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채 고금리, 국내기업 수출 활동 어려움 전망
강달러 정책과 약달러 정책 충돌로 환율 변동성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을 목전에 두고, 글로벌 금융시장과 국제 경제 질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기조가 다시 부활하면서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이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 등 주요 글로벌 기관은 “트럼프 재선이 글로벌 무역과 투자 흐름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한국과 같은 수출 중심 국가들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19일(현지시간) 주요외신 보도에 따르면, 20일(한국 시간 21일 오전 2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트럼프 2기 출범 시, 미국 정부는 약달러 정책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보편관세 등 트럼프 정부가 내세우는 정책은 강달러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 추구 방향과 전략간에 충돌이 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미국 제조업 부흥과 무역적자 해소를 목표로 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2017~2018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약달러 정책을 선호했었고, 대중국 견제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강달러 기조를 병행하며 글로벌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를 가져왔다.
모리스 옵스펠드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관세 정책이 무역적자나 제조업 고용을 크게 개선시키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하면 정부는 달러 가치 절하라는 다른 수단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전환이 관세 정책 시행 후 1년에서 1년 반 정도 시점에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옵스펠드 교수 역시 “미국이 해외 무역 파트너 국가들에게 초장기 국채 매입을 요구함으로써 달러 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트럼프의 강력한 관세 부과 정책으로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이는 금리 인하를 지연시켜 강달러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지금보다 달러 힘이 더욱 강해지고 원화 약세가 심화되며 외환시장 불안정성이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과 무역수지 악화가 우려된다. 또한,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국내 자본 유출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증권업계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이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리스크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각종 행정명령 내용은 트럼피즘 리스크 혹은 허니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 국고채 금리, 비트코인 가격, 위안/달러 환율, 유가 등을 통해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방향성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 내용이 중요한 변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iM증권은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정명령으로 ▲불법이민 차단 ▲보편적 관세 도입 ▲대중국 관세 및 규제 ▲석유 및 천연가스 시추 확대 ▲친 가상화폐 정책 등을 꼽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더욱 강화하며, 대중국 관세 강화, 자국 제조업 보호, 에너지 독립 등의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들은 기존의 국제 무역 질서를 흔들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이전에도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무역 갈등을 고조시킨 바 있다. 이번 재집권으로 이러한 기조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한국과 같이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트럼프는 칩스법에 대해 “그 반도체 거래는 정말 나쁘다”고 언급하며,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반도체 및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내 투자 확대와 함께 추가적인 규제 강화로 인한 생산 비용 상승과 이익률 하락 등의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산업 역시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로 인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 수준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해서는 60%로 관세를 인상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용평가업계에선 “(트럼프 재집권으로) 국내기업이 힘겨운 도전에 직면했다”는 의견이 있다.
이날 김명수 나이스신용평가 대표는 ‘트럼프 시대에 적응해야 할 한국 기업들’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김명수 대표는 “국내 기업이 혁신과 생산성 향상에 애쓰되 보다 큰 산업구조적 측면에서 나름의 생존 방정식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트럼프가 주도하는 관세장벽의 시대에 미국에 공장을 짓고 경쟁력 있는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한다면 국내 기업들의 생존은 가능하다”며 “전자산업의 미·중 디커플링은 빛의 속도로 추격해 오는 중국 전자산업의 진군을 막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향후 전자산업의 미·중 디커플링에 잘 적응한다면 북미시장에서 수혜를 입겠지만 그 외 지역에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 가속화는 국내 산업 공동화를 초래해 내수 시장은 인구 감소와 맞물려 점점 축소되어 갈 것”이라며 “전자산업에 불어 닥친 도전에 맞서 국내 기업이 어떤 생존전략을 펼쳐 나갈지 가슴 졸이며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