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연스러웠던 금융위의 애플페이 도입
교통카드 이슈, 서울시가 키 쥐고 있는 듯

조성진 기자
조성진 기자

기자생활 7년차다. 그동안 경제·금융을 담당했는데 가장 기억할 만한 취재 딱 하나를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애플페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름대로 애착을 갖고 다양한 관점에서 수많은 특종을 쏟아낸 애증의 취재 아이템이다.

수년간 애플페이 취재경험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어렵다’로 표현하고 싶다. 당사자인 애플은 마치 돌덩어리처럼 한마디 없이 기자들 연락을 무시하고, 친형제처럼 수년을 함께 한 카드사 홍보 담당자들도 애원하는 목소리로 “공식입장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심지어 결제업계 재원 중 “애플페이 건은 말해줄 수 있는 게 없는데, 같은 용건으로 또 전화했냐”며 짜증섞인 목소리를 내는 이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2023년 1월 16일 쓴 기사다. ‘애플페이의 한국 정착이 사실상 어렵고, 도입에 성공해도 반쪽에 불과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당시 8명 이상의 전문가들에게 한시간 이상씩 의견을 취합했고, 단어 하나 표현 하나 십자수 놓듯 한땀 한땀 정성을 들여 작성한 기자생활 대표기사다. 

물론 독자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2023년판 흥선대원군’, ‘삼성전자에서 사주 받은 기레기’, ‘갈라파고스 추종자’ 등 충격적인 표현들이 기사 댓글창을 도배했다. 각종 IT커뮤니티는 물론 당시 대학내일에서도 해당 기사를 언급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 돌이켜 보면 해당 기사 내용이 오늘날 애플페이 모습을 가장 근접하게 묘사했다고 자부한다. 

이밖에 현대카드 공식 서비스 론칭 전, 일부 국내 편의점에서 EMV(유로페이·마스터·비자) 결제가 된다는 소식에 폴란드 핀테크사에 회원 가입하고 직접 애플페이 우회결제까지 해봤다. 

경제금융 출입 기자 조성진에게 취재 아이템 ‘애플페이’는 그런 존재다.

대학내일 소셜미디어 콘텐츠 화면.
대학내일 소셜미디어 콘텐츠 화면.

최근 ‘아이폰 교통카드가 곧 나온다’는 내용의 모 언론사 단독기사를 보고 심장이 뛰었다. 드디어 교통카드 이슈 협력사간 수수료 협의점을 찾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해당 기사를 읽어보면 “윤영희 서울시의원이 애플에 공문을 보냈는데, ‘협력사와 논의 중이고 한국에 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하더라”는 내용이 전부다. 또한 애플코리아는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세부내용을 공개할 시점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런칭이 임박해지면 먼저 알리겠다”고 대답했다. 

기사 내용 중 시점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애플페이 소식을 2년 이상 쫓은 기자라면, 교통카드 도입을 위한 협력사 간 논의가 2년 째 이어지고 있다는 즈음은 모두가 알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당사자들은 2년째 기자들에게 “협의 중”이라는 말만 반복한다. 

이러한 탓에 “도대체 교통카드 론칭 날짜가 언제인데?”라고 반문할 경우, 속 시원하게 대답해줄 기자는 한명도 없다.

IT분야 유명 블로거 ’란00’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애플페이 교통카드 도입을 위한 기술적 이슈는 끝났으나, 정치적 이슈가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실제 다수의 취재원에게 관련 문의를 해보면, 해당 블로거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솔직히 취재기자 입장에서 금융위원회가 애플페이를 허용한 과정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2023년 1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금융위 고위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애플페이 도입 논의가 회의적’이란 보도가 있었는데, 같은 해 2월 3일 금융위는 느닷없이 애플페이 도입을 전격 허용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설 연휴 이전보다 2%포인트 떨어진 34%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각 매체 1면을 장식한 날이었다.

애플페이 교통카드라고 크게 다를까. 혹자는 “꼭 상반기가 아니더라도 연내 교통카드가 가능하지 않겠냐”고 질문한다. 개인적으론 “당장 애플페이 교통카드가 론칭되길 바라는 건 욕심이니 차라리 생각을 안하는 게 마음 편할 것”이라고 말한다.

애플페이 교통카드에 있어선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한 4년,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핵심은 역시나 교통카드 수수료 이슈다. 지금도 카드사는 티머니에 교통카드 수수료 1.5%를 내고 있는데 여기에 애플까지 더해지면 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애플페이 도입을 허용할 당시 ‘사용자와 가맹점에게 수수료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에 협력사 사이에서 수수료를 해결해야 한다.

애플페이 교통카드 이슈에는 애플과 카드사, 티머니 등 핵심 관계기관 셋이 있다. 당사자 셋 모두 교통카드 수수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버티는 중이다.

애플은 이전에도 수수료 부분에서 절대 양보를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특히 트럼프가 취임한 4년 동안 애플카드, ‘탭 투 페이’ 기반의 개인과 개인(P2P) 거래 등 관련 서비스를 더 많이 열어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했으면 요구했지, 국내 아이폰 사용자를 위해 교통카드 수수료를 자진해서 부담하진 않을 것이다.

카드업계 입장에서도 브랜드 이미지와 잠재적 고객 유입을 고려해 애플페이를 론칭하는 것 까진 고민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카드업황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교통카드 수수료까지 더 부담하는 게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애플과 카드업계 모두 교통카드 서비스를 론칭하지 않아도 큰 아쉬움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애플페이 교통카드 이슈의 관건은 티머니 대주주인 서울시에 있다고 생각한다. 카드업계가 티머니에 제안한 수수료 분담 이슈를 부정적으로 표현한 것도 사실은 서울시로 알려졌다.

어쩌면 향후 윤석열 대통령이 정말 탄핵되고 서울시장이 여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할 경우, 혹은 영화 ‘특별시민’ 처럼 서울시에 예상치 못한 악재가 발생한 경우, 서울시장이 시민들 앞에 나서 “애플페이 수수료 이슈에 대해 서울시가 파격적으로 전격 부담하겠다”는 날.

아마도 그날이 진짜 애플페이 론칭일이 아닐까.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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