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0% 성장해야 가능한 목표..."도전적 과제"
밸류업 제도, 계획 달성 못해도 ‘면책’ 허점
최근 카카오뱅크가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회사는 주주환원율을 50%까지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코스피 상장 이후 고점 대비 약 77% 떨어져(26일 종가 기준) 4분의 1 수준인데, 앞으로 주가를 반등시켜 주주의 투자가치를 보존하겠다는 계획에 회의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선 밸류업 공시 계획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면책을 적용하는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전날 카카오뱅크는 ‘2024 애널리스트 간담회’를 개최하고, 2027년까지 고객 수 3000만명 달성, 자산 100조원, 수수료·플랫폼수익 연평균 20% 성장, 2030년 자기자본이익률(ROE) 15% 목표를 밸류업 목표로 설정했다. 또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향후 3년간 주주환원율을 현행 20%에서 50%로 확대하고, 2027년 이후에는 주당배당금을 유지하거나 점진적으로 높이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날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압도적인 트래픽·인게이지먼트를 기반으로 순이자마진(NIM), 플랫폼 등 수익 모델을 최적화해 운영하고 핵심 경쟁력을 글로벌, 투자·인수합병(M&A)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겠다”며 “성장에 대한 열매를 주주들과 적극적으로 나누는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자본효율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LS증권은 전날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한 카카오뱅크에 대해 성장과 주주환원 확대 동시 추진을 효율적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외형 성장 목표의 경우 현재 총자산 62조 원을 기록하고 있어 올해 자산성장률과 유사한 ROE 15% 수준이 2027년까지 이어질 경우 100조원 도달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다만 2030년 ROE 15% 목표는 매년 20% 수준의 이익성장과 50%의 주주환원율을 가정해야 실현 가능한 다소 도전적인 과제”라고 평가했다.
전 연구원은 “순이익 규모가 현재 대비 3배 이상 증가해야 한다”며 “수수료 및 플랫폼 수익 확대 역시 수수료 수익의 증가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못하고, 플랫폼 수익은 2021년 이후 사실상 정체 흐름을 보이고 있어 연평균 20%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은 과제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는 밸류업 달성계획 방안으로 ▲요구불 중심의 수신 성장 ▲글로벌 시장 확대 ▲투자와 M&A 신규 비즈니스 확대 등을 제시했다. 증권업계에선 “현실적으로 시장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목소리가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출사업 성장력은 카카오뱅크의 의지보다 시장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고, 여신보다 높을 수 있는 수신 성장은 자산운용 강화를 통해 대응한다는 계획이지만 한계는 존재한다”며 “지속적인 인공지능(AI) 서비스 투자가 필요해 판관비용률(CIR) 하락 여지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제한적인 이자이익, 판관비 개선 여력 하에서 ROE를 현재의 2배 이상으로 향상하기 위해선 현재 이자이익의 10% 수준에 불과한 플랫폼·수수료수익(비이자이익)을 이자이익보다 큰 규모로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주가 흐름을 보면 주주환원율 50%는 먼 꿈같은 이야기”라며 “지키기 힘든 주주환원 약속보다 당장의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뱅크 주가 흐름은 둔화되는데 주주환원을 늘리겠다는 건, 마치 북한에서 주민들이 굶어 죽어가는 데 배급을 늘리겠다는 사고방식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상장일인 2021년 8월 6일 6만 9800원을 기록했다. 이후 주가가 최대 9만원을 넘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이날 오전장 기준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2만2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2021년 12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 주가수익비율(PER)은 126.36배를 기록했으나, 현재는 25.83배까지 내려왔다.
문제는 카카오뱅크에 대한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 등 경영진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7월 말 김 위원장을, 10월 말에는 배재현 카카오의 투자총괄대표가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만약 카카오 법인에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되면, 금융당국은 카카오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카카오는 보유 지분 중 10%를 초과하는 부분을 처분해야 할 수 있다.
특히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가 카카오뱅크의 신사업 진출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용카드업 직접 진출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진행했으나,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당국의 인허가 심사가 무기한 연기됐다. 이와 더불어 마이데이터, 신용평가(CB)업으로의 진출도 막힌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 진입이 경쟁사보다 늦어진다”며 “이 경우 이미 경쟁사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때문에 파급력은 미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업계 사례를 보면, 신한·현대·BC카드 등 6개 여신전문금융회사는 2020년 12월 마이데이터 사업자 예비허가를 받으며 일찌감치 관련 사업에 진출했다. 삼성카드는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2020년 12월 ‘암 입원비 지급 거절’과 ‘계열사 부당 지원’을 이유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기관경고’ 중징계를 받았는데 2022년 1월 해당 중징계가 확정되면서 자회사인 삼성카드도 1년간 신사업 진출을 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2022년 4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계열사 서비스를 통합한 삼성금융네트웍스를 내놓았다. 이후 삼성생명의 징계 기한이 끝났고, 지난해 6월 삼성카드도 마이데이터 사업자 자격을 확보했으나 시장에서 평가하는 파급효과는 현재까지도 미비한 실정이다.
일각에선 밸류업 공시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거래소는 4월 밸류업 자문단 회의를 열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언급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 공시 위반, 주주에 대한 법적 책임에 관해서 면책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기업이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예측치와 실제 결과치가 다를 수 있다’는 문구를 명시한다면 경영의 결과가 예측치와 일치하지 않더라도 불성실공시 적용예외 대상에서 빼겠다는 논리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제47조(예측정보의 공시방법)와 코스닥시장 공시규정 제16조(예측정보에 대한 면책)에는 관련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금융학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주주환원율 50% 달성을 위해선 순이익 규모가 현재 대비 3배 이상 커져야 하는데 당분간 내수와 수출 반등이 어려운 시점에서 이러한 호기의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 투자자에게 보다 현실적이고 납득 가능한 논리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밸류업 제도에 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자자 보호도 필요하다”며 “만약 카카오뱅크가 실현하기 어려운 주주환원 정책을 공시해 투자자를 현혹해 향후 이를 지키지 못했을 때 법적 책임 소재가 불문명하다면,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자 피해를 넘어 글로벌 시장 차원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밸류업 정책을 ‘투자자 기만 제도’로 평가하고 외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