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학계 “정부규제 완화 필요” 제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보험산업 현장에서 기업들의 부수업무 규제완화 니즈가 크다”고 밝혔다.
27일 보험연구원은 ‘금융환경 변화와 금융산업의 미래 대응 전략’을 주제로 산학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스트레이트뉴스는 “보험업계가 마이데이터도 힘겹게 따라가는 상황에서 부수업무를 기타 금융업권 수준으로 확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질의했다.
부수업무란 금융사가 본업 외에 부수적으로 허가받은 업무를 말한다. 가령 원칙적으로 은행은 고유업무와 연관성이 높은 업무만 부수업무로 인정한다.
다만 최근에는 은행의 업무효율성을 높여주는 업무도 부수업무로 인정하는 등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본업은 은행업이지만, 각각 알뜰폰 ‘리브모바일’과 배달사업 ‘땡겨요’를 부수업무로 영위하고 있다.
고은경 BCG 파트너는 “많은 보험사가 부수업무를 고민 중”이라며 “전통적인 방식의 보험상품 판매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고 규제 완화 니즈가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BCG그룹은 보험산업의 마이데이터 사업이 타 업계보다 부진한 이유에 대해 ‘고객모집’과 ‘데이터 활용’ 관점에서 설명했다.
고 파트너는 “보험사 관점에서 은행 및 카드 등과 비교해 마이데이터 사업자 자격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추가적인 데이터 활용을 위해선 보험사가 기존에 확보한 데이터부터 정제과정을 잘 거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이데이터란 개인 소비자가 자신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관리·통제하는 것은 물론 이러한 정보를 신용이나 자산관리 등에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마이데이터를 이용하면 각종 기관과 기업 등에 분산돼 있는 자신의 정보를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마이데이터 사업의 경우 금융상품 판매에서 실질적으로 겸업이 허용되는 효과가 있다”며 “마이데이터 사업 활성화 시 기존 금융업계에서 금융상품 판매 관련 칸막이 완화를 규제기관에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내 보험사의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 사례를 보면, KB손해보험은 2021년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공공 마이데이터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생명보험업계에선 교보생명과 신한라이프가 마이데이터 사업자 자격을 갖고 있고, NH농협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본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현재 금융보안원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BC 등 8개 전업 카드사 모두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다. 마이데이터가 처음 도입된 2021년 초부터 다수의 카드사가 사업자 취득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것과 대조적이다.
민세진 동국대학교 교수는 “보험상품 판매 단계에서 마이데이터 적용은 원수보험사 보다 보험대리점(GA) 채널의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데이터 소관 부처가 다르기 때문에 생·손보 상품 적용은 어려운 실정”이라며 “가령 보험사가 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하고 싶어도 보건복지부 소관이기 때문에 접근이 제한적이고 활용 적극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포지티브 규제에 대한 한계도 지적했다. 포지티브 규제란 법률·정책상으로 허용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뒤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방식의 규제를 말한다. 법률·정책상으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보다 규제 강도가 훨씬 세다.
동국대학교 교수는 “보험산업 뿐만 아니라 금융산업 전반에 적용되는 포지티브 규제 체제의 한계를 너무 많이 느낀다”며 “사업자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규제가 먼저 막고 이슈가 생길 때마다 개선을 해야 하는 구조이다보니 도저히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차원에서 협조가 필요하다”며 “더 나은 상품을 개발하고 국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 교수는 “혁신을 움추리게 하는 프레임을 변화시켜야 한다”며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이를 더 넓게 이끌어내서 금융사들이 더 평평하고 넓은 운동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다 같이 신경 쓰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과 비금융이 양방향으로 융합되는 ‘빅블러(경계가 모호한)’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가령 국내 은행권에선 슈퍼앱을 통해 부수업무를 확장하고 금융과 비금융이 융합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슈퍼엡이란 금융서비스뿐 아니라 음식배달, 온라인 쇼핑 등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단일 플랫폼 내 통합된 인터페이스로 제공하는 앱을 말한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업이 업권 간 칸막이도 없어지고 비금융과 융합하며 무한 경쟁의 시대로 가고 있다”며 “현재 국내 금융업이 외국 금융사에게 개방을 할 경우, 이들과의 경쟁 강화는 향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