 한미약품그룹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전략기획실장)을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전날 모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임주현을 한미그룹의 적통이자 임성기의 뜻을 이을 승계자로 지목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한미그룹 측은 임 부회장이 2004년 한미약품에 입사해 부친인 고(故) 임성기 회장을 도와 신약개발과 신약 라이선스 계약 부문, 경영관리본부 등을 책임져왔다고 설명했다.

전날 '캐스팅보트'로 지목됐던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은데 이어 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이 점차 힘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열린 한미약품 주총에서는 서진석 OCI홀딩스과 부광약품 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전날 오후 모녀 등 한미사이언스 측이 추천한 이사진 6명에 대해 전원 찬성하고 장·차남 임종윤·종훈 사장 측이 제안한 이사진 5명에 대해 전원 반대한다고 밝혔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 등 회사측이 제시한 이사진 선임안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국민연금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은 자신들과 직계가족, 송 회장이 설립한 가현문화재단 등 특별관계자 지분을 합한 데 더해 한미사우회의 약 0.33% 지분과 국민연금 7.66% 지분까지 모두 43% 가량에 달하는 우호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전날 법원이 임 형제가 제시한 신주발행금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통합을 추진한 모녀에 대해 "통합이 개인적 이익만을 위한 것이고 다른 주주에게는 불이익의 원인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통합에 대한 법률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제거된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한미약품그룹 제공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한미약품그룹 제공

 

모녀 측은 이날 법원의 결정과 국민연금의 지지에 대해 "통합의 정당성을 인정받았고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진정성도 인정받게 돼 기쁘다"며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더 받을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도 통합 방안으로 제시된 신주 발행 결정의 합리성 여부, 통합 계약이 이사의 충실 의무에 부합하는 지 등은 주총에서 주주평가를 받아야할 문제라며 판단 여지를 남겨둔 상태다. 또 임 형제측이 확보한 우호 지분도 40%가 넘었다.

이에 28일 경기도 화성시 라비돌호텔에서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모녀가 유리한 상황이긴 하지만, 양측 모두 과반수의 지지를 확보한 것은 아닌 만큼 다른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의 표결이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임 형제는 자신들과 자녀 등 특별관계자 지분을 합한 데 더해 고 임성기 선대회장의 오랜 친우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분 12.15%까지 모두 40.57% 정도의 우호지분을 확보했다. 법원의 가처분 기각결정에 대해서는 즉시 항고하고 본안소송을 통해 재판부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현재 소액주주 표심 잡기에 분주한 상황이다.

아울러 임 형제는 이날 주총에서 자신들이 제안한 이사진을 선택해달라며 소액주주들에게 보내는 서신 형태의 글을 공개했다.

이들은 전날 수원지법이 자신들의 통합 반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국민연금이 송 회장 측 지지를 선언한 것을 언급하며 "어제는 가슴 아픈 하루였다. 특히 국민연금의 결정은 예상 밖이었다"면서 "주로 회사에서 전달한 정보에 기초해 판단하면서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가 가처분 기각 당시 "이사진의 경영 판단의 합리성과 적정성에 대해서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 것을 언급하며 "소액주주들의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개인 최대주주로서 임 형제를 지지하기로 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도 이날 소액주주를 향해 "장기적 차원에서 무엇이 본인을 위한 투자와 한미의 미래, 나아가 한국경제 미래에 도움이 될지 좋은 결정을 해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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