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 마이데이터 2.0 한계”..."국민 체감 중심으로 돌아가야"
“개보법 시행령, 연 매출 1500억원 이상 인터넷기업 참여 강제”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

“마이데이터 서비스 제도 초기에는 진입을 원하는 금융사들을 심사하고 라이선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입법을 예고한 개인정보보호법(개보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무조건 참여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28일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새로 바뀐 개보법 시행령에 대한 중소·벤처의 부담감을 호소했다. 

연 매출 1500억원 이상 혹은 플랫폼 이용자 수 100만 명 이상의 통신판매업체와 통신판매중개업체는 의무적으로 마이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고 데이터를 중개기관에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플랫폼산업위원회 위원 ▲보건복지부 자살유발정보예방위원회 위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기술포럼 위원 등을 거친 인물이다.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일명 마이데이터는 정보주체(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유한 기업이나 기관에 그 정보를 당사자가 원하는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요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미국은 민간 주도로 금융데이터의 공유가 추진되고 있다. 일본은 정책적으로 민간의 데이터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다만 일본의 경우 데이터 이동권에 대한 명시적 입법 근거는 없다.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과 다르게 국가 차원에서 법적·기술적 인프라를 마련해 전 분야 마이데이터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개보위는 지난달 말 전 분야 마이데이터 시행을 앞두고 세부 기준을 마련해 이달 1일부터 내달 10일까지 40일간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제3자 전송권은 보건의료·통신·유통 부문부터 우선 추진하며 단계적으로 전 분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마이데이터가 먼저 도입된 금융권에선 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드물었다. 권 실장은 이에 대해 금융업 사업자와 온라인 사업자의 규제적용 격차를 지적했다.

인기협 실장은 “2021년 시행된 금융-마이데이터는 신용정보법 상에 본업관리업이 신설된 것에 근거한다”고 말했다. 먼저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한 금융권의 경우, 타사 고객의 금융 데이터를 가져가는 것 때문에 대주주 요건 등을 까다롭게 따졌다.

권 실장은 “당시에는 마이데이터 사업 대상을 금융 라이센스가 있는 회사로 한정했다”며 “즉 금융사가 본업관리업에 대한 영업행위를  할 수 있도록 법령상 문을 열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인기협에 따르면, 신용정보법은 금융사의 마이데이터 영업 범위를 보다 명확히 지정했다.

인기협 실장은 “이번 개보법 시행령을 보면, 제3자 전송에 마이데이터 사업자 요건과 의무대상자를 의료, 통신, 인터넷 유통, 부가통신 사업자로 분류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보법 시행령 상에서 인터넷기업이 마이데이터로 할 수 있는 영업범위는 통합조회와 맞춤형 서비스 제공 정도인데 이는 영업 행위에 해당한다”며 “하지만 의무대상자는 정보주체가 지원하는 업무만 할 수 있고 위임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반면 인터넷 기업 중에선 연 매출 1500억원 이상을 창출하고 고객을 1000만명 이상 확보하고도 적자를 기록하는 곳이 있는데 정부가 제시한 조건에 해당하는 회사는 당사자의 참여 의사표현과 상관없이 무조건 마이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고 데이터를 내놓아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기협 실장은 “금융업계의 경우 빅데이터 처리를 위해 각 회사가 1억이 넘는 그래픽카드장치(GPU)를 몇대씩 구매해야 했다”며 “작년 한해만 마이데이터 때문에 1300억원을 소진했고 유지보수 비용에만 1000억원이 들어간 것을 놓고 봤을 때 인터넷 기업들에겐 매우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용문제를 떠나서, 근본적으로 마이데이터 취지 자체가 데이터를 모아서 국민에게 새로운 혁신적 서비스를 내보자는 새로운 산업 선두가 목적”이라며 “애초에 국민이 어느정도 체감할 수 있는 사업들이 처음부터 나와야 하는데 현재 개보위의 마이데이터 추진 방향은 ‘정부가 일단 데이터를 모아두고 비즈니스 경쟁은 시장논리에 맡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각회사들의 데이터가 한 곳에 집중되는 게 진정 데이터 산업을 성장시키는 게 아닌, 오히려 국부유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데이터 전문성이 부족한 기관이 정보주체의 데이터 관리 이슈를 지적했다. 제도 취지가 국민의 체감을 위한 것이라면, 데이터를 모으기 전에 데이터가 왜 필요한지 실증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권 실장은 “마이데이터 제도가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가령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는데 차후 조건이 미달된다는 이유로 떨어트리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반대로 청약을 신청할 때 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해 제대로 선별해 주는 것에 마이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이러한 불편함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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