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난해 말 대비 9.6%↓
2025년 국내 시장, 기대보단 우려
갑진년인 2024년 코스피는 지난해 말 대비 10% 가까이 빠지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연초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자 코스피에 외국인 투자금이 대량으로 유입됐다. 그러나 하반기 삼성전자의 경쟁력 부재와 연말 탄핵정국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빠져나갔고 밸류업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여진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올해 내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오며 총 9.6%가량 하락했다.
연초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 투자 유치를 활성화하고 국내 주식시장의 구조적 개선을 도모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2일부터 6월 28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를 22조7980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며 코스피는 1분기 동안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7월 1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20조3940억원을 팔아치웠다. 특히 이들은 하반기에만 삼성전자 1개 종목을 18조5170억원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 역시 2조1190억원을 팔았고 현대차(-7120억원), 셀트리온(-1830억원) 등도 순매도했다.
한국거래소가 최근 코리아밸류업 지수의 특별 리밸런싱을 통해 5개 기업을 추가 편입한 가운데 신규 편입 종목들의 주가 흐름은 부진한 상황이다.
코리아밸류업 지수로 새롭게 편입된 SK텔레콤은 이번달 20일 5만7000원을 기록했으나, 이날 5만5200원으로 3.16%(1만8000원) 하락했다. 같은 기준으로 현대모비스는 5.40%,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4.60%, 2.74% 떨어졌다.
이밖에 유통, 섬유의복, 인터넷 업종에서 올해 코스피 지수를 상회하는 수익률을 달성한 종목수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그나마 지수를 상회한 종목들도 인적분할, 공개매수 등 개별적인 이슈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아웃퍼폼한 기업은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경기 불황으로 인한 소비재 투자심리 위축,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빅테크 산업으로 이목 집중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밸류업 공시 기업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중견기업의 공시 계획 철회가 우려된다.
특히 가업상속공제는 중견기업의 밸류업 공시 참여 유인책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는 10년 이상 사업을 운영한 중소기업과 매출액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공제를 해주는 제도다. 밸류업에 참여하는 기업에는 기업상속 대상(중견기업 전체)과 한도(1200억원)를 확대하는 게 핵심이지만 탄핵정국 탓에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금융위원회는 밸류업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6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간담회’에서 “앞으로도 밸류업 정책을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와 유관기관이 밸류업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 결과 24일 현재까지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 약 43%의 상장기업이 밸류업 공시를 했다”며 “자사주 소각이 작년보다 약 3배 증가하고 배당도 늘어나는 등 상장기업들이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문화가 점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을사년인 2025년에도 코스피가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2025년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평균 3.3%인데 비해, 한국의 경우 예측 기관 평균 2.0%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5년의 화두는 저성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행이 1.9%의 낮은 성장률을 예측하여 더욱 그 심각성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 원/달러 전망을 기존 1350원에서 1400원으로 크게 상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국 불안에 트럼프 집권 초기 한국 정부의 리더십 부재 등에 따른 협상력 약화에 우려가 원화 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