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프라이버시 바이 디자인’ 개념 도입 필요성 강조

허정윤 국민대학교 교수
허정윤 국민대학교 교수

허정윤 국민대학교 스마트경험디자인학과 교수는 “금융사들이 소비자를 위한 프라이버시 바이 디자인(Privacy by Design)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2일 허 교수는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금융권의 프라이버시 바이 디자인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프라이버시 바이 디자인'은 1990년대 캐나다 앤 카부키안 박사가 처음으로 제시한 개념이다. 서비스를 기획하거나 시스템 등을 구축하려는 경우, 제일 마지막 단계에서 프라이버시 관련 요소들을 검토 및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 및 설계 단계에서부터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프라이버시 통제권이 적절히 보호되면서도 서비스 및 시스템의 편리성을 해치지 않도록 기능을 구현해야 한다는 개념을 말한다. 

즉, 서비스 기획 단계에서부터 폐기 단계까지의 전체 주기에 걸쳐 사용자의 프라이버시와 데이터를 보호하는 기술 및 정책을 적절하게 적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업권에서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은 ‘2025 경제 및 금융 전망’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며 2025년 금융권의 주요 키워드로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기도 했다.

허 교수는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도전이 많아지는 만큼 질적 발전도 필요한 시기”라며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프라이버시(정보공개)와 리걸(법적) 이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령 서비스 가입 단계에서 ‘개인정보 수집 및 동의’를 하는 소비자가 알아보기 어려운 수준으로 약관 글씨를 좁쌀처럼 매우 작게 만들고 어려운 법적 용어들로 가득 채운다면, 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납득하는 이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입장에선 문구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해석하고 이해하기 보단 일단 동의를 해서 해당 화면을 빠르게 넘기는 게 우선일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개인정보 통제권을 기업에게 넘기는 일은 갈수록 잦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허 교수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당사자도 모르게 개인정보 마케팅 활용 동의 등이 이루어진다”며 “특히 금융사는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면 이를 잃을 수 밖에 없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금융업권이 보다 적극적으로 프라이버시 바이 디자인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금융 회사가 소비자의 이메일 주소부터 신용카드 번호까지 모든 것을 수집, 정리, 교환해야 하는 본질적인 필요성은 데이터 경제를 만들어낸다”며 “이 생태계에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포함하려면 데이터를 처리하기 전에 사용자 동의를 얻고, 데이터를 오용으로부터 보호하고, 사용자가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은 사전 예방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편의성을 요구함에 따라 금융 서비스 제공업체가 처리하는 데이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새로운 규정을 준수하는 것부터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을 관리하는 것까지 데이터의 개인정보 보호를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 소비자의 프라이버시 통제권 이슈는 AI 시대로 갈수록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며 “가령 당사자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 AI가 수집한 사생활 정보가 금융사의 대안신용평가 데이터로 쓰이는 건 사용자의 불쾌한 감정을 넘어 대출조건을 불리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허정윤 교수는 “투명하고 공정한 AI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허정윤 교수는 ▲혁신금융심사위원 ▲한국HCI학회 부회장 ▲국민대학교 디자인융합창조센터장 등을 역임한 인물로, 현재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서비스디자인학회 학회장을 맡고 있다.

2020년, 금융 혁신 서비스분야에서 금융의 디지털 전환을 통한 핀테크 혁신과 더불어 금융 사용자 경험 개선을 통해 사용자들이 금융 서비스를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수 있게 한 업적과 혁신금융심사위원회 활동 등으로 핀테크 산업 육성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아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 금융 부문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허 교수가 이끄는 한국서비스디자인학회는 16일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프라이버시&리걸 디자인 이슈를 주제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학회에 따르면, 이번 추계학술대회에 ▲이동렬 신용정보원 상무 ▲이진규 네이버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서유경 법무법인 아티스 변호사 ▲조아영 캐치시큐 대표 ▲이승아 노프레임아트엔에듀케이션 대표 등이 연사로 참여해 프라이버시와 리걸디자인을 논의한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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