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부터 보험까지, 한숨 나온 2024
2025년이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금융권이 본업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카드업계는 수수료 수입 감소로 대출 중심의 수익 구조에 의존하고 있으며, 증권업 역시 국내주식 수수료 무료화 경쟁이 심화되며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등으로 실적 압박을, 생명보험업계는 저출산 고령화와 금리 인하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신한카드 등 8개 전업카드사 대표를 만나 ‘2025년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논의했다. 이를 통해 2025년부터 카드 수수료율을 0.1~0.0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수수료율 인하로 약 304만6000개 영세·중소가맹점이 평균 8.7%의 수수료를 경감받게 된다.
카드 수수료율 인하 소식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분명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러나 카드사 입장에선 지속적인 결제수수료 수입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2년·2015년·2018년·2021년 등 카드 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카드사들은 대출 상품에 의존해 수익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특히,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과 카드론(카드 대출)이 수익성 중심으로 떠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국민 전체 리볼빙 잔액은 2022년 말 대비 10% 증가한 약 8조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출 중심의 카드사 수익 구조는 경기 침체기 연체율 상승 리스크를 키운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가 단기적으로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결제수수료 실적 압박이 심화하면 결국 마케팅 축소, 서비스 감소, 심지어는 소비자 혜택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 확장, 디지털 혁신을 통한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필수”라며 “이러한 구조 전환은 단시간에 이루어지기 어렵고, 지속적인 정책 협의와 업계 차원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업의 경우 연초 밸류업을 꿈꿨으나, 하반기 외국인 투자자가 급속히 빠져나가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4일 장 마감을 기준으로 코스피는 연초 대비 8.59%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 1등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31.66%, 18.51% 떨어졌다. 연초와 비교해 SK하이닉스(+18.33%), 현대차(+7.98%) 등이 상승세를 유지하며 코스피 명맥을 유지했다.
증권업에선 최근 몇 년간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신규 및 휴면 고객 확보를 위해 국내 주식 수수료를 없애거나 파격적으로 낮춘 증권사가 늘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달 31일까지 신규 및 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90일간 거래수수료 0원, 90일 이후 평생 0.0036396% 혜택을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각각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올해까지 국내주식 평생 0.0036396% 수수료 혜택, 평생 0.00363960% 수수료 혜택을 제공한다.
NH투자증권은 나무증권 플랫폼 신규 고객에게 내년 1월 31일까지 국내 주식 0.0043319% 수수료를 제공한다. KB증권은 2025년 2월까지 평생 0.0044792% 수수료 혜택을 제공한다. 삼성증권의 경우 내년 2월 말까지 신규 및 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3개월 국내 주식 0.0036396%, 이후 0.015% 수수료 혜택을 주고 있다. 이밖에 메리츠증권은 최근 비대면 전용 계좌 ‘Super(슈퍼)365’ 수수료 무료를 선언하고 투자금을 빠르게 끌어모으는 중이다.
하지만 국내 주식 거래량이 감소하며 인프라 투자 확장 비용 대비 수익 악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스트레이트뉴스가 한국거래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월평균 코스피 거래량은 1월 4억2900만 주를 기록 후 6월 6억4131만 주로 늘었으나, 11월에는 4억7928만 주로 다시 감소했다. 증권사들은 해외 주식, 자산관리 서비스(WM)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모색하고 있지만, 국내시장 거래량 위축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여진다.
생명보험업계의 경우,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생명보험의 주요 상품인 종신보험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0년 중위연령은 21.8세였으나 2021년 44.3세로 높아졌다. 2040년에는 54.6세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연초부터 새로운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는 등 규제 환경의 변화로 인해 보험사의 자본관리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보험부채의 시가평가로 인해 금리 변동 등에 따라 자본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외 주요국에서 기준금리를 낮추는 기조를 보이면서 보험사들의 자산운용 수익률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손해보험사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증으로 인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연평균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73.9%를 기록했으나, 올해 1~11월 누적 손해율은 92.7%로 뛰었다. 특히 11월 손해율은 평균 92.7%를 기록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보험사가 사고가 난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자로부터 받은 '수입보험료'로 나눈 값을 뜻한다. 손해보험업계는 손해를 보지 않는 자동차보험 적정 손해율을 82% 이하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2025년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 경영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업계에선 을사년인 2025년에도 금융권 전반이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내년에도 각 업계가 본업을 기반으로 회복하기에는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