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대통령 만나 민생 회복지원금 수용 당부
尹 수용 시 13조원 추경 불가피…적자 국고채 발행 전망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국의 고강도 통화정책으로 소비시장이 경색되고 있다. 특히 소기업과 가계의 부채폭탄이 임박한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전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제공.

제22대 총선이 사상 최대 규모의 여소야대로 끝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약인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는 이 정책을 위해 13조원 이상의 재정이 필요한데 이를 빚으로 충당해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고채를 추가로 발행할 경우 단기적인 관점에서 국가채무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채권신용과 국가 신용등급까지 영향을 미칠 우려로 제기된다.

29일 정치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회담을 열고 정국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대통령 회담에서 이 대표는 “전 국민 25만원 민생 회복지원 방안을 꼭 수용해달라”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17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이 대표는 “민생 회복 지원금으로 13조원이 필요하다”며 “소상공인 대출 이자 부담 완화에도 약 1조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금리 대환 대출 2배 확대, 소상공인 전통시장 자금 4000억원을 증액할 필요가 있다”며 “소상공인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는데 약 3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야당의 제안은 ‘지원금 투입으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목적이지만, 일각에선 ‘생활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고 염려하는 상황이고 무엇보다 13조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 시점에서 13조원이라는 재정을 빚으로 충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극복 등을 위해 2020년 4차례,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씩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나라가 진 빚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11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는 1126조7000억원으로 2022년 대비 5.56%(59조4000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4%로 2022년 대비 1.0%포인트(p) 올랐다. 국가채무비율이 50%를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예산안보다 1.3%p 높은 수준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GDP의 3% 이내로 유지하는 재정준칙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2025년 만기가 도래하는 국고채 규모는 사상 처음 1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전국민에게 25만원씩 지원을 하기 위해 추가로 적자 국채를 발행한다면 재정부담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해 나라 빚(1126조7000억원)에 대한 이자 상환액만 29조원”이라며 “무리하게 재정을 풀면 국내경제의 인플레이션 탈출을 늦춰 국민의 물가 고통을 연장하게 될 것이라는데 대다수 경제전문가가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고채 발행으로 추경 예산안을 확보할 경우 그 여파는 채권시장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기존 투자자 수요보다 국고채 공급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채권 금리를 올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공시를 보면 이날 오전 기준 3년물 국고채 금리는 3.531%를 기록했다. 해당 채권 금리는 지난해 10월 4일 4.108%까지 치솟고 12월 29일 3.154%까지 내려갔으나,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기대보다 늦춰질 것으로 전망되며 다시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13조원 재원 마련을 위한 국고채 금리가 불가피하게 오를 경우 그만큼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내 회사채와 은행채, 여전채 등을 발행하는 기업과 금융사는 투자자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수수료 이익을 제시해야 한다.

회사나 기업 입장에선 이전보다 더 높은 채권 수수료를 투자자에게 제시해야 하니 종전과 같은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수수료 부담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무리한 추경 예산을 편성하면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도 영향이 미칠 가능성도 있다.

제레미 주크 피치 아시아·태평양 국가신용등급 담당이사는 26일 “한국의 부채비율이 다른 국가보다 많이 올라간다면 중·장기적으로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한국은 고령화와 인구감소 압박으로 인한 추가 재정 지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국가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한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성장률 전망 등을 고려할 때 민생이나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한 타깃 계층을 향해서 지원하는 것이 재정의 역할”이라며, 무차별이 아닌 선별적 지원을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타깃을 선별한 재정지원을 해야 재정 투입의 효과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된 건 사실”이라며 “곳곳에서 재정 지원이 필요한 건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정부가 소비진작을 목적으로 국민들에게 무분별하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사례에서도 일부 부작용이 있었던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빚을 내서 추경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소중한 재원으로 국민들을 지원하는 것이라면 매출이 악화된 중소기업 소상공인처럼 정말 돈이 긴급한 이들에게 선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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