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시즌 돌입에도, 한국은 여전히 갇힌 박스권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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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강화 발언 이후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반면,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 증시 간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 관세 유예에 반등한 뉴욕증시..17년 만의 상승폭


23일(현지시간) 나스닥은 하루 만에 2.50% 급등했다.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각각 1% 이상 상승하며 회복세를 기록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2기 행정부 출범을 염두에 두고 관세 정책에 대해 완화적인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달 3일과 4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각각 3.98%와 5.50% 하락했고, S&P500 지수 역시 같은 기간 4.84%와 5.97% 하락했다. 이러한 급락은 글로벌 무역 전쟁 우려와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한 결과였다.

그러나 4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하자 시장은 반등했다. S&P500 지수는 하루 만에 9.52% 상승하며 17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후 시장은 관세 정책의 향방과 경제 지표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며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한 해임 의사는 없다”며, “중국 수입품에 대한 145% 관세는 매우 높고, 실제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중국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기 위해 일방적인 관세 취소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픽사베이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픽사베이 제공.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호 관세 이슈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4월 이후 약 8조원 규모의 외국인 매물이 급하게 출회된 점은, 반대로 관세 불확실성이 진정되면 외국인 수급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며 “뉴욕증시는 관세 리스크 등으로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지만, 금융시장 변동성이 점진적으로 완화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 디커플링 심화..한국 증시 구조적 한계


같은 기간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전날 기준 코스피는 2525.56포인트로 마감했으며, 이는 2주 전 대비 약 3% 하락한 수준이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의 약세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한미 증시 간의 디커플링 현상은 단기적인 이슈를 넘어 구조적인 요인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증시는 낮은 기업 가치 평가 대기업 중심의 지배구조 높은 상속세 등으로 인해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2024년 말 기준 한국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1121억 달러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이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기업들이 1분기 실적 시즌에 진입하면서 개별 기업 실적에 대한 증시 민감도가 높아지는 국면”이라며, “매크로(거시경제) 변수가 지배하던 장세에서 실적 시즌 중심으로 초점이 이동함에 따라 개별 종목 선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가상자산·환율도 탈동조화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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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도, 미국 증시 종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4월 22일까지 집계된 국내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43억 달러(약 6조1000억원)로, 3월(40억 달러) 대비 약 5.7% 증가했다.

가상자산도 전통 자산 시장과의 분리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2일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9만 달러를 돌파했으며, 이는 이달 초 저점 대비 약 21%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6%, 미국 달러지수는 5% 하락해 대조를 이뤘다. 21일에는 현물 비트코인 ETF에 하루 새 3억 8140만 달러가 유입돼 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환율 역시 디커플링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달러/원을 비롯한 아시아 통화는 약달러 국면에서 소외되며, 달러 인덱스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2018~2019년 미·중 무역분쟁 당시 원화 가치는 약 8% 절하됐으며, 국내 경제 구조상 중국 수출 변화에 따른 달러/원 환율 변동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고 밝혔다. 실제 2002~2024년 기준 두 변수의 상관계수는 0.57에 달한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여타 국가 간 협상이 구체화되거나 중국과의 갈등이 완화된다면 달러화는 반등할 수 있지만, 협상이 지연된다면 자금은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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