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과 사고로 얼룩진 금융권…내부통제 이슈에 몸살
연말 불어닥친 탄핵 정국…환율 급등에 투자자 이탈

올 한 해 금융투자업계는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큰 한 해였다. 전세계 주식시장이 미국을 중심으로 상승폭을 키웠지만, 유일하게 소외되며 하락을 경험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전쟁 속에, 국가대표 삼성전자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며 주저앉았고, 중국의 추격에 성장 동력이 의심되는 국내 시장을 이탈한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으로 몰려갔다. 정부는 밸류업 추진으로 상황을 반전시키려 했으나 연말 펼쳐진 계엄 선언과 탄핵 정국은 투자자 이탈을 부추기며 투자자들을 터널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올 한해 금융투자업계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편집자 주>

삼성전자 서초 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연합뉴스

▲ 힘없이 무너진 코스피…삼성전자의 몰락

2023년 마지막 거래일 종가 2655.28을 기록했던 코스피는 거래일을 하루 남긴 12월 27일 종가 2404.77을 기록하며 연초 대비 약 9.43% 하락 마감했다.

동 기간 다우지수가 3만7689.54에서 4만3325.80으로 약 15%, 나스닥 지수가 1만5011.35에서 2만을 돌파하며 약 33%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역시 동 기간 우리와 반도체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만의 가권지수가 17930.81에서 2만3000을 넘어선 것이나, 잠들어 있던 일본 주식시장 대표 지수 니케이225가 33464.17에서 4만을 넘어선 것도 우리에겐 충격으로 다가온다.

코스피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대장주 삼성전자의 부진 탓이 크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7만8500원을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7월 중순까지 상승하며 한때 8만8800원을 기록 10만전자를 눈앞에 두는 듯 했고. 실제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제고했다. 하지만 글로벌 AI붐에 따라 고대역폭 메모리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뒤지고, 전통 반도체에선 중국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는가 하면 신수종사업인 파운드리 사업에서 대만의 TSMC에 밀리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데 실패한 결과였다.

여기에 전기차 관련 보조금 이슈 등이 불거지고 캐즘(신기술 출현에 따른 지체) 현상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에 대거 포진한 2차전지 종목들이 줄줄이 무너진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 투자자들의 국내시장 이탈 심화…서학개미 열풍

국내 기업들에 대한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엔비디아를 위시해 이른바 M7으로 대변되는 미국 대표 종목들의 상승세는 투자자들의 발길을 미국 시장으로 향하게 했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연초 9조원 안팎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정점을 보인 7월 초까지 13조원 가까이에 이르며 활기를 보였지만 이후 투자자들의 국내시장 이탈이 가속화되자 연말 들어 6조원대 까지 주저앉았다.

특히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매도에 집중했다. 연초 이후 삼성전자 상승기에 매수를 보였던 외국인들은 8월 이후 연말까지 약 21조원을 순매도했다. 연간으로도 10조원 이상을 순매도해 하반기 코스피 하락의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더욱이 고점 논란이 불거지던 M7(애플·엔비디아·알파벳·메타·아마존·테슬라·마이크로소프트) 종목들의 주가는 지난 10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확정과 함께 힘을 잃지 않고 상승, 미 주요 주가지수를 사상 최고가로 밀어올리며 “아이큐 순으로 국장(국내시장)을 탈출한다”는 웃지 못할 유행어를 만들기도 했다.

한국예탁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거래액 약 180조원 중 92% 이상이 미국 시장에 몰려 있다.

1월 2일 오전 한국거래소 개장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왼쪽부터)서유석 한국금융투자협회장,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윤 대통령,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제공.
1월 2일 오전 한국거래소 개장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왼쪽부터)서유석 한국금융투자협회장,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윤 대통령,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제공.

▲ 정부의 밸류업 추진…가시적 효과는 아직

정부는 연초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열리는 개장식에 참여하는 등 관심을 보이더니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기치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전개했다. 한국 주식 시장의 저평가 이유를 미흡한 주주환원, 투명성이 부족한 공시 등에서 찾으며 정부가 직접 나서 밸류업 실천을 천명한 기업들을 독려했다.

또 이들을 중심으로 밸류업 지수를 만드는가 하면, 두 차례에 걸쳐 1000억원과 3000억원의 지수 추종 펀드를 만들어 지수 하락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이를 알리기 위해 주요 관련 기관장들이 뉴욕과 홍콩 등 선진 자본시장을 찾아 홍보전을 펼치기도 했다.

다만 급하게 지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편입종목 선정시 대표 기업인 KB금융, 하나금융, SKT, KT 등이 배제돼 지수의 신뢰도에 잡음을 내는가 하면, 기업의 미래 비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단순히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만 집중하면 자칫 미래 성장 동력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일본 주식 시장의 성공에 고무돼 이를 본따 만든 것으로 알려진 밸류업 지수는 올 한해 저조한 코스피와 함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게 됐다.

▲ 막연한 불안감에 밀려온 ‘블랙먼데이’ 공포

올해 시작된 본격적인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행렬은 뜻하지 않게 주식시장에서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장기간 상승했던 미국 주식 시장에 대한 피로도와 함께 달러화가 약세로 갈 경우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전세계, 특히 미국 시장에 투자해 이익을 얻으려는 투자행위(엔캐리 트레이드)가 끝날 거라는 위기의식이 대두됐다.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 등으로 일컬어지는 큰손이 자금을 거두고 본국으로 회귀할 경우 손바뀜에 의한 시장 충격이 있을 거라는 시나리오였다. 특히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내는 실질적 부가가치가 무엇인지 확인된 바 없어 관련 산업의 팽창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은 이러한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이는 결국 지난 8월 5일 ‘블랙먼데이’를 연출하며 미국 주식 급락으로 이어졌고 그 여파는 국내에까지 큰 충격으로 몰려왔다. 당시 코스피는 8.77%, 코스닥지수는 11.3% 폭락하며 양 시장 모두 사이드카가 발동하는 결과를 낳았다. 구체적인 실체가 없이도 시장이 충격받을 수 있을 만큼 심리적 불안감이 큰 상황을 반영한 사건으로, 그 후에도 시장의 의미있는 반등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종부세폐지시민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과감한 세제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금투세 폐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종부세폐지시민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과감한 세제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금투세 폐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가까스로 합의 이른 금투세 폐지…때늦은 결정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온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결국 폐지로 결정됐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도입된 금투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 하에, 국내 상장주식 투자로 인한 시세차익이 연간 5000만원 이상이거나 채권 또는 펀드 등 기타금융투자 시세차익이 250만원을 넘을 경우 수익에 대해 20~25%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당초 2023년 1월 도입 예정이었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 2년간 연기됐고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부자감세 논란을 낳으며 여야가 극한 대립을 이어왔다.

하지만 막상 도입 여부를 가른 것은 급락한 주식시장이었다. 가뜩이나 투자를 통해 이익을 본 사람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도입이 자칫 국민적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며 반대로 일관하던 야당도 찬성으로 돌아섰고,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소득세법 개전안 통과와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져 원칙 없는 포퓰리즘에 입각한 결정 아니냐는 논란만 숙제로 남기게 됐다.

금투세 폐지 결정으로 급락하던 코스닥 시장이 일부 안정되는 효과를 보이는 듯 했으나 연말에 들어서며 뜻하지 않게 펼쳐진 탄핵 정국은 작은 효과마저 의미를 잃게 했다.

▲ 산타랠리 꿈 깬 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돌연 계엄령을 선포하고 이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국회 담장을 넘는 장면이 전 세계로 타전되며 연초부터 노력해온 밸류업 프로그램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줄 알았지만, 정작 리스크는 경제발전 수준에 따라가지 못하는 정치적 미성숙함이라는 게 만천하에 알려졌다. 연말 큰 규모의 협력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던 국빈들이 줄줄이 일정을 취소했고, 한국의 신수종산업으로 떠오른 방위산업 수출 계약도 공중으로 날아갔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 여파로 일반적 관세 등에 맞대응 할 파트너와 취임 축하 사절단 구성조차 난항을 겪을 처지에 이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헌법재판소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한덕수 대통령 대행 국무총리의 탄핵이 거론되며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상황을 맞고 있다.

27일 낮 정규시장 거래에서 1480원을 넘나드는 환율에 코스피는 장중 2400선마저 내주며 흔들렸다. 정치적 불안에 따른 외국인들의 매도 여파였다. 불확실성에 가장 취약한 증시는 향후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새해에도 리스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대세로 자리잡은 ETF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ETF의 대중화가 한층 깊어진 한 해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ETF 순자산 규모는 2023년 말 121조672억원이었으나 지난 26일 기준 173조4692억원으로 50% 가까이 급증하는 현상을 보였다. 올해 한국 주식시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황까지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다. 동기간 ETF 종목수도 813개에서 935개로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을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리스크를 피하려는 심리와, 미국 시장 등 익숙하지 않은 시장 또는 유망 섹터에 바스켓투자(집합투자)를 원하는 투자자의 니즈가 어우러진 결과다. 특히 주식 뿐 아니라 올해는 금리인하 전망에 기대 각종 채권투자도 ETF를 통해 이뤄졌고, 대기성 자금을 위한 파킹 투자, 월배당식 투자 등 새로운 투자유형이 자리를 잡은 것도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

특히 운용사간 경쟁에 따른 마케팅 활성화도 투자자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나란히 60조원대 순자산 규모를 보이며 1위 경쟁을 펼쳤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이 13조1530억원까지 순자산을 늘리며 13조3812억원의 순자산을 보인 3위 KB자산운용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중위권 싸움은 더욱 치열했다. 신한자산운용은 월배당상품 열풍을 주도하며 5조원대 중반의 순자산으로 Top5에 진입했고, 뒤늦게 경쟁에 합류한 하나자산운용도 단숨에 순자산 1조원을 넘기며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을 알렸다.

10호 종투사에 등극한 대신증권 본사 사옥. 대신증권 제공.
10호 종투사에 등극한 대신증권 본사 사옥. 대신증권 제공.

▲ 증권사 부익부 빈익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지나며 증권사들의 수익 포트폴리오 차이에 따른 이익 차별화가 더욱 극명해진 한 해였다. 단순히 자기자본 기준의 서열과 이익체력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며 향후 전략적 선택에 따라 회사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대형사들이 자본의 규모를 키우며 이른바 투자은행(IB)업무에 몰두했지만 막상 부동산PF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서 큰 손실을 보며 주춤하는 사이 자산관리에 강점을 보인 증권사들이 한 단계 성장을 보였다.

특히 수수료가 낮은 국내 거래보다 해외거래에 강점을 가진 키움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브로커리지 수익에서 안정성을 확보했다. 신생증권사인 토스증권은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기존 증권사들의 아성에 도전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른바 큰손들을 중심으로 지점 통폐합과 함께 이들을 잡기 위한 VVIP센터들이 문을 열면서 가업승계 프로그램을 짜주는 ‘패밀리오피스’ 비즈니스가 자리를 잡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대신증권이 국내 10번째 종투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등극하며 다시 대형사 대열에 합류해 새로운 경쟁의 신호탄을 쐈다. 이들에 뒤 이은 교보증권, 현대차증권, iM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은 PF 등으로 손상된 체력과 브랜드를 일신하며 증자 등을 통해 몸집을 키우면서 새로운 도약을 꿈꿨다.

▲ 줄줄이 연기된 IPO시장

올해 주식시장이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며 상반기 상장한 회사들의 주가가 급등하자 IPO시장에 장밋빛 기운이 감도는 듯 했다. 이에 고무돼 상장을 미뤄왔던 기업들이 다시 출사표를 던졌으나 기관 수요예측에서 된서리를 맞고 공모가 밴드 하단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자 다시 자취를 감추며 훗날을 도모하는 사례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훈풍과 함께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와 실명거래 계약 서비스 파트너인 케이뱅크가 도전장을 냈으나 원하는 공모가에 이르지 못하게 되자 상장의 꿈을 접었다. 국내 대표 핀테크 기업으로 송금부터 증권, 보험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하는 토스도 야심한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그동안 이어론 펀딩의 과정에서 높아진 눈높이를 국내에서 충당하기 어렵게 되자 나스닥 상장을 검토하는 등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때 제2의 쿠팡으로 불리며 기세를 올렸던 ‘마켓컬리’도 외형을 키우기 위해 뷰티컬리 브랜드를 내놓으며 라이브방송 등을 활용한 플랫폼 역량 강화에 나섰으나 아직 구체적 상장시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차례 상장 실패의 고배를 마시고 올해 하반기 상장을 재추진해오던 SGI서울보증도 국내 주식시장의 침체에 연말 탄핵정국까지 맞으며 상장을 뒤로 미루고 있다.

 

연말 1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이벤트 참가자에게 나눠준 빗썸. 빗썸 제공.
연말 1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이벤트 참가자에게 나눠준 빗썸. 빗썸 제공.

▲ 트럼프의 귀환…꿈틀대는 가상자산 시장

글로벌 자산 시장의 상승과 함께 가상자산시장의 약진도 두드러진 한해였다. 대표 가상자산으로 디지털 금이라 불리는 비트코인은 연초 5000만원 선을 기록했지만 연말이 되며 한때 160만원에 육박하는 등 가격이 약 3배로 뛰어올랐다.

상반기엔 실물 ETF 승인 이슈 등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가치가 시장 전반을 주도했다면 하반기 들어선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선 성공이 시장을 흥분시키고 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가치 측정이 어려운 비트코인 투자를 만류하는 분위기지만, 현실세계에선 이미 하나의 자산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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