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신-서비스 규정 설계 시 소비자 우선 고려해야

김지은 한앙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김지은 한앙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허락한 개인정보 제공 및 동의, 누구나 경험이 있으실 것입니다.”

디지털 전환과 신기술의 발전은 다양한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기존 규제와의 부조화로 인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전 세계에서 핀테크와 같은 신산업이 금융 규제와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법 등 새로운 법규의 적용으로 인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8월 카카오페이가 금융소비자의 민감정보를 중국에 유출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융권 전반에서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김지은 한앙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소비자가 개인정보 가치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4일 김지은 교수는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서비스 소비자는 기업에 개인정보를 쉽게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떤 가치를 가지며,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카이스트 산업디자인 학사, 프랑스 ENSAM대학 대학원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석사 및 감성공학 박사과정을 거친 인물이다. 지난해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규제혁신 아이디어상’과 교육부 장관의 ‘학술연구 분야-유공교원 표창’을 수상했다. 그는 최근 인간 중심 혁신을 통한 법률 서비스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김지은 교수는 “사람의 의사결정이 여러 요인에 의해 비합리적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노벨 경제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교수에 따르면, 사람은 손실을 피하려는 성향을 가지며, 기존의 습관을 유지하려는 현상 유지 편향을 보인다”며 “이런 성향이 결합되면 소비자들은 정보의 제공에 대한 위험보다 당장 주어지는 혜택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은 교수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개인정보 가치 제고와 함께 금융회사에서도 각종 법적 이슈를 쉽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사가 새로운 서비스 규정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중심의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법률은 사람을 위한 것이고, 그렇기에 관련 서비스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며 “특히 신기술 및 신산업 도입 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공평한 문제 해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6월 ‘리걸디자인 워크북’을 출판하기도 했다. 

그는 “복잡한 법적 내용을 쉽게 전달하고,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를 직관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라며 “독자들이 법을 단순히 제한적 도구가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한 유연하고 실용적인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법과 규제가 도입될 때 사회적 규범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는 “핀테크나 개인정보보호법처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안은 다수의 이해관계자를 고려해 설계하고, 집행 및 모니터링 과정에서 불필요한 복잡성과 비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며 “법률 서비스의 혁신은 단순히 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법을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지은 교수는 “핀테크 산업 발전을 위해 기존 금융산업의 규제 틀을 넘어선 혁신적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술과 법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도 혁신적 사고가 필요하다”며 “기술 발전과 규제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산업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법체계와 충돌하는 부분을 완화하면서도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규제 기술(RegTech)과 리걸 테크놀로지(Legal Tech)를 결합해 효율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법률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미래의 법률 서비스 혁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김지은 교수는 오는 16일(토요일)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열리는 한국서비스디자인학회 추계학술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추계 학술대회 사전등록은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번 학회는 법률 서비스 혁신을 고민하고 더 나은 사회적 질서를 만들기 위한 서비스 디자인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립 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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